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쉬는 메이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를 등에 태우고 하늘 높게 날아올랐다. 이내 아롱범 팀이 하늘로 텔레포트되었고, 막 떨어지는 디스트로이어 리플렉트를 피할 수 있었다. 물론 밑은 거의 산산조각이 나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아직 설 수 있는 곳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와는 별개로 모두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타미엘과 권 주와 센하, 그리고 서하와 하윤이의 더블 테이저건 공격까지 15체의 유나에게 공격이 이어졌고, 결계를 치지 않은 유나에게 데미지가 들어갔다. 본체가 공격에 맞다 다른 14체가 사라졌고, 무사히 모두는 착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나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와 동시에 날개에서 하얀색 빛이 감돌았고, 방금 생긴 상처는 아주 깔끔하게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
"뭐, 뭐야..저건..?!"
"뭘 그 놀라지? 너희들이 상대하는 것은 월드 리크리에이터. 세계 개변의 힘. ...간단하게 말하자면, 너희들이 공격을 날린다고 해도 그것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하면 그만이야."
ㅡ 이것이야말로 최강의 오버 익스파.
"자. 끝내자. 더 놀아주려고 해도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까."
그 순간...그 근방에 정말로 강한 중력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무언가가 위에서 강제로 억누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날개가 무지개색으로 반짝이는듯 하면서 빛을 하늘 위로 쏘아올렸다.
"잘 보도록 하렴. 이것이 최강의 오버 익스파. 리부트(Reboot)."
무지개색의 빛은 아롱범 팀을 감싸버렸다. 그것은 피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모든 것을 감싸버렸다. 모든 시야가 사라지고, 모든 것이 묻혀버리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들려오는 것은 유나의 목소리였다.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그 안에서 잠시 있으렴. 후훗."
.......어둠은...모든 것을 집어삼켰고, 아롱범 팀은 떨어졌다. 어둠 속 깊숙히, 깊숙히....
이럴때일수록 당황하지 말고, 생각을 정리하자. 일단 차유나를 이길 방법. 도박이긴 하지만 한가지 짚이는것이 있다. 하지만 그 방법에 닿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것들이 많다. 하다못해 SS급이라도 되었으면.. 하지만. 솔직히 S급이 된것도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힘이었기에 더 불평할수는 없다.
".. 일단 내가 진짜 깨어있는건지. 아니면 의식만 살아있는건지 확인해봐야겠어."
그녀는 옥상에 꽂아둔 나이프로 텔레포트를 하려해봤다. 아마도 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진짜 어딘가로 떨어지고 있는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시야가 사라졌다. 싫다. 죽여버려라. 모든 것을 전부 다 가져야 하는ㄷ... "시끄럽ㄷ.....아....ㅇ"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잖아? 그 강렬한 감정이 불붙으면 안 되는 일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어둠에 빠져버린다는 것은 회귀해버린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나?" 리부트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할 수도 있었으니까. 무슨 효과이고, 무슨 것인지
자신의 머리를 싸맸다. 머리채를 잡아뜯을 기세로. 탁한 자안은 수축되고 머물 정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싫어. 싫다고. 다시는 싫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그 때'보다도 끔찍하다. 이러면 자신이 존재하는지조차 자신하지 못하겠다.
"...すみっ...ごめんなさい..."
떨리는 목소리로, 꺼져가는 듯한 목소리로 읊조리며 본능적으로 몸을 살짝 웅크렸다. 분명 자신의 신체를 스스로 만지는 감각은 느껴질텐데도, 무뎌진 감각에다 그 정신으로는 아무것도 안 되는가보다.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 떠도 눈앞의 광경은 변하지 않는다. 그저 어둠이다. 어둠 밖에 없다.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무언가보여무언가가보이는것같아, 응? 그 때처럼 보여. 걸어오고 있어. 안돼걸어오지마계속그렇게걸어오면그대로나를어떻게할셈인데안돼절대로ㅡ
"来るな...!"
처절하게 소리치더니 이어서 비명을 참지 못한다.
성인? 경찰? 센하? 그런 이는 이곳에 없다. 그저 한 때 몇 달간 감금을 당한 적이 있었던, 어리고 어린 '토오야'가 있을 뿐이다.
저를 무겁게 짓누르는 중력감에 놀라 튀어나온 그 말이 채 끝맺기도 전에, 모든 것이 어둠에 감싸였다. 하마터면 죽음을 맞이한 것이라 착각을 할 정도로 어둡고 무거운 어둠에, 몇 번이나 몸을 들썩였는지. 떨어지는 감각을 생생히 느끼며 컥 막힌 목소리를 몇 번이나 내질렀음에도 흐르지 않는 목소리에, 그녀는 제 치아로 아랫 입술을 터질듯 깨물어내버리고 말았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이라면. 이대로 끝이라면. 차라리 그 편이 더...
긴장이 풀리는 감각에 섬짓 소름이 돋아올랐다. 이곳을 나가야해. 그녀의 뇌리에 강렬히 들어박힌 한마디였다. 정신을 차리려 안간힘을 써보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광활한 어둠이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만, 그래. 최강의 힘이니 뭐니 하는 것을 실감하니 절망이 덮쳐오는 듯 했다. 놀아주네 뭐네 하면서 쏟아지는 빛에 결계를 치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은 것이다. 바니유, 너는 이번에도 지키지 못했니? 그의 두 눈이 벌벌 떨려왔다. 모든 것이 사라진다. 사라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묻혀버린다. 손을 뻗으려 해도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그때와도 같았다. 끝없이 절망하고, 절망하고, 다리가 절로 욱신거린다. 겨우 시야에 들어온 손이 벌벌 떨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은? 없어? 없는 건 아니지? 아, 아, 아...
절망적이다. 지킬 수 없음을 깨닫는 것 만큼 두려운 것은 없었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연인을 부르는 듯 했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빛이 없었다. 지키지 못했나, 사랑하던 이는, 지키고 싶던 사람은, 소중했던 동료들은 어둠으로 같이 떨어진건가.
전부 내 잘못이다.
내가 조금만 더 잘 했어도,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저번처럼 실수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Zut..."
전부 내 잘못이다.
"Pourquoi?"
왜 또? 그는 무력감에 두 손으로 얼굴을 덮어 가렸다. 술이 마시고 싶었다. 독한 술이 필요했다.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차갑게 식은 동료의 시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술이 마시고 싶었다. 술을 마셔야 전부 잊을 수 있었다. 몸이 떨리는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