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극판 규칙 ☞ 상황극판은 익명제입니다. 본인이나 타인의 익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삼가주세요. 하지만, 자신의 위치(스레주/레스주) 등을 밝혀야 할 상황(잡담스레 등에서 자신을 향한 저격/비난성 레스에 대응할 시 등)에서는 망설이지 말고 이야기해도 좋습니다. ☞ 서로를 존중하고, 자신이 먼저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집시다. 모니터 너머의 이용자도 당신처럼 '즐겁고 싶기에' 상황극판을 찾았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모두 두루두루 친하게, 잘 지냅시다. 말도 예쁘게해요, 우리 잘생쁜 참치들☆ :> ☞ 상황극판은 성적인/고어스러운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노골적인 묘사를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과 범죄를 미화하는 설정 또한 삼가해주세요. 각 스레마다 이를 위반하지 않는 수위 관련 규범을 정하고 명시할 것을 권장합니다. ☞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결코 아닙니다. 바람직한 상판을 가꾸기 위해서라도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다만 잡담스레에서의 저격이나, 다른 스레에서의 비난성 및 저격성 레스는 삼갑시다. 비난/비꼬기와 비판/지적은 다릅니다. ☞ 상황극판의 각 스레는 독립되어 있습니다. 특정 스레에서의 인연과 이야기는 해당 스레 내에서만 즐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잡담스레에서 타 스레를 언급하는 일도 삼가도록 합시다. 또한 각 스레마다 규칙 및 특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해당 스레의 이용자들에게 문의해주시고, 그 규범에 따라 행동해주세요. ☞타 스레와의 교류 및 타 스레 인원의 난입 허용 여부(이건 허용한다면 0레스에 어디까지 괜찮은지 명시해둡시다)와, 스레에 작성된 어그로성 및 저격성 레스의 삭제 여부, 분쟁 조절 스레의 이용 여부에 대한 결정권은 각 스레의 스레주에게 있습니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쟁 조절 스레"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처음 오신분은 어려워말고 잡담 주제글에 도움을 청해주세요! 각양각색의 스레들을 가볍게 둘러보는 것도 적응에 효과적입니다.
두통과 더불어 피곤함도 다소 잦아드는 느낌이었다. 앙투안은 살짝 고개를 들어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광장은 그 넓이에 비하면 대단히 조용했다. 입학식, 혹은 개학식 이후 마지막 자유─사실 자유시간 자체는 학기 중에도 있지만─를 찾아갈 사람들은 거리로 나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앙투안은 사람이 많은 것보단 오히려 그것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했다. 앙투안도 소녀도 말수가 많지 않아, 그들의 대화 사이에는 침묵이 내려앉는 빈도가 목소리가 울리는 빈도보다 훨씬 높았지만, 그것은 거북함과는 거리가 먼 편안한 침묵이었다. 만약 시끌벅적한 소음이 끼어들었다면 오히려 두통이 더 심해졌을 것이다. 타고난 성격도 한몫 했을지도 모르지만.
"......고마워."
앙투안이 대답 사이에 잠깐 침묵을 둔 것은 약간 놀랐기 때문이었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일이 현실이 되면 누구나 그렇듯이. 소녀가 내민 것은 소녀의 머리카락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푸른색 만년필이었다. 뚜껑과 마개에 덮인 은세공이 섬세했다.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가정에서 자란 앙투안이 보기에도 수준높은 주문품이었다. 이런 것이라면 함부로 남에게 주기 꺼려질 만도 하건만. 여성용이어서일지 앙투안의 손에는 작았지만, 앙투안은 감사히 만년필을 받아들었다. 꼭 돌려달라는 소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남은 초콜릿을 입에 밀어넣은 뒤, 앙투안은 초콜릿 봉지를 접힌 곳 없이 폈다. 그리고 간단한 악보를 적어가기 시작했다. 은박이라는 특성상 종이에 적을 때보다는 선이 확실지 않았지만, 만년필이 제법 좋아서인지 필감은 절대 나쁘지 않았다.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 은박지 위에 펜이 미끄러지는 소리, 희미한 바람소리. 이따금씩 들려오는 웅성거림. 두통에 시달렸던 것이, 어쩌면 그렇게 나쁜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머릿속의 음에 맞춰 자신의 무릎을 두드리며 앙투안은 생각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은박지에 빼곡히 음표가 채워졌다. 여백이 더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이정도만 해도 감지덕지한 것이다. 무엇보다, 잉크를 꽤 써버렸다. 앙투안은 짧게 한숨을 쉬며, 책에 빠져든 듯한 소녀를 불렀다.
