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공고문. 파티 공지 동관 기숙사와 서관 기숙사 사이의 파티장에서 파티가 열립니다.
드레스 코드-공공시설에서 지킬 에티켓을 지킨다면 자유롭게. 일시-은 제국력 1xxx년 xx월 xx일 7시 30분부터(*입장은 7시부터 가능합니다) 행사-여러가지 행사가 가능합니다. 학생 자율로 왕게임도 가능합니다.
에밀리아 케펜하르트, 지운영 외 교사 n명이 허가합니다.
주의! 데플은 없지만 부상 등으로 구를 수는 있습니다. 어두운 분위기도 존재하고요. 개인설정, 개인 이벤트, 환영합니다. 완전 초보라 미숙한 스레주입니다.. 잘 봐주세요..(덜덜덜) 활발한 어장생활! 캡이 응원합니다!
전투 시스템에서 다이스를 사용합니다!! 라고 공지하지 않는다면 그냥 공격하시면 됩니다. 다만 공지할 경우에는 명중빗나감 다이스를 굴립니다. 다른 다이스가 필요하신 분은 자신이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두어개 풀어놓은 셔츠 안쪽으로 보이는 피안화 문신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면서 비류는 특유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목소리와 태도를 유지했다. 차라리 그런 식으로 파탄을 내어버린 게 나았다. 애초에 불평등한 협정이였으니까 말이다. 그 날을 기점으로 일주일은 언니랑 대화도 못해봤지만. 그 날을 생각하자 조금 비류의 눈이 흐려졌다. 세상에 일주일씩이나 한마디도 못했다. 비류에게 중요한 건 그거였다.
"망나니 황녀라니. 몹시 어울리는 말이 아닌가. 앞으로 나또한 그렇게 부르도록 하겠어. 영 유현이라는 이름은 입에 붙질 않아서 말이야. 그리고 그런식으로 만든걸 궁금해하지도 않으니 걱정하지 말지. 허나 그 말에는 동의해. 의견이 맞는다는 게 껄끄럽기 그지 없어."
가시를 세우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의 종교를 위해서 자신또한 송곳니를 드러낸다. 그런 이야기이다. 장벽 위에서 시체를 발로 굴려 바닷가로 떨어트리며 자신은 웃었다.
"해석하기 나름이야. 망나니 황녀. 방금 너가 한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마. 그럴 사유가 있었기 때문이야."
비류는 근본적으로 언니이자 왕인 그녀를 향한 애정을 넘어선 숭배와 맹목적인 충정에 대해 논하고 싶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황위 계승권을 포기했다고 하더라도 은 제국의 황녀다. 썩어도 지배자라는 것이다. 비류가 모호한 농담을 하며 비스듬히 미소를 짓고 여유롭게 어깨를 한번 들썩였다.
"그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다니. 영광인지 아니면 기분이 더럽다고 해야할지 판단이 잘 안서지만 나또한 너에게 가감없이 송곳니를 드러내도록 할게. 걱정하지마. 물어뜯지는 못하니까.이래뵈도 입학하면서 목줄이 매여있는 처지거든. 망나니 황녀에게 친근감이 섞인 가시돋힌 말이라니. 재밌군."
기숙사 안은 여느때와는 다르게 활발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다른 날과는 상반된 분위기의 이유를 묻는다면, 오늘 저녁에는 특별한 파티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할수 있다. 그 때문에 프란츠와 테오도르는 한자리에 모였고, 파티 준비라는 명목으로 방 하나를 차지하게 되었다. 로렌스는 여전히 책상 앞에 앉아있으니 특별한 일이 아니라면 나오지 않을것이다.
" 그럼 뭐부터 준비해볼까요? "
그가 테오도르에게 물었다. 방의 한구석에는 뭔가 이것저것이 담긴 봉투가 놓여져있다. 아마도 내용물은 파티용품이 아닐까. 봉투가 터질 정도로 빵빵한 것을 보았을때, 돈이 꽤나 나갔을 것 같기도 하다. 봉투의 입구 사이로 언뜻 폭죽 비슷한 것이 보인다.
