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현 상황은 너무나 불리하기 짝이 없었다. 권 주가 동전과 총기를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했지만 눈앞에 날아오는 파도는 어떻게 대처할 수 없었고, 총기는 어떻게 날리려고 해도 동전은 도저히 날아가지 않고 계속해서 빠르게 날아오기 시작했다. 서하가 빠르게 손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서하의 바로 옆에 홀이 생겼고, 감마의 손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단번에 서하를 제압하듯이 땅에 때려눕혔고, 메이비는 어떻게든 마킹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 상황이 바뀌는 것은 없었다. 움직여보려고 해도 동전등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면서 아롱범 팀을 덮쳤고 이어 파도가 제 2타로 날아와서 단번에 아롱범 팀을 뒤로 밀어버렸다. 피할 수 있는 이는 어떻게 피했을지도 모르지만, 피하지 못하는 이들은 모두 하늘로 솟아올랐다가 그대로 땅에 철퍼떡 쓰러졌다.
"...명색이 경찰인가요? 무력하게 희생되는 사람들?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 몇명이 희생된다고 한들.. 그것까지 신경써야 하나요? 애초에 지금 세상도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위해서 희생을 강요하고 희생시켰는데 왜 그들은 처벌받지 않고 우리들만 악으로 규정되어야 하죠? ...속이 뒤틀리는 것도 없을 거예요. 그것이 당연한 세계가 될 테니까."
권주의 말을 비웃듯이 베타는 피식 웃으면서 반론을 던졌다. 일단 전자의 힘은 풀리는 것 같았지만 이내 아롱범 팀은 또 다시 땅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역시 전자의 힘은 계속해서 작용하는 모양이었다.
"힘이 없는 이는 지금 여기서 뭐라고 할 자격도 없지. 안 그래?"
"하하하! 그래! 그래! ...경찰..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마! 너희들은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없으니까!"
"그래요. ...포기하세요. 여기를 뚫을 수 있다고 생각 말라고요."
"...포기 못해요..절대로..!!"
그 상황 속에서 말을 한 것은 다름 아닌 하윤이었다.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애를 쓰면서 하윤은 피를 작게 뱉었다. 그리고 앞을 노려보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들은 경찰이니까..! 시민을 돕고 지키는 것이 의무니까..! 하지만 그것을 떠나서, 모든 것을 잊는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한 행복일리도 없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당신들은 범죄자니까요! 다른 이들은 몰라도 저는, 절대로 포기 안해요..! 절대로..! 절대로..!! 반드시 아빠도, 이모도 막아보이겠어요! 당신들을 이겨내고..!"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부모님도 익스퍼가 아니니까... ...우리 부모님이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그대로 있겠어? ...무엇보다...내가, 내가 여기서 무릎을 꿇으면, 동료들을 볼 면목이 없단 말이야...!"
"..핫... 꽤나 멋진 척 하면서 잘도 이야기하는군요. 결국 당신들은 아무런 피해도 보지 않았으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거겠죠. 하지만, 당신들도 알고 있을텐데요? 이 사회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오퍼레이터 두 사람. 당신들은 안전한 곳에 있었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쪽의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직접 현장에서 싸운 여러분들 말이에요. 그렇게 열심히 싸운들...누가 알아주던가요? ....더 이야기해보죠. 당신들이 지금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막아보려고 한들 누가 알아준다고 생각하나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요. ...그런데도 맞선다고..? 바보인가요? 당신들은..? 아하하하!!"
정말로 우습다는 듯이, 베타는 크게 비웃다가 아롱범 팀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경찰로서 그렇게 열심히 활동해도, 결국 익스퍼 보안 유지부에서는 당신들을 죽이려고 하고, 아무도 당신들이 열심히 성류시의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알아주지도 않는데.. 그런데도 이 세계를 지키겠다..? 진심이세요?"
"누가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거야.. 물론 너희들도 약간씩 사연이 있다는건 알고있지만, 어머니를 잃은 사람 앞에서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그리고 뭐 안전한 곳? 오퍼레이터들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어. 네놈들 잣대로 우리 팀원을 평가하지 말란말야 이 자식아.."
