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부어 맞은 동전이 몸 여기저기에 스친다. 이어 오는 파도에 몸이 위로 솟구치다가, 등부터 떨어져서 제대로 부딪친다. 한참이나 정신도 못 차리고 콜록거리며 기침을 한다. 어쨌든, 방금의 공격으로 데미지는 제대로 들어가버린듯 했다. 하지만, 비틀거리면서 다리에 힘을 주어 지탱하려했다.
"애초에 알아주는 걸 바란적 없어. 그걸 바라면 경찰이 되지도 않았으니까. 그리고 경찰은 시민을 지키고, 너희 같은 범죄자들을 잡는 것이 임무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있는 직업이 아니야."
피가 이마를 타고 흐르며 눈 앞을 가린다. 그러나 은색의의 옅은 눈동자는 그날따라 선명하게 빛이 난다.
"...그리고, 오퍼레이터들을 멋대로 폄하하지마.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테니까."
메이스, 끝에 둔기가 달려있는 형태의 무기. 그러나, 자루가 좀 더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것을 베타를 향해 휘두룬다.
메이비가 와이어가 연결된 나이프를 던졌지만 역시나 그것은 메이비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그것을 바라보며 베타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것은 명백한 모두를 비웃는 웃음소리였다.
"그래요? ...결국 아무도 여기서 물러나지 않고 포기하지 않겠다 이거죠? ...범죄자? ...마음대로 지껄이세요. 이제 끝이니까.. 즐기던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움직이던지, 그것은 당신들의 자유지요. 하지만, 결국 당신들을 알아주는 이가 하나도 없고, 당신들만의 싸움을 하는 것도 명백한 사실... 그렇다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쓰러지도록 하세요."
이어 베타는 다시 한번 하늘 높게 동전들을 집어던졌다. 그러자 그것들은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모두의 살을 찢어버릴 정도의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였다.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상당히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5월 날씨와는 명백하게 위화감이 있는 날씨였다. 그와 동시에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버 익스파...!! 프리즌 브레이커...!"
이어 빠르게 날아오는 동전들이 전부 얼어붙었고 일제히 땅에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얼어붙은 동전들은 이내 쨍그랑 소리를 내면서 일제히 산산조각이 났다. 그 예상치도 못한 일에, 서하는 물론이고 하윤 역시 당황하는 눈빛으로 목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난 곳은 아롱범 팀의 조금 더 뒤쪽이었다. 거기에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김오진. 이전에 딸을 유괴당한 적이 있는 바로 그 사람이었다.
"괜찮으십니까? 경찰 여러분들...!"
"당신은....."
"....그때..."
"너무 늦진 않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그때의 감사를 이렇게 갚게 되는군요. ...정말로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이내 갑자기 무언가가 하늘 위에서 내리찍듯이 땅으로 뛰어내렸다. 이어 보이는 것은 전신이 녹색 피부로 물들어있는 근육투성이의 남성이었다. (=Case 6에서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R.R.F를 향해서 엄청나게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타깃이 되었던 감마는 빠르게 뒤로 피했다. 뒤이어, 이번에는 아롱범 팀의 뒤쪽에서 이전에 지하연구소에서 보인 적이 있는 그 붉은색 빛이 주변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베타의 오버 익스파가 해제되었다.
"이 누님 혹은 언니가 늦었나? 모두들...?"
이번에 들려온 목소리는 다름 아닌 신혜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보자 보이는 곳은 익스파를 해체하는 그 장치를 트럭에 실은채로 장치를 작동시키면서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과 다른 두 연구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트럭은 이전에 한번 성류시에 온 적이 있는 스몰 시드의 회장인 박수호(=Case 2에서 등장했습니다)가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다른 익스퍼들도 하나둘씩 등장했다. 이전 익스퍼들이 대거로 날뛸 때 아롱범 팀이 구해준 이들이었다. 하나 둘...그렇게 모여든 이는 곧 엄청난 수로 번졌고, 뒤이어 경찰차 사이렌 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뭣들 하나..! 민간인들에게만 맡길 참인가...! 우리들도 돌격한다...!"
