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성류시는 오늘도 별이 반짝반짝거려요. 하윤이의 눈에는 그 별이 너무 예뻐서 하윤이는 이곳이 너무 좋아요. 하지만 왜 별이 반짝이는지 모르겠어요. 엄마에게 물어보니까, 엄마는 하윤이가 예쁘니까 별님이 비쳐주기 위해서래요. 후훗. 물론 거짓말인 거 다 알아요. 하윤이는 그렇게 예쁜 사람이 아닌걸요. 아무튼 놀이터에서 서하와 놀다가 헤어질 시간이 되어서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놀이터에서 집까지는 조금 거리가 떨어져있고, 중간에 슈퍼도 있으니까 가는 길에 엄마에게 받은 용돈으로 과자나 사먹어야겠어요. 초콜릿으로요!
꼭 초콜릿을 사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어제 본 '특수 수사대 익스레이버'라는 만화를 떠올리면서 그 주제가를 불렀어요. 하윤이는 그 만화가 제일 좋아요. 너무 멋있어요! 장차 하윤이도 커서 아빠처럼, 그리고 그 만화의 주인공들처럼 멋진 경찰이 될 거예요! 빵야! 빵야!!
두 손으로 총을 쏘는 것처럼, 만화의 예쁜 언니처럼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면서 앞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저 앞에서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어요. 하윤이와 비슷한 나이로 보여요. 사실 누군지 대충은 알아요. 학교에서 본 적도 있고, 이 동네에 있는 애들은 대충 아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걸어가면서 손을 흔들면서 인사를 건넸어요. 아빠와 엄마가 그랬거든요. 인사를 착실하게 해야 착한 어린이라고요! 물론 하윤이는 어린이가 아니지만, 착한 이가 되고 싶으니까 그 말에 따를 거랍니다.
"안녕! 좋은 밤이야!! 후훗."
엄마와 아빠가 예쁘다고 해주는 해맑은 미소도 잊지 않았어요. 그야 인사는 예쁘게 하는 것이 좋은 법이니까요!
하교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주는 가방을 들고 학교를 뛰쳐나옵니다. 그러나 주가 향하는곳은 같은 반의 친구들도 맛있는 냄새가 풍기는 분식점도 아니였습니다. 학교의 체육관 창고에 감춰든 장비들을 확인하고, 사라지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반으로 대충 묶은 머리칼을 전부 그러모아 한데 묶고선(하지만 어딘가 어설펐습니다. 군데군데 머리카락이 삐쭉 튀어나와 있어요.) 제 손보다 커다란 목장갑을 낍니다. 낡은 포대자루 까지 들면 준비가 완료됩니다.
어느새 저녁이 되었습니다. 그날따라 주는 조금 더 들떠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야 끌고 온 포대자루가 불룩해질정도로, 동네 방방곡곡을 돌며 모은 고철은 마음이 든든할 정도였는걸요. 고철은 키로당 200원, 양은은 1000원, 스뎅도 1000원. 입으로는 작게 고철의 시세를 외웁니다. 어린애라고 무시당해 괜히 떼이면 곤란하니까요. 이정도로 모았으면 미처 지원금으로 사주지못했던 과자도, 조그만 장난감들도 동생들에게 사줄 수 있을터였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실제로도 보기보다 가벼웠습니다. 익스파로 무게를 가볍게 했으니) 주는 단골인 고철상으로 향합니다. 그러다가, 누군가의 인사를 받고 잠시 멈춰 섭니다.
"어... 안녕하세요? 좋은 밤이네요...?"
