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가 끝났다고 하는 메이비를 힐끗 서하가 바라보긴 했지만, 곧 신경을 끄고서 그는 하윤과 함께, 모니터를 체크했다. 하지만 난감하다는 듯이 작게 혀를 찼다. 그리고 하윤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어디인지 추적이 불가능해. 이 근방 전체에 SSS급 익스파 반응이 깔려있어."
"이래서는 어디서 발신되는지 알 수가 없어요. 대체 어디에서..."
계속해서 추적을 하고, 하고 또 하는 도중, 갑자기 둘의 노트북의 화면이, 정확히는 익스레이버 전원의 컴퓨터 화면이 강제로 바뀌었다. 화면에 비치는 것은 민경의 모습이었다. 어딘가, 정말로 높은 곳에 있기라도 한지, 그녀의 등 뒤에는, 높은 곳에서 바라볼 수 있는 성류시의 모습이 말 그대로 내려다보이고 있었다. 이어 화면에 비친 민경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마치 화면 너머에 있는 이들에게 선언하듯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들은 붉은 해방자의 송곳니. R.R.F. 지금 당황하는 이들이 있을 거야. 하늘 색이 변하고, 갑자기 가족이나 옆에 있는 이들이 쓰러졌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안심해라. 이것은 세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모두가 피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한 혁명의 시작이니까. 지금 이 영상을 보는 이들은, 당황하지 말고 이 현실을 받아들이도록. 이 세상에는 신기한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이른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익스퍼'와 그렇지 못한 이들이 존재한다. 놀랐지? 익스퍼는 비밀이니까. 전 세계가 숨기고 있는 기밀이니까. 당연히 모르는 이들도 있을 거야. 하지만 익스퍼는 바로 옆에 있지. 지금 옆을 스쳐 지나간 이가 익스퍼일지도 모르지. 아무튼, 이 세계는, 잔혹해. 익스퍼의 존재를 비밀로 하고, 잔혹한 인체실험을 하거나, 혹은 강력한 힘을 손에 얻기 위해서 비인간적인 실험을 하고 있지. 그리고 그 힘을 얻기 위해서, 세계를 바꿀 수도 있는 강력한 힘을 얻기 위해서 죄없는 이를 희생시키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지. 믿기지 않나?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지금 보고 있는 너희들의 현실이 익스퍼가 정말로 존재한다는 가장 큰 증거다!"
잠시 거기서 말을 끊은 후에, 그녀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부터, 익스퍼가 아닌 이들은 전부 익스퍼로서 다시 태어나게 될 거다. 고치 안에 들어간 이들은 잠에 빠져있다. 시간이 지나면 익스퍼로서 다시 깨어나게 될 거다. ...하지만 갑자기 이런 개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들도 있겠지. 그런 이들은 영원히 고치 안에서 눈을 뜨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그 또한 세계를 바꾸기 위한 일종의 희생이다. 걱정하지 마라. 모든 것이 끝나면 그렇게 희생된 이들은 처음부터 없던 이가 될 테니까. 선택받지 못하는 이들은 결국 그렇게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섭리. 지금 당장 화가 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이 끝났을 때는 그런 감정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편안한 일상이 약속하겠다. 모두가 평등하게 힘을 가진 이로서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좋아. 막으러 와도 좋다. ...특히 이 영상을 보는 이들 중에는 경찰도 있겠지. 안 그런가? 아롱범. ...빅스타 타워로 와라. 너희가 정말로 막고 싶다면 그것이 마지막 기회다. ...하지만 온다고 한들, 결국 너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럼에도 발버둥치고 싶다면, 힘을 가진 이로서, 똑같이 힘을 가진 이로서 기회를 주도록 하지. 후후.. ...그럼 모두들...편안한 하루를.."
이어 모든 모니터의 화면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것은 일종의 선전포고와 마찬가지였다.
"........"
"...이모.."
"...가자. 하윤아."
"......네."
병원에서 뭔가 이야기라도 나눈 것일까. 서하와 하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들이 향하는 곳은...뻔한 곳이 아니었을까...
비웃듯 살짝 피식 웃으면서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출동 준비를 느긋하게 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나와 가까운 이들은 모두 익스퍼고, 아니거나 여부를 모르는 이들은 다 나와 상관없으니...사실 아무래도 좋으려나ㅡ 어느 면으로 보아도 정의롭지는 못한 생각을 하면서 나는 탄창을 권총에 끼웠다. 총기 특유의 둔중한 소리가 울렸다.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잠시 바라보다 테이저건 등의 다른 장비들도 챙겼다. 여전히 느긋했다.
"네, 저 팀 중에 혈육이 두 명이나 되는 강하윤 씨는 조금 더 기뻐하세요. 이 때가 아니면 언제 가족을 당당하게 적으로 상대해보겠어요. 하하. 그 시기가 빨라서 부럽군요."
다름 아니라 진심이었다. 말투 자체는 비꼬는 것보다는 농에 가깝게 들렸을테지만. 나는 서늘하게 작은 웃음을 지으면서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렇네요. ...확실히 2명이나... 그러니까 제 손으로 책임을 질 생각이세요. 이 일.."
센하의 말에 하윤은 태연하게 받아쳤다. 각오를 확실하게 다진 것일까. 이전엔 조금은 흔들렸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하윤은 상당히 태연한 느낌이었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하는 메이비의 말에 대답했다.
