그 것은 혼란이였지만 경의로움이었다. 지은이 담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 계속 일어났지만 확실한 것은, 나쁜 일은 전혀 아니었다.
유리가 하는 말을 듣고 지은은 빙그레 웃었다. 암 그렇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리부트하는 건 절대 싫어. 적어도 지금 만난 사람들을 모른 채로 다시 돌아가는 건 절대, 절대로.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래, 난 혼자가 아니니까. 등을 돌려 동료들을 보았다. 모두들 자랑스러운 나의 선배님들이었다. 자랑스러운 경찰이었다. 지은은 자신감에 차올랐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다시 앞을 향해 몸을 돌려 유리에게 허리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올려 파이팅을 하며,
“그리고 걱정 마세요! 저희 아롱범 선배님들은 모두 유능하시니까요!”
맡겨만 주시라고요? 역시 입털기 담당, 딜이라고는 테이저 건밖에 쏘지 못하는 지은이 그 누구보다 자신감 만땅이다, 야 임마 너 그렇게 함부로 말하는 거 아니야.
의지, 여기서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어쩔소냐. 그녀는 자신의 신념만을 의지해서 여기까지 왔다. 라고 할수는 없었지. 신념이란것은 사실 그렇게 크지 않았고, 그녀에게 제일 중요한것은 자신 주변의 사람들이었다.
'그 날'을 기점으로 그녀는 혼자였다. 경찰이 되고나서 여러가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연 적이 없었다. 그 중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은 몇 있었다지만. 그래도 그런 이들을 위해 무언갈 할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갑자기 배속받은 이 팀. 처음엔 뭐 그냥 이 능력을 쓸 길이 있다는것에 들어온것 뿐이었지만.
"저 녀석들이.. 지키고 싶어하는것을 지키기 위해서."
다들 너무나도 아플텐데, 나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또 누군가와 이어져서 웃는 모습을 보면서. 동경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저 녀석들이 웃는걸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내가 누군가에게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 되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같은 팀으로서 저들이 지키고 싶어하는걸 지키고 싶었으니까. 타인의 대상이 내 대상이 되버린다는건 조금 아이러니 할 지 몰라도. 그것이 그녀를 여기까지 오게 해준 힘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저들을 위해서라면 정말로 죽어도 괜찮았다.
"그리고 사랑하니까..."
그 와중에 정말 좋아하게 되버린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한테 완벽하게 차였고, 그 사람이 알고보니 적 간부라는 사실까지 밝혀졌지만. 그래도 그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기에. 자기 멋대로 약속해버린것이다. 절대로 당신이 지키고 싶어하던 하윤이가 잘못되지 않게 하겠다고. 그리고 당신이 지키고 싶어하던 가족도. 그렇기에 그녀가 지켜야하는 범위에는 단순히 하윤이나 서장님만 들어가 있는것이 아니었다. 뭐 물론 어느쪽도 그녀보다 강하고 그녀에게 뭐가 돌아오는건 아니지만. 딱히 중요하진 않으니-?
"하윤이 어머님 동생도 데리고 나와야하니, 더 힘내야겠지."
조금 무리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한번 정한것은 지키지 않으면 성이 안차는 성격인지라. 팀으로서 다시 웃는 날을, 그리고 가족으로서 다시 웃는것을. 봐야했었다.
익스파는 바라는 것을 뇌파로 바꾸는 것. 그리고 그것을 형상화한다. 어둠을 가를 빛이라는 것인가. 간절한 바람이 있어야 한다면. 그는 이미 확고한 의지가 있었다. 세계를, 시민을 지켜야 한다, 그들이 웃도록 해야한다. 사랑하는 연인을 웃게 해야한다, 아롱범팀 모두와 살아남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해야했다. 그리고....
사망플래그가 꽂힐 것 같으니 여기까지 해야겠지.
"......."
간절히 바라야만 한다. 맞설것이다. 맡겨주세요. 라고 한 마디를 던지고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아, 정말.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 찾아온 것은, 뼈아픈 무력감이였었다. 제 세상의 전부였던 누군가를 죽인 자신에 대한 자괴. 살아갈 의미를 잃었건만, 살아있는 것에 사죄를 하고. 사라지는 것을 기도하며 목을 그었었다.
그리고, 그런 시체에게 찾아온 것은 동생들이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었다. 다른 이들을 만난다. 아롱범 팀과, 서하씨, 하윤씨... 그리고 월하. 그들에게서, 나는 살아갈 의미를 받았다. 참으로 과분한 것이였지만... 갚고 싶었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clr ghostwhite steelblue>그냥, 그들을 지키고 싶었다. 누군가를 지킴으로서 지키지 못한 자신을 용서하고 싶었다. 속죄하고 싶었다.<clr> 그런... 이기심이였다.
