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신기하다며 웃더니, 바닥에 앉은 널 보다가 네 곁으로 조금 더 다가갔다. 그러곤 살짝 기댔다. 오늘은 왠지 주변에 누구라도 좋으니 있어줬으면 했어. 근데 그게 네가 될 줄은 몰랐네.
"...어, 이거 주는거야? ......고마워."
제게 건네어진 음료를 보다가 마개를 잡고 낑낑대다 겨우 마개를 뽑아낸다. 겨우 뽑아낸 뒤 음료가 담긴 병 끝자락에 입을 대고 음료를 입에 머금고 목 뒤로 금방 넘겨버린다. 혀로 음료의 맛 같은 가벼운 것이라도 감각이 느껴지니까 어쩐지 외롭지만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외로운데도 그렇지 않다고 일부러 착각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지만 나는 원래 그런 당연한 거짓말을 하는 존재였으니까 당연한 것이다. 나는 멍청하기 그지없었고, 뭘 해도 그녀에게서 이길 수 없었으니까.
"...별자리, 글쎄. 새로운 게 나타나긴 했을까. ......사실 별똥별만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럴 일 없지만..."
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게 싫거든. 그렇게 덧붙이곤 가만히 널 보다가 웃는다.
"너는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 있어? ...아니면 싫은 사람을 잃어본 적 있어? ......별이 떨어지면 그건 사람이 하나 간 거라잖아. 갑자기 생각나서."
나는 지금 어떤 표정일까? 울고 있어? 아니면 웃고 있어? 글쎄, 난 모르겠어. 내 안면근육이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이는 기분이야. 분명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데 내 마음대로 안 움직여. 분명 나는 웃고 있는데 사실 속으로는 아니야.
나는 생각에 빠졌다. 피센의 마르바에서 보낸 유년기, 티엘린에 들어오기 위해 2년동안 공부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잃었나. 엄밀히 말하자면 잃은 것은 없었다. 백척간두 위에서 나는 이상하리만치 잘 버텼다. 하지만…. 그래.
“없어. 변명하자면, 그래서 조금 무서워. 언제라도 잃게 될까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거지, 난….”
천구는 세상 주변을 돈다. 일 년에 한 바퀴씩, 태양과 함께 황도도 운행한다. 별은 어찌 보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 머리카락 한 올만큼, 모든 것은 남쪽으로 밀려가고, 동쪽에서 다시 쓸려온다. 이름을 알거나 모르는 별들이 사라지고 또 태어나는 것이다. 이 잔인한 운행에서 유일하게 불변하는 것은 북극성뿐이다. 조금 슬퍼져서 숨이 답답해 콧숨을 킁, 하고 쉬었다.
“그래도 난 다행이라고 생각해. 아직 젊다는 게, 잃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는 거잖아. 부모님이나, 스승님이나, 그리고 너나…. 어쩌다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고. 하여튼 마음 준비를 하는 법을 배울 시간이 많이 남은 게 다행이야.”
로머라는 직업을 지망하게 되었다면 각오라는 것이 필요하댔지. 시선은 계속 하늘을 향해 있었다. 밤바람이 조금 차가웠다.
앙투안의 대답에 소녀는 움찔 놀란듯 보였다. 어째서인지 짐작이 가지 않았지만, 앙투안은 굳이 이유를 묻지는 않았고, 소녀 역시 그 이상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기에, 주변에는 다시금 침묵이 내려앉았다. 앙투안은 문득 머리 위에 비추던 태양빛의 각도가 바뀌었음을 깨달았다. 생각보다 광장에 온 뒤 시간이 많이 흐른 모양이었다. 보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 처음 광장에 왔을 때만 해도 머리를 쪼갤것만 같던 두통도 어느새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잦아들어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지나면 완전히 없어질 것이다.
이름을 묻는 앙투안의 질문에 소녀는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역시 초면인-혹은 강의실로 이동할때 멀리서 봤을 가능성도 만에 하나는 있었지만-사람에게 이름을 말하는 것은 내키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앙투안이 생각한 찰나, 소녀가 대답했다. 헤일리 미뉴엣. 성씨가 춤곡의 이름이라는 사실이 잠깐 앙투안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만약 앙투안이 좀 더 붙임성이 있거나 너스레를 떠는 성격이었다면 관련 질문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붙임성 있는 성격도 아니었고, 너스레는 더더욱 없었기에, 앙투안은 그저,
"앙투안 위페르. 4학년이야."
