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늘 차가운 밤하늘이 눈동자를 가득 채워내곤 했다. 시리도록 푸른 검은색 물감을 어지럽게 칠해놓기라도 한듯 선명하고 광활한 밤하늘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끔은 내가 이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밤하늘에 떠오른 별들을 전부 세어내고 나면, 피어오른 구름들이 전부 져버리고 나면, 어여쁜 세상이 사라지기라도 할 것만 같아서 나는 늘 도중에 눈을 감아버렸다. 어쩌면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게 두려웠던 걸지도 모른다. 나를 지워내면 너무도 완벽한 세상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가장 완벽한 그림을 위해 스스로를 지워내려 한걸지도 모른다. 어린 날의 밤하늘은 그렇게 아름답게 저물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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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열어둔 창문 틈새로 밤바람이 스며들어왔다. 차가운 바람이 피부에 닿는 그 감촉이 섬찟 소름 끼치면서도 어딘가 기분이 좋아져, 그녀는 느릿히 제 눈꺼풀을 깜빡여냈다. 모두가 잠든 뒤 생겨나는 정적, 이따금 불어오는 밤바람, 그리고 하늘을 가득 채운 검은색. 옅은 달빛이 입혀진 검은색은 그 어떠한 색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열일곱의 여름밤, 그 어여쁜 밤하늘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아름답고도 상처가 쓰라린 계절의 밤이었다.
이유 없이 눈물이 쏟아지는 날에는 억지로 눈물을 삼켜내고 외로움이 천장을 가득 채우는 날이면 이불을 머리 끝까지 올려 몸을 웅크렸다. 하루에도 열댓번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품으면서도 악착같이 살아가길 원했다. 제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으로 모순적인 인간이더라. 죽기를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살기를 바라는 꼴이 그리 우습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제 모습이 우스워 한바탕 웃고 나면 또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같아 몸을 웅크리고 제 손톱이 어깨를 파고들만큼 꽉 제 몸을 껴안는 그녀였다.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 누군가가 앞으로도 제가 세상을 계속 살아가는 것을 원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죽음을 슬퍼해주기를, 누군가가 저의 삶을 응원해주기를. 죽음을 결심한 아이는 죽음을 두려워했고 그런 저를 누군가가 붙잡아주기를 간절히 원했더라. 그렇게라도 살고 싶었던 아이는 매일 밤 떠오르는 달을 보며 저 달이 자신을 보아주기에 살아가는 것이라 중얼였다. 아이의 중얼임을 달이 들었을지는 잘 모르겠다만, 열일곱의 어린 아이는 그렇게 미래를 살아가기를 쓸쓸히 다짐했다. 우울하고 쓸쓸한 날에는 밤하늘을 바라보던 것이 어느새 자그마한 습관이 되어 삶을 살아가야할 이유가 되어있었다. 참으로 유치한 이유였다. 감정없이 차가운 검은색으로 덧발려진 밤하늘을 눈길로 쓰다듬고 달빛이 덧그려진 밤이면 또 그것을 쓰다듬으며 내일을 기약할 수 있었다. 아직도 잠에 들기 전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녀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시리도록 아픈 저의 어린날을 돌아본다. 그때와 다름이 없는 달덩이를 바라보며 눈을 감고 나면 마치 그 어린날의 차가운 밤으로 돌아간 것만 같아 마음이 시리면서도, 지난 밤들을 잊지 못하는 것을 보면 그리 찬란히도 슬펐던 날들이 마냥 아픔으로 차있지는 않았더라. 아픔에 가려진 기쁨또한 많았더라. 지우기엔 아까운 기억들이 별대신 떠오른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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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잊었다면 거짓이겠지만 이제는 아픔을 묻는 법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었다. 버리기엔 찬란한 기억이라, 마음 속 한구석에 묻어 이따금 꺼내볼 추억이 되어버렸다. 코끝이 찡해지는, 그 날의 한기까지 모조리 떠오르는 그 선명하고 차가운 기억들을 그녀는 미워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 웅크려 눈물을 삼키는 아이를 미워하고 싶지 않았다. 상처는 그렇게 잊혀져 가고, 기억 속의 아이도 눈물을 멈추어 가겠지. 그렇게 어느 날에 아이는 조용히 떠나가겠지. 달을 바라보지 않아도 눈을 감을 수 있게 되겠지. 기억이 담긴 상자에 발걸음을 하지 않아도 될 날이 오겠지. 눈꺼풀을 떠올리고 나면 차가운 밤이었다. 별이 아름다운 도시의 차가운 밤이었다.
사실 권주의 설정에서 많이 차지 하는 게 PTSD죠. 거울을 뚜렷하게 들여다 보지 못한다던가, 사죄를 많이 하는 습관, 자괴, 불안장애, 특정 상황을 기억을 못한다던가... 아까 천장을 무너트린 행동도 트리거를 찌른 덕분에.(흐릿) 여기서 더 있긴 하지만... 여기까지입니다:)
>>736-739 핫 센하주...! (위로한다(??) 울지 마세요...!! 지금은 센하도 있고...! (가장 큰 이유(??) 유혜는 꽃길이에요! 아마!(?) 헉 아뇨아뇨...! 전문적으로 쓰고 싶지만...!(???) 으아아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진짜진짜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스레분들 모두 금손인데 착하시기까지.....(사망)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테이저건을 들고 나름대로 위협을 해보고 발사해봤지만 역시 닿지 않았다. 닿지 않을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경찰이기에 막아야만 했다. 이대로 가면, 겨우 붙잡은 박샛별. 그녀가 풀려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멈춰요!! 멈추지 않으면 정말로 발포할 거예요!"
"......닿을 거라고 생각하나? 조용히 총을 내려놓아. 안 먹힌다는 것은 너도 알잖아."
"그렇다고 해도..! 저는 경찰이에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나의 S급 익스파가 담긴 탄알이 날아갔지만 역시나 닿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고 예상한 일이지만..그 때문에 분했다. 점점 뒷걸음질을 치면서 거리를 띄우지만, 이대로는 위험했다. 정말 이대로 가면...
"왜, 왜 이런 일을 하는거죠?! 대체 왜?!"
".....그건 내가 델타이기 때문이다."
"델타...? 무슨.."
"알 필요는 없어.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어."
이어 내 목이 잡혔고, 나는 순식간에 정신을 잃었다. 분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느낀 감정은................
...그것조차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내 의식은 어둠 너머로 조용히, 조용히 가라앉았다.
마지막으로 부른 이름은 나의 아빠의 이름이었다.
아빠.......아빠......
긁어왔어요! 당연한 일... 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상한걸 느꼈어야 했는데.(흐릿) 뭔가 하윤이도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한것이였으니... 스레주의 설계가 새삼 대단해요...(반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