이어 들려오는 것은 김호민 경위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따라서 무장을 한 경찰들이 일제히 사이렌을 단 차량에서 내렸고, 아롱범 팀을 보호하듯이 감싸듯이 앞에 섰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호민 경위는 피식 웃으면서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례 자세를 취하면서 인사했다.
"...자네들...고생이 많구만.. 너무 늦어서 미안하네. 이런저런 준비를 할 것이 많아서 말이야."
"대체..이게 어떻게 된 거죠?"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하윤이 멍하게 호민을 바라보자 호민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모두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게 말일세. 우리들도 어떻게든 출동하려고 하고 있었네. 하지만 말이야. 그..헬기가 터져서 지금 어째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야. ...나는 아직 고치화가 되지 않았지만 익스퍼가 아니기도 하고 말이야. 그 와중에, 김오진 씨. 그가 거리에서, 열심히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네. 자네들을 도와야한다고 말이야. 처음에는 다른 익스퍼들도, 다른 사람들도 전부 부정적이었지만, 자신들이 뭘 할 수 있냐는 느낌으로 말이야. 김오진 씨. 엄청나게 열심히 피가 터지도록 사람을 모으더군. 그래서 하나둘씩..동조하는 사람이 늘어갔네. 그리고 그 와중에 신혜 누님..이었나? 아무튼 그렇다고 하니까...! 그 사람이 이것이 필요하다면서 본청으로 찾아왔고, 아무튼 그러다보니... 지금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버렸네. ...정말 대단하다고밖엔 할말이 없군. 지금 여기 사람들, 전부 자네들을 돕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온 이들이네."
"아...저기..! 많이 다치셨나요?!"
이어 한 여경 한명이 빠르게 다가왔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주변에 녹색 공간을 펼쳤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 있는 아롱범 팀은 전원, 상처가 깔끔하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어 그녀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경례를 올렸다.
"저...! 전에 아쿠아리움이 붕괴해서 무너져내릴 때...그 안에 있었던 사람이에요..! 그때 여러분들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정말로 감사해요!! 이, 일단 상처는 제가 치료해줄게요...!"
한편, R.R.F는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조금씩 뒤로 밀려나는 것과 더불어 표정도 조금 창백해진 상태였다. 이어 들려오는 것은 베타의 목소리였다.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나타나서 도움을 줄거라고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이 전부 헛수고가 아니라는것을 증명해주는듯한 이 사태를. 그녀는 조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곧 여경이 회복을 시켜주자 고맙다고 말하곤 몸을 일으키며 씩 웃곤 그들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이런 상황에서야말로, 허세를 떨어줘야겠지.
"이게 바로, 남을 상처입히는 길을 택한 너희와. 남을 구하는 길을 택한 우리의 종착점의 풍경이야. 지금 너희 곁엔 뭐가 남아있지? 결국 그 길의 끝에 남아있는건 없어."
...경찰이 되고나서, 드물게 가슴이 뛰는 감정을 느낄정도로. 어쩔 수 없었다. 주위의 모인 사람들, 어떤 사건에서 만났는지 거의 다 기억에 남는걸. 약간이라면, 보람은 가져도 되지 않을까? 이 일이 정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뀔정도로. 그래, 경찰이 되길 잘 했네. 다시 시선을 RRF단 쪽으로 돌린다.
"기분은 어때? 당신들이 주장하던 대로라면, 당신들은 익스퍼를 위해 싸우고 있었는데... 결국 적으로 돌려버렸네."
비웃는 투도 아니였다. 그저 안쓰럽다는 듯이 낮게 읖조렸다. 그리고, 가벼워진 몸으로 전투 태세를 갖춘다. 오버익스파 발동, Blade Alchemist. 자그마한 칼날들이 주위에 흔들흔들 흩날리다가, 하나의 거대한 폭풍이 만들어졌다. 수천개의 칼날로 만들어진 폭풍은, 그 5인을 덮쳤다.