"...여기. 방해해서 미안해. 덕분에 좀 더 진도가 나갔어."
나중에 혹시 마주친다면 그땐 새 만년필이나 잉크병을 선물해야 할 것이라고 앙투안은 되새겼다.
왜 갑자기 여기서 이게 나와? 싶은 수준으로 갑자기 여동생을 죽이는 장면이 나왔다. 그래서 그 전을 다시 읽었더니, 아아. 아니었군요. 복선은 이미 잔뜩 깔려있었는데 내가 눈치를 못 챈 거였어. 이게 복선인지도 모르다가 뒤통수를 훅 맞았다. 뭐지, 이 다음이 너무 궁금해. 너무 재밌어.
"최근에... 그래요, 이런 정도는 많죠. 갑자기 이런 전개가 확 튀어나오는 것도...... 예상치는 못했지만 좀 더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요소니까요.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는 그렇게 말하곤 당신을 보다가,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립니다. 그 다음 장면은 소녀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동생의 시체를 (삐-)......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뭐야 이거 무서워. 이젠 그만 읽고싶은데.
"......이런 장면도 이렇게 묘사를 잘 하다니 참 뭐랄까... 부러워지는 사람이에요. 이 작가. ...혹시 에녹 씨는 좋아하는 소설이 있나요?"
로렌스가 손가락을 튕기며 대답한다. 단답이긴 했지만 그만큼 확실한 의미 전달도 없었다. 프란츠는 그 모습을 보며 책상을 톡톡 두드린다. 뭐,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쩔수 없죠. 같은 느낌으로 예상할 수 있다. 대신 프란츠는 테오도르의 약간의 분노섞인 말을 듣고는 거기에 답했다.
" 결국은 운인거죠. 후후. "
딱히 과시적인 말투는 아니었지만, 마지막의 웃음이 미묘하게 자랑하는 것으로 들린 것은 기분탓일까.
" 그러고보니, 저번에 어떤 아가씨와 함께 가는걸 본것 같은데요.. " " 그런 일 없어. " " 과연 그럴까요? 그것보다, 이건 제 버릇이나 다름없는 말투니까요. 이제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으셨는지요. "
로렌스가 뭔가 말하려다가 멈춘다. 아마, 자기도 익숙해지는데 몇 년은 걸렸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딱히 말을 끼워넣고 싶지는 않았는지 어느새 아무 책이나 골라서 읽고 있다. 프란츠는 별 생각 없는듯 테오도르에게 말을 건다.
" 휴일인데도 공부해야 한다니, 4학년쯤 되니까 참 힘드네요. 이런 날에는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
없을 거라고, 아님 빌려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 상대의 대답 전의 그러한 느낌을 주었다. 그럴 법도 하다. 나는 내가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에게 어떤 분위기를 뿜는지 익히 알고 있었다.
만년필을 빌려주고, 상대가 무얼 하는지는 딱히 보지 않았다. 필기구를 찾았으니 어련히 무언가 쓰겠거니 싶었다. 음... 간간히 들리는 소리로 보아 글자를 쓰는 건 아닌 것 같고. 선? 선... 악보? 대강 그런 것만 들리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책장을 두번 더 넘겼고 초콜릿 역시 꾸준히 먹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한창 내용에 집중하고 있는데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다 썼나보네. 나는 책이 넘어가지 않도록 한 손으로 잡고 상대에게서 만년필을 돌려받았다.
"괜찮아요. 마침 있었던 것 뿐이고."
없는 걸 찾았으면 짜증냈을지도 모르지만.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농담 같지는 않다. 돌려받은 만년필을 흔들어보니 잉크가 꽤 줄어있었다. 짧은 사이에 많이도 썼네. 주머니에 챙겨넣으며, 아까와 같이 지나가듯 물었다. 순간의 호기심이었다.