그녀는 그 부분에서 몸을 일으키며 이를 악물고 반박했다. 누가 뭐래도 그들은 동료였고.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의 피해를 고통을 겪은뒤에 이 곳에 서있는것이었으니. 다른건 몰라도 그 부분을 무시하는것을 보고 가만히 아파하며 누워있을수는 없었으니까.
"누군가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냐 너희들은? 그런걸 관종이라고 하는거다.. 한심해서 대꾸할 가치도 못 느끼겠지만 이야기에 어울려주지. 세상이라는것은 알아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움직이는거야. 만약 알아주지 않는다고 그 누구도 나서지 않는다면. 그냥 무법이 되겠지. 익스퍼 보안 유지부? 그딴 놈들이 뭐라고 하든 내 알 바가 아니라고. "
어떻게 해야하지, 그녀는 여기서 어떤 방법을 취해야하나 계속해서 생각하며 그들을 노려봤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딸아이를 찾아가며 감사인사를 하고, 눈 앞에서 죽을뻔한 사람들을 구하고. 무사히 자신의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그 모습이.. 그딴거에 비할바냐... 세계를 구한다는 대단한 놀이가 아냐 이건. 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눈을 돌리지 않을뿐이다. 나는 그렇게 멀리까지 보지 않거든..."
와이어가 연결된 나이프, 이것은 투척무기로 취급될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그것을 베타의 다리를 묶기위해 날려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말이야!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움직여! 여자란 자고로 사랑에 목숨도 걸 수 있는거라고!"
퍼부어 맞은 동전이 몸 여기저기에 스친다. 이어 오는 파도에 몸이 위로 솟구치다가, 등부터 떨어져서 제대로 부딪친다. 한참이나 정신도 못 차리고 콜록거리며 기침을 한다. 어쨌든, 방금의 공격으로 데미지는 제대로 들어가버린듯 했다. 하지만, 비틀거리면서 다리에 힘을 주어 지탱하려했다.
"애초에 알아주는 걸 바란적 없어. 그걸 바라면 경찰이 되지도 않았으니까. 그리고 경찰은 시민을 지키고, 너희 같은 범죄자들을 잡는 것이 임무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있는 직업이 아니야."
피가 이마를 타고 흐르며 눈 앞을 가린다. 그러나 은색의의 옅은 눈동자는 그날따라 선명하게 빛이 난다.
"...그리고, 오퍼레이터들을 멋대로 폄하하지마. 도움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테니까."
메이스, 끝에 둔기가 달려있는 형태의 무기. 그러나, 자루가 좀 더 길게 늘어져 있었다. 그것을 베타를 향해 휘두룬다.
메이비가 와이어가 연결된 나이프를 던졌지만 역시나 그것은 메이비에게로 다시 돌아갔다. 그것을 바라보며 베타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것은 명백한 모두를 비웃는 웃음소리였다.
"그래요? ...결국 아무도 여기서 물러나지 않고 포기하지 않겠다 이거죠? ...범죄자? ...마음대로 지껄이세요. 이제 끝이니까.. 즐기던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움직이던지, 그것은 당신들의 자유지요. 하지만, 결국 당신들을 알아주는 이가 하나도 없고, 당신들만의 싸움을 하는 것도 명백한 사실... 그렇다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쓰러지도록 하세요."
이어 베타는 다시 한번 하늘 높게 동전들을 집어던졌다. 그러자 그것들은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이번에도 모두의 살을 찢어버릴 정도의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였다. 갑자기 주변의 공기가 상당히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5월 날씨와는 명백하게 위화감이 있는 날씨였다. 그와 동시에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버 익스파...!! 프리즌 브레이커...!"
이어 빠르게 날아오는 동전들이 전부 얼어붙었고 일제히 땅에 우수수 떨어졌다. 그리고 얼어붙은 동전들은 이내 쨍그랑 소리를 내면서 일제히 산산조각이 났다. 그 예상치도 못한 일에, 서하는 물론이고 하윤 역시 당황하는 눈빛으로 목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목소리가 난 곳은 아롱범 팀의 조금 더 뒤쪽이었다. 거기에 서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김오진. 이전에 딸을 유괴당한 적이 있는 바로 그 사람이었다.
