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아. 왕족이었구나. ...젠장. 어째 귀하게 자란 티가 난다 했어. 그럼 더더욱 수상해보이지 않도록 뒷짐진 손은 다시 앞으로 하자. 그리 생각하며 건빵 봉지를 든 손을 다시 앞으로 해서 모으고 있는다.
"......별... 좋아하시는건가요? 그렇구나. 음. ...별......... 이랬죠. 네. ...별에 대해 아는 게 얼마쯤 되시나요? 별을 많이 좋아하시나요?"
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밤의 어둠을 그대로 담은 것 같던 왼쪽 눈과 백야와 같던 오른 눈이 기묘한 빛을 품고 빛난다. 그녀는 워낙에 별을 좋아했으니 당연한것이겠지.
"그리고 사례가 정말 그걸로 괜찮다면 저도 뭐라 안 하겠지만...... 음. ...아무튼 감사합니다. 크로즈델 씨... 아니 왕족이시랬으니까 크로즈델 님...? 어...... 어떻게 불러야 맞는 건가요?"
난처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당신을 봅니다. 그러다가 졸고 있는 까마귀를 보고는 조금 고민하다가,
"...까마귀...... 귀엽네요. 까마귀는 이름이 뭔가요? 털도 되게 보들보들해보이고...... 되게 사랑받는 아이 같아요."
부들부들하게 웃으며 그리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도 올려다봤을때 얼굴에 그림자가 살짝 지는 그것이 조금 무서워 한 발짝을 뒤로 가려다가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 어째서 나는 이렇게 심약한 성격을 타고난걸까. 내 천성이 그렇지 않았더라면 괜찮았을 터인데. 천성이 이리 간이 작고 심약하여 매번. 시엘의 대체재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려면 나는 심약하지 않아야 한다.
그 자리를 뜨면 그만일 거라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상대는 끈질기게 따라왔다. 묻지도 않는 말들을 혼자 줄줄 내뱉으면서. 뒤에서 저러고 따라오니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아마 최근 들어 가장 짜증나는 상대가 아니었을까. 저 사람의 머릿속에는 민폐라는 단어가 없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건물의 밖으로 나왔다.
"짜증나..."
그때까지도 달라붙은 상대를 보고 나는 짜증을 한껏 담아 쏘아붙였다.
"묻지도 않은 걸 일방적으로 들이대놓고 나도 말하라 강요하는 그 정신머리 한번 참 대단하다. 아니면 둔해빠진 건가? 아님 둘 다? 모르면 가르쳐줘야지. 그쪽, 민폐니까 꺼져."
그림자 가시로 위협을 할까도 생각했으나 이 이상 내 능력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쯧. 신경질적으로 혀를 차고 홱 돌아섰다.
그는 뭔가를 사들고 기숙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구름이 끼어서 그렇게 날씨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의 기분은 날씨와는 상관없이 들떠있었다. 항상 들떠 있는게 아니었냐고 묻는다면 '아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적어도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감정 기복이 있는게 당연한 일이 아닌가. 아무튼 방금 전에 산 무언가를 담은 봉투를, 능력을 사용해 자신의 오른쪽에 띄우고 걸어가는 그는 느긋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 빠진건 없겠지.. 우유랑.. "
가끔씩 그는 봉투를 손에 쥐어 그 안을 확인해보며 혼잣말을 했다. 장난으로 말하자면 친구로부터 모종의 임무를 받았다고나 할까. 그는 다른 손으로는 아마 사와야 할것이 적혀있을 종이를 보며 봉투에 있는 것과 대조해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앞에 있는 여학생과 부딪힌 그는 살짝 비틀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고 봉투도 멀쩡하게 공중을 떠다녔지만, 그는 여학생에게 곤란하다는 듯이 사과했다.
암브리시오. 자신의 본국. 폐하가 있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비류는 유연하게 생각을 고쳐먹었다. 폐하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입밖으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올거 같아서 비류는 본국의 복장인 회색 제복을 입은 채 거리를 걷고 있었다. 한번씩 조금은 신기하다는 듯이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며 걷는 그 발걸음은 몹시도 조용했다.
다른데에 시선을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류는 자신과 부딪힌 남성을 향해 버릇처럼 손을 뻗었다가 이내 거둬들였다. 이놈의 버릇. 비류는 살랑거리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면서 남자를 바라본다.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선을 건네다가 곤란한 사과에 맞춰 비스듬히 웃어보였다.
"마음쓰지 않아도 좋아. 주저앉아서 타인의 이목을 집중시키지 않았고 순전히 다른 곳을 보고있던 잘못이지."
아, 물론 내 잘못이야. 너는 괜찮나? 언뜻 들으면 시건방져보일 말투는 여유가 묻어났다. 눈동자가 살짝 데구르르 굴러 공중에 떠있는 봉투를 바라봤다가 이내 다시 상대를 향해 옮겼다.