오랜만에 더듬지도 않고 적당한 목소리로 말한 건 나조차도 싫어질 정도로 담담하게 빈공간을 매워갔다. 아무리 그래도 소설. 매일같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곳에서 살다보니 현실감이 무뎌진건지 그정도의 내용은 아무렇지 않은 수준이 되었다. 애초에 형제간의 정이라는게 얼마나 될까. 최소한 본국에서, 왕자나 왕녀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라면 극 소수를 제외한다면 다들 남이나 다름 없이 여길텐데 말이다.
"아... 아니야. 방금 말한건 잊어주는 걸로 부탁해. 응. 그리고 잘 쓰려면 많이 쓰는게 정답이야. 많이 쓰면 잘 쓰게 될거야."
그림이 한 눈에 완성되는 예술이라면 소설은 천천히 베일을 벗겨가는 예술이라고. 어떤 책에서 읽어본 적이 있다.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난 쓰는 것 보다는 읽는 게 좋으니 별 문제 없다고 느끼는 거지만. 쓰는게 좋다면 역시 그 베일하나하나의 완성도를 계속 올리는 수 밖에 없다. 초반에 지루하다가 후반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작품은 복선을 찾아서 다시보면 극초반부에 아무렇지도 않게 뿌려진 복선이 후반에는 엄청나게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했다. 모든 내용이 연결되도록 하면서 그렇지만 파트의 완성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선으로. 물론 저 책은 어디까지나 흥미를 돋구는 수준이다. 슬래셔물은 아무리 잘해도 슬래셔물이지.
"...소설은 아니라도 최근에는 이거 읽고있어."
천천히 눕혀둔 책을 일으켜세워서 표지가 보이게했다. 아까부터 읽고있던 책은 당연히 그거다. 화려한 글씨체로 유머 100선이라고 적힌 기묘한 책. 물론 중고로 버려질 예정이던걸 가져온거라 딱히 상태는 좋지 않았다.
"나중에... 한번 읽어봐. 읽고싶으면 빌려줄게."
물론 보존상태가 안좋다고해서 훌륭한 서적이 아닌건 아니다. 사람은 꺼린다. 하지만 이런걸 싫어하지 않는다면 딱히 일부러 피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며 다시 천천히 페이지를 넘겼다.
누군가가 혹시 종이를 보자마자 모든 악상이 떠오르느냐 묻는다면, 앙투안은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해여 비로소 결과가 나왔을 때 악보로서 적어내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초콜릿 봉지라는 공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악보에, 본디 남의 물건인 만년필로 만들어나가고 있으니, 더욱 실수로 '좋지 않은' 음을 위치시키는 것은 지양해야 할 일이었다. 만약 수정하게 되더라도 방에서 수정함이 마땅하다. 그래도 두통이 잦아들어 한결 나아진 기분과, 편안한 침묵과, 탁 트인 곳에서 자유로이 불어오는 바람은 앙투안에게 꽤 괜찮은 악상이 떠오르게끔 해주었다. 졸작은 나오지 않을것이다. 앙투안은 생각했다.
"그리고 나한테는 없었지."
담담한 소녀의 말에 앙투안은 마주 담담히 대답했다. 남이 물건을 빌려달라 할때 짜증내는 사람은 보통 물건이 있을 때 빌려주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지만, 소녀는 그 반대인 모양이었다. 앙투안은 잠깐 의문을 가졌지만 곧 납득했다. 없는걸 그 자리에서 당장 만들어내는 것은 보통은-그런 종류의 능력자가 아니라면야-불가능하니, 이상하지는 않다. 문득, 소녀가 손으로 책장을 받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새 만년필보다는 펜촉과 책갈피가 나을까.
굳이 음표나 기호가 아니라 줄을 긋는 소리만 해도 글씨를 쓰는 소리와는 다르다. 앙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작곡이 취미라서. 연주......는...... 지금은 못하고."
남앞에서 직접 연주하는걸 내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외하고서라도, 피아노를 들고 다닐 정도의 힘이 없는 이상, 무리다. 볼래? 라고 말하는 대신, 앙투안은 초콜릿 봉지를 들어 소녀에게 보여주었다.
지금도 많이 쓰고 있었다. 그렇지만 더 써야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당신이 읽고 있었다는 책을 봅니다. 유머 100선. 음...... 재밌어보이네.
"나중에... 나중에 빌릴게요. 지금은 읽을 책도 많고 할 일도 많아서 읽을 시간이 없지만, 나중에는 시간이 생길테니까 나중에 만나게 되면 빌려달라고, 말해도 괜찮죠...? 에녹 씨."