선선히 헤일리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럼. 미뉴엣 양. 내가 꽤 시간을 뺏은 것 같네."
앙투안은 악보가 적힌 초콜릿 봉지를 주머니에 넣었다. 잉크가 다 마른 것을 확인했으니 안에서 번질 우려는 없었다. 앙투안은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서서 앉아 있는 동안 구겨진 옷깃을 바로잡고는 헤일리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두통도 나아졌고, 곡도 얼개를 잡을 수 있었어. ...고마워. 좋은 저녁이 되기를."
아사티르는 마지막 단추를 채우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카데미의 교복이 아닌 사제복을 입고 있었다. 일상복이 곧 사제복인 그가 이곳에서 사제복을 입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렇게 그가 사제복을 입게 된 이유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아카데미 내에서는 유스쿠 교의 각 신들을 모시는 신전이 세워져 있다. 아사티르도 라저 종파의 교리를 따르는 견습 사제이다 보니 아카데미 내 신전을 관리하는 사제와 같은 동년의 학생들보다도 더 친해지게 되었다. 사건은 어제, 사제는 신전 근처에서 나무의 가지를 치다 넘어져 심하게 다치게 되었다. 상태가 생각보다 심각해 도저히 미사를 드릴 수 없는 처지였고 그를 대신해서 아사티르에게 부탁하게 되었다. 리그트 신을 모시는 입장으로서 아사티르는 망설이지 않고 사제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옷장의 한켠에는 검이 세워져 있었다. 본래라면 검을 차고 다녀야 하지만 오늘은 성 아르고트 성전기사단의 견습기사가 아닌 리그트 신을 따르는 견습 사제로서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검을 차고 가면 안 된다. 언제 어디서나 검을 들고 다니던 아사티르에게는 낯선. 그러면서도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그나저나 잘 할 수나 있을련지..."
한 가지 걱정이 되는 점은 자신감이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리그트 신을 모시며 살면서 미사나 기도는 셀 수도 없이 드렸지만 본인이 주도해서 미사를 드리기에는 오늘이 처음이다. 걱정은 되지만 해야만 하는 일. 한숨을 내쉰 아사티르는 걱정 반, 기대 반을 품고 기숙사를 나왔다.
라저 분파의 신전으로 가다 아사티르의 눈에 들어온 것이 보였다. 귀여운 그림과 '친구와 싸우지 마세요!'라고 적혀진 팻말을 목에 달고 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학생이었다. 그것도 귀찮은지 캔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설렁설렁 일하고 있었다. 그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러고 있는 것일까?
"변명이 아니야. 나도 무서워. 잃어봐서 더 무서워. ......너무 질투났는데도 너무 좋은 사람이었고, 너무 다정한 사람이었어. ......너무 착한 사람이었는데 내가 질투한 게 잘못이었나봐. ...아. 이야기가 딴 길로 샜네."
언제라도 잃게 될까봐, 너는 무섭다고 했다. 네가 무서워하는 만큼 나도 무섭다. 아무도 잃기 싫은데 잃을 지도 몰라서 무섭다. 이 일을 선택하는 게 아니었는데, 내 언니는 로머가 되길 바랬고 내가 그녀의 유지를 이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어디까지나 언니를 닮은 거울이었고 언니를 투영한 거울이었다. 거울이라고 해서 원본과 똑같을거라는 생각은 버리는 게 좋았을텐데.
"...만약 죽는다면 나 먼저 죽을래."
예상치 못하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예상했을지도 모르는 말이었다. 그건 상관없다. 그냥 나는 죽는다면 적어도 날 기억해줄 사람 하나는 남기고 죽고 싶었다. 그래서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래서, 전부 그래서였을지도 모른다.
"네가 죽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나 먼저 죽을래. ......네가 죽는 걸 본다면 내가 많이, 힘들어질 것 같아. 친구니까."
툭툭 내뱉듯이 그렇게 계속 말한다. 아무래도 내가 제정신이 아닌가보다.
"네가 죽은 뒤에 내가 널 기억하게 된다면 내가 많이 힘들테니까 내가 먼저 죽을래. ...나 되게 이기적이지?"
눈물이 한 방울 톡, 떨어졌다.
"근데 나 좀만 이기적이게 해줘. 너보단 내가 먼저 죽을래. 내가 죽은 뒤에 네가 날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너보단 내가 먼저 죽게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