메이비와 권주의 공격은 빠르게 거세게 날아들었다. 아연은 메이비의 공격에 제대로 명중했고, 권주의 오버 익스파는 제대로 발동해서 R.R.F 5인방을 제대로 노렸다. 하지만 R.R.F도 쉽사리 당하지는 않는 것일까. 그 와중에, 물 공격이 날아들고, 전자 공격이 날아드는 등, 치열하게 공격이 날아왔고, 민간인들 중에 밀려나는 이들도 있었다. 확실한 것은 저들도 제대로 작정을 했는지, 좀처럼 밀려나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호민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아롱범 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야기했다.
하윤과 서하가 바로 말을 하려고 했지만, 호민은 바로 허리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아롱범 팀에게 이야기했다. 그것은 정말로 진지한 목소리였다.
"저들은 세계를 바꾼다고 했었지? 제한시간이 얼마나 있는지도 모르네.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면 안되네..! 지금 저들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자네들이 아닌가..! 그러니까 자네들은 여기서 체력을 낭비하지 말고 타워로 들어가서, 저들의 계획을 저지해주게나..!! 부탁합니다! 여러분!"
그의 말에 경찰 대원들이 일제히 움직이면서 진행로를 만들려는 듯이 자신의 몸으로 방어벽을 세웠고, 그 와중에 녹색 피부의 근육남은 R.R.F를 다시 내리찍기 공격을 가했고, 덕분에 R.R.F 5인방은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이어, 바람을 다루는 익스퍼가 문을 막고 있는 경비원을 단번에 날려보냈고 스몰 시드 트럭은 그대로 앞으로 돌진했고, 닫혀있는 문을 박살내버리면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었다.
말 그대로 이제는 정말로 앞으로 달려가면 되는 일이었다.
"부탁하네. 자네들에게... 이 세계의 미래가 달려있는 것 같으니 말일세."
//반응레스를 부탁하겠습니다! 여러분..! 이제 진행레스는 이거 포함 2개만 남았어요! 조금만 더 화이팅!
머릿수로는 이기고 있었으나 간부들 역시 만만한 이들은 아니다. 등을 맡겨도 괜찮을까라는 불안이 먼저 들었으나. 확실히, 우선순위는 저 5인이 아니라 델타와 차민경, 그리고 월드리크리에이터다. 반박할 여지가 없었으니, 필사적으로 R.R.F단을 막는 민간인 익스퍼들과 경찰들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겨우 말을 꺼낸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들도 최선을 다해서 싸울테니, ...다들 무사해주세요."
그 말을 남기고 바로 건물 속으로 뛰어 들어간다. 그리고 단숨에 달려간다. 달려간다. 정말로 땅바닥을 힘껏 박차고 나선다. 앞으로 있을 전투가 버거워질 것을 알고 있음에도, 각오를 갖추고 달려갔다.
서하와 하윤을 시작으로 다른 멤버들도 빅스타 타워 안으로 들어갔다. 물론 그 와중에 감마가 쫓으려고 했지만, 이내 오진이 얼음 벽을 만들어서 단번에 입구를 막아버렸다. 간단하게, 밖의 이들은 이제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적어도 저 얼음 벽을 박살내지 않는 한...
타워 안은 말 그대로 정말로 고요했다. CCTV가 움직이는 것 같긴 했지만 고작 그 정도였다. 딱히 함정이 만들어진 것도 없었고,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곧 변화가 일어났다. 어두컴컴했던 타워 내부에 전등불이 환하게 올라왔고, 방송 시스템을 이용해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델타, 이준의 목소리였다.
"제법이구나. 아롱범 팀. 자네들이 이 안에 들어올 거라고는 예상했지만..설마 이런 전개가 될 줄은..."
"...서장님..아니, 델타..!"
"아빠..."
"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오도록.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다. 자네들이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되찾고 싶다면 이 타워의 옥상으로 가야할걸세. 하지만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전망대에서 우선 엘리베이터를 갈아타거나 계단으로 올라가야만 하지. ...어찌 되었건, 자네들이 옥상으로 가기 위해선 전망대를 가지 않으면 안된단 이야기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