그렇게 말하며 상냥하게 웃는다. 원체 부드러운 인상이었지만 더 부드러워보이는 얼굴이 되었다.
"그러고보니까 에녹 씨는 별을 좋아하나요? 전, 정말로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머리에도 별 모양 핀이 한두개 꽂혀있는걸까. 싶어지는 말이었다. 시엔은 속으로 꽤나 조마조마하고 있었다. 혹시 별 싫어하진 않으실까? ......아니면 이렇게 초면에 대뜸 묻는 게 싫지는 않으실까? 모르겠다. 정말로, 사람과 만나서 살아간다는 건 나에게 그런 것이었다. 사람이 싫었던 나였기에,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아, 모르겠다. 사람은 무섭다. 그렇지만 좋은 존재니까. 그러니까 최대한 믿어보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안됀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아. 이제 시간이... ......죄송하지만 전 이만 가볼게요. 나중에 만나요."
상념에 빠져있다보니 시간이 되었다. 이만 가 봐야겠지.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 장소를 벗어난다.
연주를 하느냐고 묻기는 했지만 취미일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연주 쪽이 능력 아닐까 싶었다. 이 학원에서 허투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그래서 작곡이 취미란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능력이면 그럴 수도 있지.
지금은 못 한다는 걸 보니 휴대가 간단한 악기는 아닌가보다. 아니, 처음 여기 왔을 때부터 상대는 달리 무언가 들고 있지 않았다. 연주하는 악기가 무엇인지 몰라도 어쨌든 지금은 연주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거다. 아까 낯빛도 좋지 않았고.
보여달란 말도 안 했지만 상대가 선뜻 쓴 걸 보여주었다. 익숙한 오선에 이리저리 찍힌 음표들. 여자애가 악기 몇은 다룰 줄 알아야 하지 않느냐면서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덕에 악보를 볼 줄 알았다. 덕분에 보는 동안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책을 톡톡 두드리며 음표를 따라갔다. 몇군데 어색한 부분이 좀 있었고, 완성본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완성되면 한번 들어보고 싶을 것 같은 곡이었다.
"피아노인가요. 연주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게 하네요. 수정의 여지는 있지만."
간단하게 말하고 악보가 적힌 초콜릿 봉지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집에서 피아노를 칠 때엔 어머니가 앞머리를 땋아 정리해주셨었는데. 그 생각이 나서 앞머리 끝을 살짝 만지작거리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다시 채우면 돼요. 어차피 소모품이고, 굳어서 못 쓰게 되는 것보다 낫고."
굳을 때까지 안 쓰진 않겠지만. 그리 말하고 여태 내려놓았던 안경을 들어 다시 썼다. 안경을 썼으니 책은 더 안 볼 셈이었다. 읽던 책도 책갈피를 꽂은 뒤 덮고서 잠시 머리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언젠가 다시 만나면 책을 빌려도 되냐는 물음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한번 시엔을 힐끗 쳐다보았다. 편안해보이는 인상. 그래서 더 방심할 수는 없다. 저런 사람일수록 속내가 어떤지는 알 수 없는 법이니까. 짧은 인생사에서 배운건 그런 것 뿐이었다.
"별은 그렇게 좋지도 싫지도 않아."
가끔씩 보면 좋기야 했지만 평소엔 특별한 일이 아니면 고개는 떨구고 다니니까 볼 일이 적기도 했다. 애초에 밤에는 자고 낮에는 틀어박히는 내 특성상 연이 없는 것에 가까웠지만 그 부분은 말하지않기로 했다. 한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누가 어떤 이야기를 햿던 것 같지만 그것도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손을 뻗어도 손끝에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없는거라고,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점점 감각이 날카로워졌다. 지잉거리며 이명이 귀를 울리고 갑자기 찾아온 두통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눈 앞에 있던 소녀는 나의 두통이 잦아드는것과 함께 시간이 되었다며 어디론가 훌쩍 떠났다. 무언가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말이 목언저리까지 올라왔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빈자리를 향해 손을 뻗을 뿐이었다.
"아..."
무언가가 비어있는 목소리가 조용하게 헌책의 냄새와 함께 잦아들어갔다. /// 저도 막레!!! 시엔주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