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아. 악... -변해버린 사람들의 멘붕의 단말마.
주의! 데플은 없지만 부상 등으로 구를 수는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도 존재하고요. 개인설정, 개인 이벤트, 환영합니다. 완전 초보라 미숙한 스레주입니다.. 잘 봐주세요..(덜덜덜) 모두들 서로를 배려하고 활발한 어장생활! 캡이 응원합니다! 인사도 바로바로 하고, 잡담에서 끼이지 못하는 분이 없도록 잘 살펴보자고요!
전투 시스템에서 다이스를 사용합니다!! 라고 공지하지 않는다면 그냥 공격하시면 됩니다. 다만 공지할 경우에는 명중빗나감 다이스를 굴립니다. 다른 다이스가 필요하신 분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각거리는 시폰의 촉감. 부드러운 실크의 결. 줄지어 반짝이는 모조 보석들.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드레스는 어릴 적 내 유일한 안식처이자 지금의 나를 만든 가닥 중 하나였다.
"뭐..." "결국 나도 피해갈 수 없었던 건가."
조심하라, 고 친절한 경고까지 들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건드려버린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발 끝에 뭔가 채인다 싶었을 때는 이미 늦어 있었으니까. 그나마 멀쩡한 복장이라는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한차례 소동이 지나간 뒤 내 차림을 내려다보니 좀 익숙하다면 익숙하고 그립다면 그리운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 유치하다면 유치할 수도 있겠지. 화사한 파스텔 톤 컬러의 벨 라인 드레스에 허리와 배를 조이는 코르셋의 조합은, 어느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공주님의 차림이었다. 나참, 내가 공주라니.
"여기 다니는 공주들한테 민폐라고."
말로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싫지 않은 듯 치맛자락을 만지작거렸다. 이런 일이 아니면 입지 않을 옷이지만, 한때는 이런 옷을 매일같이 입었었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예쁘다는 말이 듣고 싶어서.
"......" "다 헛수고였지만."
하루종일 이 옷 저 옷을 갈아입으며 수십번 거울 앞에 서고, 그것도 모자라 유모에게서 몇 번이고 확인받고, 손꼽아 기다렸지만,
'뭐?' '피곤하니까 나중에, 나중에.'
돌아온 것은 냉랭하고 지친 목소리. 찡그려진 미간.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던 건 아직 어려서였겠지. 뭘 해도 즐거웠는데. 힘들지 않았는데. 결국 어느 것도 안 된다는 걸 깨달은 건 최악의 순간이었지...
"...어리다는 말은 본래 어리석다는 의미라는게 그 시절엔 참 잘 맞아떨어졌었는데."
치맛자락을 만지던 손을 옮겨 나를 감싸듯 두르고 있는 가시덤불을 움켜쥐었다. 다듬어지지 않은 날 선 가시들이 닿는 피부를 파고들며 살갗을 찌른다. 느닷없이 벌어진 상처는 놀란 듯 붉은 피를 방울방울 맺어 이윽고 흘러내리게 하고, 따끔따끔한 통증을 내었다.
아프지만, 아팠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 상태로 한참을 쥐고 있었다. 손등이 새하얘지도록. 손이 얼얼해지도록. 겨우 손가락을 벌려 손을 떼었을 땐 흐르던 피가 굳고 손바닥이 검붉은 것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 손을 두어번 쥐었다 폈다 해보곤 에라 모르겠다 하며 탁탁 털고 말았다.
"케익이나 사러 가볼까~"
혀가 녹아내릴 정도로 단 케익을 사서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싶어라.
들을 이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일어나 앞으로 나아갔다. 익숙하고 그리운 옷을 질질 끌며, 붉어진 가시덤불과 함께.
혼란스러운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나까지 휘말려 이런 꼴이 되니 좀처럼 어딜 갈 수가 없었다. 아. 저 가시덤불만 없었어도 시가지에 나가는 건데. 저걸 달고 다니면서 시가지를 거닐었다간 피 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게 될 것이다. 전 같으면 그런 거 신경도 안 쓰고 다녔겠지만 지금은 좀 아니랄까. 그러니까.