" 의상이라던가, 특별히 가지고 갈 것도.. "
그는 봉투를 바라보며 자신의 두 손을 마주 잡았다. 그 안에 뭐가 준비되어 있을지는 열어봐야 알겠지만, 마치 굉장히 특별한 것이 있는 것처럼 그는 즐거워보이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이쯤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지.
굳이 말하자면 앞머리로 눈을 가린다던가 하는 것은 패션일지도 몰랐다. 굳이 하나 더 말하자면, 요 몇일을 가만히 지켜본 무뚝뚝함도 그냥 성격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동족은 동족을 알아본다고 해야할까? 이아나는 몇 일 전에 정말로 우연히 학교에서 지나가다가 처음 본 새파란 머리에, 하얄고 마른 그녀를 보고 이상한 기시감을 떨칠 수 없어서 계속 그녀를 졸졸 쫒아다니며 물어봐야 할지 말지를 고민한것이다.
'안녕하세요? 초면에 죄송하지만 혹시 혼혈이신가요? ...아냐아냐. 이상해... 바로 이상한 취급을 할거야!' '그러면 어떻게 말해야 하지?'
라고 고민하던 차, 이아나는 결국 그녀의 방-세상에 이아나 도대체 무슨 짓을-에 그녀가 들어가는 것 까지 멀거니서 스토킹하게 되자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며 그녀의 방문을 똑똑 두들겼다.
"번견이라고 불리기 싫은 사람이 할말은 아닌거같은데, 저도 비류라고 부르기는 싫다고 일부러라도 말할겁니다. 그냥 서로 날세울만한 단어로 부르는건 지양하는게 좋지않을까요."
차라락 거리는 소리를 내고 종이쥘부채를 펴서 얼굴을 가렸다 접는다. 일시적으로 짜증나는 표정을 지은걸 가다듬기 위함이었다. 번견이라고 놀렸다고 지금 되갚아주는거냐.. 공감가는 이야기는 제법 있는 모양이지만 이런점이 으르렁거리게하는 원흉일지도 모르겠다. 내 잘못도 많지만.
"피차 비밀을 많이 간직해두고 있네요. 이바닥에선 안그런 사람이 어디있겠냐만은."
가령 내가 모든 아바돈을 쓸어버리기 위한 극단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누구앞에서 드러네겠는가. 그건 정말로 내 아군이라고 생각될인간이라도 쉽게는 이야기하지 않을것이다. 실종사건의 건도 그렇다. 그걸 알고있는 황가에서도 완전한 진실을 알고있는것은 몇되지않는다.
"당신은 내가 못가진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적어도 가치를 인정하고 있답니다. 저는 개는 싫어해서, 목줄이 묶였다 하더라도 가시로 쿡쿡찔러서 약올리고싶거든요. 가지지못하는 남의 사유물인게 아쉬워요. 가질수있었다면 좀 더 친해졌을텐데."
방향이 어떻게되었던 충신으로서의 확고한 신념은 내가 가지지못한 물건이다. 본능에 휩쓸리는 존재로서는 탐날수밖에. 시기하면서도 탐욕스러운 눈치를 슬며시 보였다 부채속으로 가렸다.
편대장이 부르짖는 소리가 귓가를 때린다. 싸움터 냄새…. 아바돈이다. 구역질이 식도에서 솟구친다. 피비린내와 화약 냄새로도 지울 수 없는 저 더러운 악취…. 녹슨 쇠라고 해야 하나, 썩은 시체인가…. 아바돈이란 사실 별 냄새가 나지 않지만, 근처에만 있어도 그런 향이 나는 느낌이 든다. 어쩔 수 없다. ‘전장의 향기’ 따위 단어로 미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전투 태세다. 순간 싸움터는 싸늘해진다. 이백 미터 앞에 사냥감이 있다. 수십 명이 동시에 침묵했다. 아바돈은 이미 우리를 눈치채고 있을 것이었다. 중급이나 되는 녀석이라면 말이지. 땅에서 부글부글하고 검은 연기가 끓는다. 저기서 졸개들이 나온다.