상대방이 다시 손을 앞으로 하자,건빵 봉지가 보였다.무언가 했더니 저거였구나.속으로 안심함과 동시에 자신의 판단력을 다시 한번 신뢰하게 되었다.역시 그렇게까지 위험한 인물은 아직 이 아카데미에는 없는 듯 싶으니. 이어 들려오는 말에 조금은 냔처한듯한 미소를 다시 지어 보이며,입을 열었다.
"안타깝게도,저는 별 자체를 좋아하는것이 아니고 별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답니다."
아,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라면 얼마든지 기억하고 있지만요.가볍게 덧붙이며 다시금 곱게 웃어보였다.조금은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저쪽의 반응을 보아하니 상대방은 별을 굉장히 좋아하는것 같아 보이는데.자기 앞에 있는 어여쁜 아가씨를 실망시키는 건 아닐까 했다.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자신은 그저 시간이 남아돌때 별을 보거나 책으로 접한것밖에 없었으니까.상대방의 별을 좋아하는 마음과는 달랐다.
"후후,왕족이라고 해서 너무 어려워하실것 없어요.시엔 아가씨께서 편하신대로 불러주시면 된답니다."
왕족이라고 해서 특별한 호칭으로 불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혈통이 어찌 되었던지 근본적으로는 다 같은 사람이었고,이곳에서는 왕족이기 이전에 학생이었으니만큼 모두가 평등하게 불려야 한다.모두가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
이어 들려오는 제 반려에 대한 호평에 방긋이 웃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시엔 아가씨.이 아이의 이름은 레이라고 합니다.다른 까마귀들과는 다르게 똑똑하고 영리해서,많이 사랑받는 아이랍니다."
"...물론,큰까마귀라는 이유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금 레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가엽기도 하지.이 아이는 무슨 죄일까.죄가 있다면,그것은 되려 자신에게 있는 것일텐데.라니,말도 안 되잖아?나는 그저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야. 아무튼 다시 뒤로 한 발짝 물러서는 상대방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기울였다.
저런 무포기 정신은 도대체 어디에서 파는 걸까.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면 저렇게 되는걸까. 몹시 궁금하지 않은 의문이었기에 그대로 생각을 구겨 버렸다. 관심 끄자, 꺼. 내 이런 반응에도 상대는 역시나 포기하지 않고 쫓아오며 이 말 저 말을 해대었다. 머릿속이 비었는지 아닌지, 아니, 저정도로 잔머리를 굴릴 정도면 아예 빈 건 아닌가본데. 어느쪽이던 나와는 하등 관계가 없었으므로 딱 필요한 말만 받아쳤다.
"그쪽과 엮인다면 나는 그 실습을 포기하겠어. 그쪽과 어울려야 한다면 팀워크 따위 내가 알 바냐. 혓바닥 놀릴 시간 있으면 스스로 개과천선하지 그래. 언제까지고 누가 뒤를 봐줘야 살 수 있는 꼬맹이가 아니라면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걸어가다가 가로수들이 쭉 늘어선 길에서 멈춰섰다. 가로수가 저 멀리까지 이어져있고, 그 가로수만큼 그림자도 이어져 있는 길. 나는 나무 그림자 위로 발을 디디며 마지막 경고를 남겼다.
"실습에서는 어쩔 수 없겠지만, 그 외로는 눈에 띄지 마. 아는 척도 마. 그쪽 이름 같은 건 이미 잊었으니까."
그 말을 끝으로 내 몸은 그림자 속으로 쏙 빠졌다. 누구도 쫓아오지 못 할 그림자 속을 유영해 그 자리를 피했다.
뒤로 밀려났을때 그녀가 왠지 손을 내민것도 같았지만, 그는 봉투가 능력의 영역을 벗어난게 아닌지 확인하려 했기 때문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가 그에게 답변을 들려줄 즈음에는 봉투가 아슬아슬하게 떨어지려 하는 우유통을 지탱하며 둥둥 떠있었고, 그는 슬그머니 능력을 사용해 우유를 안으로 집어넣었다.
" 다친데가 없으시다니 다행이에요. 저는 괜찮답니다. "
그는 말을 마치고 난뒤, 미처 머리도 묶고 나오지 않아 제멋대로 흩어진 머리카락을 한데 모았다.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었고, 그는 그제서야 그녀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제복의 모습에 그는 잠시 의아해했고, 곧 그녀에게 제복에 대해서 물었다. 정확히 하자면, 조금 돌려서 말하기는 했지만.
" 혹시.. 이 학원의 학생이신가요? "
기숙사에서 굉장히 가까운 곳이었으니, 그가 그렇게 묻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주변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틈틈히 지나다니기도 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