그래도 아예 안 가는 건 아쉬워서, 가능한 가까운 곳에서 음료 두 잔을 사들고 왔다. 왜 두 잔이냐면, 둘이 마실 거니까. 한 손에 음료가 든 캐리어를 들고 걸으며 다른 손으로 총총히 문자를 보내었다. 수신인은, 비류.
[안녕.] [지금 시간 있어?] [있으면 잠깐 보자.] [시가지 나가는 쪽 벤치에 있을테니까.] [바쁘면 말하고, 아님 기다릴게.]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상처가 콕콕 쑤셔와 아팠다. 역시 뭐라도 붙였어야 하나. 디바이스를 집어넣고 다시 손바닥을 보니 붉다못해 살짝 부어있었다.
"음...."
뭐 괜찮겠지. 이 정도로 큰일은 안 날거라고 생각하며 내가 말한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먼저 도착해 앉아서 비류가 오기를 기다렸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휘말린 다른 학생들처럼 비류도 비단 다를 바가 없었다. 처음에는 변하지 않더니 그 뒤를 이어 줄줄이 늑대인간을 시작으로 마지막은 백설공주였던가. 미니스커트는 끔찍했지. 비류가 어깨를 슬금 움츠리면서 진저리 아닌 진저리를 치면서 오랜만에 기숙사를 벗어나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제복도 셔츠도 아닌 아무것도 장식되어 있지 않은 긴팔 티셔츠에 바지를 입은 채 그녀는 걷다가 디바이스에 전송된 문자를 봤다.
"헤일리?"
의외군. 생각하며 그녀는 턱을 문질문질하다가 손을 움직였다. 시가지로 나가는 벤치인가.
[안그래도 그쪽으로 가는 중이다.] [ 금방이야.]
답장을 하고 비류는 헤일리가 기다리는 쪽으로 조용하지만 조금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저 멀리 먼저 도착해 있는 헤일리의 모습에 손을 흔들어보이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생소해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비류는 슬그머니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여유롭게 유지했다.
"잘 지냈나라고 묻고는 싶지만 그리 잘 지낸것 같지 않군. 너도 피해자가 됐을 줄이야. 헤일리."
문자에 대한 답은 금방 왔다. 타이밍이 좋았나보네. 금방이라는 말을 확인하곤 디바이스를 내려놓았다. 그대로 벤치에 앉은 채 생각 없이 저 앞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날은 화창하고, 벤치에 드리운 그늘은 시원하고. 뺨을 간질이는듯한 실바람까지 간간히 불어오니 절로 넋이 나가게 되더라. 그런 내 정신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건 비류의 목소리였다.
"...아. 안녕."
기척이 거의 없어 다가오는 것보다 목소리를 듣고서야 알았다. 인사를 대신하는 말과 함께 앞머리를 건드리는 것에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보여? 나름 잘 지냈는데. 이런 옷 익숙하기도 하고. 그런 너는 잘 지냈어?"
이 사태에 한번도 안 휘말렸다면 다행이지만, 왠지 아닐 것 같았다. 얘기는 천천히 해도 좋으니 앉으라고 손짓하곤 음료가 담긴 캐리어를 중간에 내려놓았다.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아무거나 샀어. 하나 골라가."
두 칸짜리 캐리어에는 스무디가 든 테이크아웃 잔 두개가 들어있었다. 하나는 오렌지, 하나는 청포도. 밖에서 얘길 하는 거니 마실 거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며 먼저 고르길 권했다. 나는 어느 쪽이어도 좋으니까.
비류는 자신이 앞머리를 건드리고 나서야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알았는지 조금 뒤늦게 들려오는 헤일리의 인사에 답하듯이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잠시 그 모습을 감상하듯이 바라봤다. 팔랑팔랑한 공주님 드레스는 드레스에 어울리는 아이가 입어야지 잘 어울리는 건 맞는 말이군하고 생각하며 그녀는 헤일리의 옆자리에 앉으려다가 가시덤불을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잘 지냈냐고 묻는다면 잘 지냈다고 말하고 싶지만 이러한 사태에서 잘 지낼 일이 만무하지 않겠나."