수호병과 공격수, 거기에 치유 전담이나 브리지까지 갖춘 어엿한 팀이라도 전투 직전에 꿈쩍없이 얼어붙는 경우가 왕왕 있다. 프론트가… ‘우리’가 얼어붙어 버리기 때문이다. 우리 프론트들의 싸움에 필요한 건 처음 달려나갈 용기다. 가끔 전방에 서서 뒤를 바라보면, 장총이나 인챈트된 활 같은 것을 지닌 후위대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쳐다볼 때가 있다. 프론트가 빨리 달려나가 주길 바라는 것이다. 프론트는 움직이지 않는다. 신호가 있기 전까진, 뒤에서 부추기기 전까진 달려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몇 번 본 해프닝이지만, 시사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겁먹지 말고, 소환수 조심! 측면을 제일 조심해라. 돌격!”
그러나 나는… 이제 그러지 않는다. 수신호와 함께 프론트 대원들이 달려나갔다. 물소 떼가 돌진한다. 개중에는 나 같은 늑대가 몇 섞여 있다. 프론트윙. 공격수지만, 수비도 겸할 수 있어 프론트와 함께 전방에 서는 로머 말이다. 뒤에서는 목줄이 풀린 검은 개들이 송곳니를 세우고 달려오고 있다. 검은 연기가 뭉치며 끔찍한 무언가가 되어 물소들을 할퀴기 시작했다.
팔을 뻗고, 바닥에서 허공을 향해 손바닥으로 길게 호를 한 번 그렸다. 궤도를 따라 흙이 가시가 되어 솟구치며 졸개 아바돈들의 턱과 팔을 꿰뚫었다. 측면에서 괴성과 함께 한 무리가 몰려오자 흙을 녹여서 벽을 세워 우리 프론트를 감쌌다. 무거운 것들이 벽에 부딪혀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땅과, 불타 쓰러진 나무들, 바위, 적 아바돈의 육신…. 모든 것이 내 전장을 위한 재료다. 다리에 힘을 실어 선두로 달려나갔다. 창날의 끝이야말로 가장 큰 바람을 맞는다. 아바돈들이 발톱을 세우고 내게로 온다. 그러나 두렵지 않다.
작은 아바돈 하나를 통째로 녹여 몽둥이로 만들고 허공에서 곧장 잡아챘다. 아바돈들의 갑피를 녹여 하나씩 박살내며 질주했다. 떼구름처럼 한 무리가 또 덮친다. 몽둥이를 내던지고 맨 앞 아바돈의 머리통을 손으로 붙잡았다. 물컹한 감촉, 역겹다. 한순간에, 줄지은 아바돈 떼가 녹아 바닥에 흩어졌다. 본체들이 흐물흐물해진 형체를 유지한 채로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지만, 이윽고 뒤따르는 로머들의 발에 밟혀 모조리 으스러졌다.
목표물이 가까워진다. 살갗을 모조리 찢어 버릴 듯이 포효하지만, 나는 이제 두렵지 않다. 모든 것을 녹이고 다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부터 그랬다. 아끼던 전우들이 죽었을 때부터, 더 이상 하마르에서 아브니르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때부터, 아군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아바돈을 죽이는 것에서 더 큰 기쁨을 발견했을 때부터….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 몸이 너무 솔직하다. 눈 반짝이면서 우리 프랑이가 가져온 봉투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말이지! 젠장! 공부해야 하는데 왜 하필 이런 일이 생기는거야! 파티쯤,보충 시험 끝나고 열면 안대에? 어?! F 받는 애들은 사람도 아냐?! 우리도 인권이 있다...있다... 없어,그딴거! 파티 즐길래! 일단 놀고 보자. 먼저 나는 아주 즐거워보이는 프랑이한테 질문 한번 해본다.
"그래서 무슨 복장이야? 뭐,프랑이한테 빌리는 입장인데 이런 얘기 하면 좀 그렇지만."
