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조금만 더 참으면 성 아르고트 성전기사단의 본거지인 빛의 요새로 돌아간다. 아카데미에서 생활한 지 2년 가까이 되었지만 아사티르는 이곳이 익숙해지지도 편해지지도 않았다. 빛의 요새에 있었을 때가 더 나았다. 침대는 돌같이 딱딱하고, 어른들은 무뚝뚝하며 낮에는 강도 높은 훈련과 밤에는 신학을 공부하는 힘든 삶이었지만 아사티르에게는 빛의 요새가 진짜 집이었다.
아사티르는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시계탑에서 시간을 확인했다. 신전으로 가기에 아직 시간은 널널했다.
그렇게 말하곤 너를 가만히 보았다. 네가 굉장히 동요한 것 같았다. 그런데도 미친 사람처럼 계속 말이 쏟아졌다. 입은 제멋대로 움직였고, 내뱉어지는 말들은 네게 하고 싶지 않았던 말들 뿐이었다.
"......울으면 안돼는데 자꾸 울고 있네. 나 진짜 멍청하다. 그치? ...그런데 난 죽어도 어차피 잃을 게 없거든. 내 가족들은 날 그닥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고, 내 언니는 이미 갔고, 난 언니의 대용품처럼 언니를 상기시키는 존재가 될 뿐이지. 그러니까 내가 죽는다면 넌 살았으면 좋겠어. 로머가 되어서도, 몸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 내가 그렇게 살 수 없으니까 니가 그랬으면 좋겠어. 그 사람은 그럴 수 없었으니까 네가...!"
그렇게 말하며 웃으려다가, 갑자기 스쳐지나가는 생각에 눈을 깜빡인다. 아, 이제보니까 나도 널 언니와 겹쳐보고 있나보다. 자괴감 든다. 기분나빠. 싫어. 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걸 내가 너에게 하고 있을까?
"...아."
이게 아닌데. 나 때문에 이 관계가 망가질 것만 같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전부 잘못했어요.
"......아아. ...이게 아닌데. ......미안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한테 이럴 줄은 몰랐어. ...무의식적으로 널 내 언니랑 겹쳐봤나봐. 어떡해. 어떡하지. ...미안해. 네가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그랬나봐. 아냐 이건 역시 변명이지. 그래, 내가 전부 잘못헀어. 미안해, 미안해, 진짜 내가 다 미안해. 내가 너한테 뭘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내가 너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까? 너처럼 다정한 사람을 또 다른 다정한 사람과 겹쳐보는 걸 그만두려면 어떡해야 해? ......어떻게 해야 나는..."
아사티르는 디트리히의 마지막 말을 속으로 곱씹었다. 그도 여타의 아이들처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랐으면 디트리히처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 아이들은 많은 선택지가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그는 기사들과 그 종자들이 가득한 빛의 요새에서 자랐고 신학과 검술을 공부하며 컸다. 어린 시절, 빛의 요새가 세상의 전부였던 그에게 성단기사단의 기사 외에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후회하고 있는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아사티르는 기사들의 도움으로 리그트 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고, 아버지 같은 존재인 기사, 글렌과 같이 모험을 할 수 있었다.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 선택할 거야, 라고 아사티르는 다짐했다.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까. 문득 다시금 깨달은 건, 내가 그렇게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그리고 그동안 시엔과는 이상하리만치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는 것.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고 나니 꿈에서 깬 것만 같았다. 다시 나는 소심한 인디고 키트로 돌아온 것이었다.
시엔의, 그러니까, 언니. 죽은 언니. 처음 들었다. 대용품이라니. 그리고 시엔은 그 사람을 내게 투영했다. 왜였을까.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나? 아니지, 아니다. 시엔이 울고 있는 이유는 그리움인가, 질투인가? 원망일 수도 있었다. 다만 실습이 가까워진 것 때문에 생긴 불안은 아닌 것 같았다. 혼란스러웠다. 여기는 티엘린 아카데미다. 로머가 되고 싶어 목숨을 거는 자들이 겨우 턱을 걸쳐 들어오는 명문. 나도 두 해를 바쳐서 겨우 들어왔고. 그러면… 시엔은 로머가 되길 바라지 않았던 것인가? 도대체 뭐지?
“죽지 않을게!”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 뿐, 대안은 전혀 없었다. “절대 안 죽을게…. 앞으로 더 강하게 돼서, 하마르 대륙을 전부 수복할 때까지 전장에서 죽지 않을게. 난, 노력하고 있으니까…. 분명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난!”
허겁지겁 말하며 팔을 엉거주춤 들었다. 어깨를 붙잡아 줘야 하나? 등을 토닥여 줘야 하나? 나는 단념하고 다시 팔을 내렸다. 지금은 무얼 하든 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