그녀는 헤일리의 옆의 빈자리에 앉아서 캐리어에 있는 오렌지 스무디를 집어들었다. 여유롭고 느긋한 목소리와는 달리 행동거지는 무던하고 담백했다. 큭큭 하며 여유로이 웃는 것하며. 비류라는 사람은 참 이런 소동에도 무던하고 담백했다.
슬금 시선을 헤일리가 입은 드레스와 가시들을 바라보면서도 그녀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수고를 끼쳤군. 친구. 몹시 미안하지만 감사히 마시도록 하마."
오렌지 스무디의 빨대를 입에 물며 비류는 느긋하게 중얼거리고는 등받이 너머로 팔을 걸치고 여유롭게 꼰 다리를 까딱였다.
한 손에 든 스무디는 차가웠다. 오래 들고 있으면 손바닥이 얼은 것처럼 얼얼해지겠지. 컵 표면에 묻어나는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슬몃 문지르니 하나로 뭉쳐 또르륵 굴러떨어진다. 마치 아까 흘렀던 핏방울처럼.
한번 더 빨대를 물었다가 놓고 잠시 옆에 내려놓았다. 손에 묻은 물기를 가볍게 털어내며 비류의 얘기를 들었다. 의외라는 듯한 말과 뭔가를 본 듯한 말. 그리고 내 물음에 대한 대답. 전형적인 대화에 나 역시 보통 정도로만 말을 이었다. 서로 깊이 파고들지 않으며 그렇게.
"커피는 네가 별로일 거 같아서. 손은 뭐, 핥으면 나아."
침 바르면 낫는다고들 하잖아. 가볍게 하는 말은 이정도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은 기색이다. 거의 마른 손으로 다시 컵을 들며 말했다.
"이런 사태를 수습할만한 사람이 있던가. 이사장님은 뭔가 바쁘다고 하시고, 그 크리드인가 뭔가 하는 사람인가. 아님 교수들인가. 누구든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지만."
이건 아마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었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누구든 상관없다던가, 그런. 말을 마친 뒤에는 다시 빨대를 입술에 대었다. 하지만 문 채로 가볍게 잘근거릴 뿐 마시지는 않은 채 앞을 보고 있었다.
비류는 슬금 시선을 다른쪽으로 돌리면서 여유롭고 느긋한 표정과 무던하고 담백한 상반된 태도를 유지하고는 목깃이 있는 셔츠가 아닌 라운드로 목을 훤히 드러내는 셔츠가 어색한 탓에 천천히 목을 문질렀다. 물론 상처는 곧 혼탁해지던 정신을 부여잡자마자 바로 치료를 했으니 상처는 거의 남아있지 않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무디를 한모금 넘긴다. 시원하고 차가운, 얼음 알갱이들을 조용히 씹었다.
무던하게도 자신과 그녀는 침묵 아닌 침묵이 어울리는 사이인지, 그것도 아니라면 보통의 그런 친구 관계인지. 아무려면 좋다. 친구라는 게 보통 이런 느낌인가? 하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네가 추천해준 덕분에 커피 맛 정도는 알았으니 괜찮다. 그리고 헤일리, 핥으면 낫는다는 그 무슨 구시대적인 발상인가."
그러면 못쓴다. 비류는 큭큭 여유롭게 웃음을 머금으며 모호한 말을 하며 짐짓 농담인 척 넘기곤 손수건을 꺼내어 헤일리에게 건네며 덧붙혔다. 차가우면 감싸도록. 그리고 왠만하면 치료는 받도록 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것 같은 그 대답에 똑같이 비류또한 무던하고 담백하게 말을 마쳤다.
"이사장님은 아마도 이 사태 때문에 서류에 휘말리신 것 같고. 다른 교수님 아니면 그 인챈터겠지."