그리고 폭죽은 뭐하러 사온거야,이거? 기숙사 규정상 화약 가지고 오는것 까지는 괜찮은데 이런 폭죽 터트리는건 안되던거 같기도 한데,아니면 밖에 나가서 터트리면 상관 없는거였던가? 어쨌든 나는 프랑이가 가져온 봉투를 집어들고 거꾸로 든 뒤 탈탈 털어 도대체 뭘 가져왔나 보기로 한다.
그러자 옷 몇벌이 튀어나왔는데,그중 하나는 진짜 입고싶지 않은 옷이었다. 나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열심히 말을 돌리려고 한다. 나는 그 저주스러운 옷을 집어들고 히히히 웃으면서 프랑이한테 이야기한다.
"이야,프랑이 용기있네. 이런 옷도 입으려고 하고 말여! 나는 죽어도 못.입을.거.같거.든. 하.하.하."
프랑이를 차마 똑바로 볼 수 없어서 공기를 쳐다보면서 말한다. 이 저주스러운 옷은 바로 동물 귀에 꼬리까지 달려있는 여우 잠옷이었다. 아아니?! 저기요?! 이런거까지 준비해오는건 좀 그렇지 않니?! 게다가,프랑?
"야 임마! 이런 옷은 니가 왜 갖고 있는건데! 너 설마 잘때 이런 잠옷 입고 자는거야?! 잠깐,안돼,안돼!"
날세울만한 단어는 지양하자는 유현의 말에 여유로이 비류는 어깨를 으쓱이고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긍정의 표시였다. 주의하지. 유현. 덧붙히는 말은 날이 서있지는 않았지만 모호한 농담이다. 다시금 들려온 번견이라는 단어에 곱지 않은 시선을 잠깐 보냈지만 그뿐이다. 부채를 펴서 얼굴을 가리는 걸 허리춤에 찬 긴 장도 손잡이에 팔을 걸치고 느긋하게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어차피 다 제쳐두고 학생이니까. 비밀은 여자를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하지. 그렇게 생각하자고. 피차, 비밀을 캐낼 생각은 없잖아?"
너도 나도. 그렇지? 느긋하게 중얼거리면서 비류의 시선이 유현을 지나쳐서 비가 오는 풍경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큭큭 여유롭게 웃음을 흘렸다. 네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든 그것이 나의 종교를 무너트리는 게 아니라면 상관없다. 오롯하게 언니를 위해 죽이고 언니를 위해 피를 묻히고.
그저 언니는 그곳에서 웃고 있어. 빛처럼. 나의 종교. 나의 신앙.
"약을 올리면 개라고 생각했던 것이 맹수라는 걸 알려주지. 풀지 못해서 묶여있는 게 아니라 풀기 귀찮아서 묶여있는 거니까."
가질 수 있다면 더 친해질수 있었을 거라는 말에는 다시금 비스듬히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본디 가지지 못하는 게 더 탐나는 법이다. 시기하고 탐욕스러운 눈빛이 부채에 가려졌고 낮아진 목소리가 여유를 담는다.
뒤늦은 자기소개와 함께 훈련장을 떠난다. 이제야 좀 막힌게 싹 트이는 기분이다. 어둑한 하늘을 바라보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는다. 비가 조금 그친듯하지만 여전히 먹구름으로 가득한 하늘이다.
"말동무정도만 해줘도 사례는 충분해."
장난스레 건넨 말에 우물쭈물 이야기를 중얼거리는 시엔을 내려다보며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야기한다. 목마르단 얘긴 진심이었으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카페로 향하기로 한다. 아마 이 아이도 이렇게 마주하는건 처음이겠지 싶었다. 이런 어둑한 날씨에도 실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성격이라면, 습성 자체가 다르니 마주칠일이라곤 전혀 없었겠지.
"선배라는 말은 너무 딱딱한데, 편하게 불러도돼. 시엔."
촉촉히 젖은 바깥길을 조용히 걷던 클로드는 후배에게 편한대로 불러달라고 말한다. 동급생과도 야야거리면서 말을 트고 다니는데 오히려 선후배 운운하는게 더 부담스러웠다. 잠시후 카페에 도착하고 안으로 들어서 시엔에게 무얼 마시고싶냐며 넌지시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