"괜찮으십니까? 경찰 여러분들...!"
"당신은....."
"....그때..."
"너무 늦진 않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그때의 감사를 이렇게 갚게 되는군요. ...정말로 늦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이내 갑자기 무언가가 하늘 위에서 내리찍듯이 땅으로 뛰어내렸다. 이어 보이는 것은 전신이 녹색 피부로 물들어있는 근육투성이의 남성이었다. (=Case 6에서 등장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R.R.F를 향해서 엄청나게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타깃이 되었던 감마는 빠르게 뒤로 피했다. 뒤이어, 이번에는 아롱범 팀의 뒤쪽에서 이전에 지하연구소에서 보인 적이 있는 그 붉은색 빛이 주변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베타의 오버 익스파가 해제되었다.
"이 누님 혹은 언니가 늦었나? 모두들...?"
이번에 들려온 목소리는 다름 아닌 신혜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린 곳을 돌아보자 보이는 곳은 익스파를 해체하는 그 장치를 트럭에 실은채로 장치를 작동시키면서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과 다른 두 연구원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트럭은 이전에 한번 성류시에 온 적이 있는 스몰 시드의 회장인 박수호(=Case 2에서 등장했습니다)가 이끌고 있었다.
그리고 뒤이어 다른 익스퍼들도 하나둘씩 등장했다. 이전 익스퍼들이 대거로 날뛸 때 아롱범 팀이 구해준 이들이었다. 하나 둘...그렇게 모여든 이는 곧 엄청난 수로 번졌고, 뒤이어 경찰차 사이렌 소리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뭣들 하나..! 민간인들에게만 맡길 참인가...! 우리들도 돌격한다...!"
이어 들려오는 것은 김호민 경위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에 따라서 무장을 한 경찰들이 일제히 사이렌을 단 차량에서 내렸고, 아롱범 팀을 보호하듯이 감싸듯이 앞에 섰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호민 경위는 피식 웃으면서 모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경례 자세를 취하면서 인사했다.
"...자네들...고생이 많구만.. 너무 늦어서 미안하네. 이런저런 준비를 할 것이 많아서 말이야."
"대체..이게 어떻게 된 거죠?"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하윤이 멍하게 호민을 바라보자 호민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모두에게 설명을 이어갔다.
"그게 말일세. 우리들도 어떻게든 출동하려고 하고 있었네. 하지만 말이야. 그..헬기가 터져서 지금 어째야 할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야. ...나는 아직 고치화가 되지 않았지만 익스퍼가 아니기도 하고 말이야. 그 와중에, 김오진 씨. 그가 거리에서, 열심히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네. 자네들을 도와야한다고 말이야. 처음에는 다른 익스퍼들도, 다른 사람들도 전부 부정적이었지만, 자신들이 뭘 할 수 있냐는 느낌으로 말이야. 김오진 씨. 엄청나게 열심히 피가 터지도록 사람을 모으더군. 그래서 하나둘씩..동조하는 사람이 늘어갔네. 그리고 그 와중에 신혜 누님..이었나? 아무튼 그렇다고 하니까...! 그 사람이 이것이 필요하다면서 본청으로 찾아왔고, 아무튼 그러다보니... 지금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버렸네. ...정말 대단하다고밖엔 할말이 없군. 지금 여기 사람들, 전부 자네들을 돕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온 이들이네."
"아...저기..! 많이 다치셨나요?!"
이어 한 여경 한명이 빠르게 다가왔고 모두를 바라보면서 주변에 녹색 공간을 펼쳤다. 그리고 그 공간 안에 있는 아롱범 팀은 전원, 상처가 깔끔하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이어 그녀는 모두를 바라보면서 경례를 올렸다.
"저...! 전에 아쿠아리움이 붕괴해서 무너져내릴 때...그 안에 있었던 사람이에요..! 그때 여러분들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어요! 정말로 감사해요!! 이, 일단 상처는 제가 치료해줄게요...!"
한편, R.R.F는 조금씩 뒤로 밀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조금씩 뒤로 밀려나는 것과 더불어 표정도 조금 창백해진 상태였다. 이어 들려오는 것은 베타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