크리드라던가. 하고 중얼거리는 비류의 목소리는 여유로웠다. 비슷한 속도로 빨대를 입에 물고 마시던 그녀가 슬쩍 시선을 돌려 헤일리의 모습을 보고는 느긋하게 입을 연다.
시야 내로 비류의 손이 움직이는게 얼핏 보였다. 목 부근을 문지르는 듯한 모션. 그 손이 문지르는 자리엔 꽃으로 보이는 문신이. 나는 그것을 보며 왠지 그 문신이 목을 조르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위를 쓸어내리는 손 때문에 드는 착각일지 모르겠지만.
내 추천 덕에 맛 정도는 알았다길래 그럼 다음엔 커피가 들어간 프라페로 할까 라며 가볍게 대꾸했다. 사실 과일 스무디와 커피 프라페 중에 고민하다가 스무디 쪽으로 사온 거긴 했으니까. 다음이 있다면 그 때 그러자고 생각하며 건네지는 손수건을 받았다. 붉어진 그 손으로.
"별 거 아닌 걸. 이런 걸로 일일히 양호실까지 가고 싶지 않아. 귀찮은 것도 있고."
물론 내 방에 약상자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마저도 그다지 쓰고 싶지 않달까. 정 못 견디겠으면 붕대라도 둘둘 감아놓겠지만.
"이사장님도 참 고생이시네. 사고치는 학생들 관리만 해도 힘드실텐데 이런 사태까지 반응해야 하고."
역시 한 기관이나 단체의 리더는 영 귀찮은 일 투성이라며 사양이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 스무디 한모금. 비류가 준 손수건으로 한겹 감싸고 쥐니 찬기가 덜해서 좋았다. 멍하니 있는 나를 보고 고민이 있는가 싶었는지 물어오는 말에 어깨를 으쓱이곤 아무 일도 없다고 대답했다.
"없어, 그런 거. 난 생각보다 별 고민 없이 살아. 딱히 이 생활이 힘들거나 하지도 않고. 오히려 너는 어떤가 묻고 싶은데."
있는 듯 없는 듯. 넌 잘 안 보이거든. 이라고 말하고 머리칼에 가려진 눈으로 비류를 보았다.
목줄이다. 무던한 표정으로 비류는 목의 문신에 인챈트가 걸렸던 그 날을 떠올렸다. 공기를갈구하며 헤매이던 자신의 손을 잡아주던 온기와. 그 떨어지던 눈물과. 그녀는 지긋하게 제 목의 문신을 매만지다가 꾹 하고 힘을 줘본다. 목줄만으로도 모자라서 입마개까지 철저하게 채워놓았다. 나는. 죽겠지. 내손이든 그들의 손이든. 어느쪽이든. 커피가 들어간 프라페로 할까? 라는 가벼운 헤일리의 말에 목에서 손을 떼어낸 그녀는 여유롭고 느긋하게 큭큭 고개를 돌려 웃음을 흘리고는 다음에는 내가 사도록 하지 하고 덧붙혔다. 붉어진 손으로 자신이 건넨 손수건을 받아드는 것에 비류는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손을 거둬들이고는 자세를 고쳐 앉는다. 벤치 등받이 너머에 뒀던 손으로 턱을 괴고.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내가 강요할 일은 아니지. 그 가시에 독이 없다면야. 따가운 것보다는 나으니 적당히 치료는 하도록."
턱을 괸 채로 비류는 잘근거리며 잔뜩 씹어놓은 빨대를 입에 대기 전에 느긋하게 대꾸한 뒤 헤일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어쩌겠나. 무던하고 담백한 태도로 여유롭게 입을 연다.
"이사장님도 이런 사태는 모르지 않았겠나."
물론 나도 사양이지만.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는 말을 맺는다.
"음? 나 말인가. 의외의 질문이로군. 잘 안보인다니?"
비류는 여전히 무던하고 담백한 태도를 고수하며 여유롭고 느긋하게 대꾸하면서 턱을 괴고 있던 손바닥에 입가를 묻고 헤일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싱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