모든 것을 잃고 난 뒤에 찾아온 것은, 뼈아픈 무력감이였었다. 제 세상의 전부였던 누군가를 죽인 자신에 대한 자괴. 살아갈 의미를 잃었건만, 살아있는 것에 사죄를 하고. 사라지는 것을 기도하며 목을 그었었다.
그리고, 그런 시체에게 찾아온 것은 동생들이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었다. 다른 이들을 만난다. 아롱범 팀과, 서하씨, 하윤씨... 그리고 월하. 그들에게서, 나는 살아갈 의미를 받았다. 참으로 과분한 것이였지만... 그 은혜를 갚고 싶었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냥, 그들을 지키고 싶었다. 누군가를 지킴으로서 지키지 못한 자신을 용서하고 싶었다. 속죄하고 싶었다. 그런... 이기심이였다.
그녀는 악몽을 꾸었다. 아니, 잠에 빠져든 것은 아니었으니 악몽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리 불러도 무관할 것이었다. 떨어지는 이 공간에서 아무리 손을 뻗어보아도, 멀어진 연인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무력하구나. 이젠 이 어둠 속에서 곧 잊힐 이들 만이 남았다. 행복을 원해도. 정말 행복하게 끝나는 일은 적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러니 괴로워할 필요 없다고 저에게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드디어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꼈었는데. 권.
그렇게 덜덜 떨며, 가슴을 쥐어뜯으며. 항의하듯 울먹이던 그녀의 앞에 펼쳐진 과정은. 그리고 그녀의 선택은 깊게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미치도록 살고 싶었고. 기억하고 싶으며, 무너진 일상을 다시금 붙잡아 익숙하디 익숙한 세계를 이어가고 싶었기에. 다시금 연인의 이름을 속삭인 뒤 숨을 깊게 들이켰다. 주먹을 꽉 쥐고는 다른 동료들이 그러했듯이 미친 듯이 레일을 따라 뛰었다.
무언가를 느낀 것일까. 유나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언가 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그것은 곧 공간에 균열을 만들었다. 이내 쨍그랑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아롱범 팀은 공간 너머에서 빠져나왔다. 어두컴컴한 어둠을 가르고, 다시 밖으로 나오자 보이는 것은 살짝 당황하고 있는 유나의 모습이었다.
"...익스레이버...어떻게..!"
"........"
"이모...이제 그만하세요. ...엄마는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제 마지막 기회에요! 그러니까...!"
"어떻게 리부트에서 빠져나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무의미한 일.. 밖으로 나온다고 한들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하윤이의 말을 중간에 끊으면서 유나는 다시 날개에 힘을 모았다. 그리고 무지개색의 빛이 다시 하늘로 발사되었고, 그것은 다시 아롱범 팀을 덮치듯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하윤은 가만히 바라보며, 테이저 건을 들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것은 순백의 하얀색 빛이었다. 그리고..하얀색 빛은 무지개색으로 빛나는 그 빛을 갈라버렸다. 아주 깔끔하게...너무나 깔끔하게 두동강...
"......!"
"...처음으로 당황하네요. 그쪽."
"왈!! 왈!! 왈!!"
서하가 테이저건을 들었고, 렛쉬가 크게 짖으면서 경계태세를 갖추면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뒤이어, 하윤이 자신의 제복 주머니에서 경찰 수첩을 꺼내들고 그것을 앞으로 내세우면서 크게 외쳤다.
"R.R.F 총수! 차유나!! 수많은 사람들을 향한 테러 활동! 공무집행 방해, 선동, 살인미수, 각종 범죄 조장, 그리고...미래를 파괴하려는 혐의로 지금부터 체포하겠습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발언은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어 그녀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수첩을 뱅그르르 돌리면서 자신의 주머니 속에 쏘옥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녀는 모두를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특수 수사대 익스레이버 소속! 강하윤 순경! 지금부터 모두를 서포트하겠습니다...!!"
지금 그 순간.... 그들의 익스파의 파장은 측정할 수 없었다. 그 수치는...측정불가의 수치였다.
//반응레스를 써주시면서 오늘 스토리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겠습니다...! 다들 정말로 수고하셨습니다!!
허세로 이제 우리가 이겼다 그런게 아니었다. 무언가 몸의 변화는 느껴졌지만 그게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고. 무엇보다 상대는 월드 리크리에이터다. 저쪽은 SSS급의 능력을 무한히 보유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 이쪽은 이제 막 어느 정도 파워업을 한 참이니까 불리한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둠을 빠져나오니 보이는 건 당황스러워 하는 유나의 표정이다.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무의미한 일이라. 그럴리가. 자신에겐 신념이 있었다. 시민들을 지켜야 했다. 웃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당장에 있는 제 주변 사람들이, 나아가 안도감에 웃는 시민들의 표정이 보고 싶었겠지.
"당신은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어. 당장에 하윤 양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는 입술을 휘어 웃고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확고했다. 너는. 당신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더라도 비틀리고 죄를 저질렀다. 경찰은 죄를 저지른 자를 체포해야 했다.그는 하윤을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