"전송...을 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빅스타 타워를 본거지로 삼을 정도면 어디로 전송한다고 해도 분명히 함정일 거예요. 저쪽은 저의 능력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여기서는 직접 출동하는 것으로 가죠. ...이번엔 저와 하윤이도 갈게요. ...저는 저대로, 하윤이는 하윤이대로 결판을 봐야만 할 테니까. 모두들 준비하세요. 그리고... 즐기지 마세요. ...저렇게 대놓고 선언을 할 정도면 어쩌면 이번에는 정말로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이어 아롱범 팀은 각자의 준비를 시작했다. 이미 준비를 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준비를 하지 않은 이들은 준비를 서둘러야만 했다. 이내 곧 출동해야만 했으니까.
"왈! 왈!!"
"그래. 그래. 렛쉬. 너도 가자. 모두 다 같이 말이야."
마치 자신도 데리고 가달라는 듯이 렛쉬는 왈왈 짖기 시작했고, 하윤은 그런 렛쉬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빅스타 타워 부근. 그곳은 참으로 조용하고 조용하기 짝이 없었다. 아롱범 팀이 근처에 차량을 세우고 내리자마자 보이는 것은 빅스타 타워를 향해서 날아가는 헬기의 모습이었다. 옥상으로 진입하려고 하는 것일까? 하지만 이내 그 헬기는 갑자기 모두의 눈 앞에서 강하게 터져버렸다. 파일럿은 곧 탈출한 것 같긴 하지만, 적어도 옥상으로 날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모양이었다.
즉, 렛쉬가 변신해서 모두를 하늘로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지금 저 폭발을 렛쉬가 당한다고 한다면, 렛쉬의 안전은 둘째치고 아롱범 팀도 상당히 위험할테니까.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너무나 조용하고 고요하다는 것이었다. 빅스타 타워 입구 쪽은 그야말로 아무도 지키는 이가 없이 조용하고 또 조용했다. 그것은 마치 함정 같은 분위기였다.
"........"
"하윤아. 누가 있어?"
"파악을 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인기척은 있어요. 일단 오버 익스파로 확실하게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지만... 그래도 아마도 이건.."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 이 와중에도, 익스퍼가 아닌 이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빛에 흽싸이고 있었고, 하나, 하나 고치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강하윤 씨를 향해 여유로운 태도로 대답하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면서 짓는 표정은 분명 오만하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그 뒤에 즐기지 마라는 최서하 씨의 말도 들려왔다.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은채 나는 고개를 잠시 옆으로 기울였다.
"위험하다라, 무서울 건 없지만 뭐 확실히..."
벌써 죽기에는 너무 아깝군요. 비릿하게 덧붙이며 철컥, 권총을 장전하였다.
*
"가관이군."
펑 터져버리는 헬기를 보고 꺼낸 말은 태평하기만 하였다. 그와중에 비익스퍼는 여전히 고치로 바뀌어가고 있었고, 그 광경을 바라보며 나는 그저 사람을 고치로 바꾸어버리는 취향이 악취미적이라고'만' 생각하였다. 입구는 지키는 이 없이 휑해서 되려 경계심을 더 자아내는 듯했지만, 나는 딱히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였다.
"분위기 무겁네요. 눌려 죽겠다. 왜 그렇게들 심각해요. 그냥 들어가면 끝 아니에요."
끽해야 죽기 밖에 더하겠어요? 큰일날 농담까지 덧붙이는 동시에 키득거리면서 나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태평하게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이예아 센하 데플 실화? 응 실화~^_______^(실성) (근데 데플이 없는 익스레ㅡ버)
센하가 앞으로 걸어가는 도중, 메이비가 앞을 향해서 돌맹이를 던졌고, 이내 돌맹이는 날아가다 허공에서 무언가에 부딪혔고, 그와 동시에 정말로 낯익은 목소리, 알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그곳의 분위기는 뭔가 싸늘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일단 서하와 하윤은 참으로 멍한 표정으로 목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한 침묵이 이어지는 가운데, 서하가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이제와서 없는 척 해도..."
"........"
"........"
참으로 싸늘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리고 잠시 어색할지도 모르는 분위기가 잠시 흘러가는 도중에, 이내 갑자기 아무것도 없던 입구쪽 부근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은 일전에도 한번 본 적이 있는 보호색으로 자신의 몸을 숨기는 익스퍼의 힘이었다.
모두의 시선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알파,베타,감마. 그리고 아연과 보호색 능력을 쓰는 S급 익스퍼 5명의 모습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후에 알파는 정말로 아픈지 돌맹이를 맞은 자신의 이마 부분을 손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다름 아닌 베타의 당황한 듯한 목소리였다.
"...어떻게 우리가 이렇게 숨어있는 것을 알아챈거죠?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 과연...대단하군요. 없는 척 하고, 단번에 쓸어버릴 생각이었습니다만... 이렇게 알아채다니. ...참고로 묻는건데, 대체 어떻게 알아낸 겁니까?"
권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살짝 놀란 눈치였다. 이윽고 그 5명의 모습이 드러나자 경계태세를 갖췄지만. 메이비의 말을 듣고 납득한다. 메이비라면 분명히 간파하고 던졌을거라 생각이라도 한걸지도. 의외로 잘 속는 권이였다. 어쨌든, 참으로 황당하기 그지 없는 상황이였지만, 그래도 그 5인방을 향해 경계심을 드러내며 나이프를 꺼낸다.
"...뭐, 자질구래한 말은 생략하도록 하죠. 건물 안으로 들여 보내주시겠습니까?"
이런 말을 해봤자, 무력의 충돌은 피할 수 없으리라. 나이프들의 칼끝은 분명히 그 5인방 쪽으로 향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