그 또래에 맞지않는 존댓말로 저에게 인사하는 여자아이에게 덩달아 인사를 합니다. 아뇨, 어디서 본적이 있네요. 저보다 한 학급 위에 있는 양갈래 선배였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애는 5학년 애에요. 이름도 일단은 알고 있어요! 권 주....였어요! 아마! 이름이 두 글자라서, 하윤이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엄마에게 물으니까 그런 것을 외자 이름이라고 한다고 그랬어요. 하윤이는 그 사실을 알고 엄청 놀랐답니다. 당연히 이름은 세 글자인 줄 알았는데, 두 글자도 있다는 것이 말이에요. 서하도 최서하니까 세 글자고, 차유리인 엄마도 세 글자고, 강이준인 아빠도 세 글자인걸요! 아무튼, 눈 앞의 애는 포대자루를 가지고 있었어요. 뭔진 모르겠지만 엄청 불룩한 느낌이에요. 저건 뭐일까요? 하윤이는 너무 궁금해서 고개가 절로 갸웃했어요. ....장난감은 아닌 것 같고, 과자도 아닌 것 같고....
"있잖아. 그거 뭐야?"
아무리 생각해도 하윤이로서는 도저히 답을 알 수 없었어요. 그래서 하윤이는 물어봤어요. 선생님이 모르는 것은 물어봐야 한다고 했으니, 묻는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튼 그와는 별개로 주를 빤히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이야기했어요.
"아. 그것도 그거지만, 나 슈퍼 가면서 과자 사먹을 건데, 너도 먹을래? 엄마에게 용돈 많이 받아서 초콜릿 10개, 20개, 아니 100개도 살 수 있어! ....아, 아마도..!!"
100개....살 수 있을까요? 모르겠어요. 아무튼 많이 살 수 있을 거예요!! 나누기 하면 되지만, 종이도 연필도 없어서 나누기를 할 수 없어요. 하윤이는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거 힘들어요. 그러니까 일단 그렇게 대충 이야기했어요.
떠올랐습니다. 강하윤 선배에요. 유독 활발한 선배라서 얼떨결에 이름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포대자루를 가리키며 묻기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곤란해합니다. 주는 대충 묶어 올린 머리를 긁적입니다.
"여기 안에 있는건... 보물들이에요. 그래서 갖다주면 돈을 받을 수 있는 거에요."
뭐 틀린 말은 아니였습니다. 땅에 떨어진 캔 하나하나가 전부 소중한걸요. 용돈으로 초콜릿 백개를 살 수 있다는 하윤의 말에 깜짝 놀랍니다. 초콜릿 하나가 스뎅 1키로인데, 백개라고 생각하면 스뎅 100키로가 됩니다. 고철을 꽤나 모아본 저에게도 힘든 숫자였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에게 용돈을 받는다 해도 그 정도의 금액은 무리일겁니다. 주는 고개를 내저으며 조심스래 말을 꺼냅니다.
"...아무래도 그 정도는 무리일거에요. 하윤 선배."
누나라니, 그리 부르는 것이 조금 어색했던 주는 생각을 하다 선배를 붙입니다. 그러나 주는 하윤의 달콤한 제안에 흔들립니다. 만약 그 받으면 동생들에게 간식을 안겨줄 수 있을텐데... 슈퍼 앞을 지날때마다 쪼꼬를 찾는 동생들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그렇지만, 반나절을 끌고 다녔던 포대 쪽을 돌아봅니다. 애써 모은 고철들의 빛이 바래는 것 같습니다. 노력의 가치가... 노력의 가치가아아아...
"하... 하지만 아무 대가 없이 물건을 받지 말라고 배웠는걸요!"
결국 속으로는 눈물을 머금고 대꾸합니다. 남에게 도움을 받는 건 결국 빚을 지는 것이니까요.
하윤이, 엄청난 것을 들었어요. 저 안에 보물이 있대요! 갖다주면 돈을 받을 수 있다니! 그럼 경찰서로 가는 것일지도 몰라요! 아빠가 그랬어요! 그런 것을 찾으면 경찰에게 신고를 해서 맡겨야 한다고 말이에요! 그럼 나중에 아빠에게 말해서 여기 어딘가에 보물이 묻혀있으니까 꼭 찾으라고 해야겠어요! 아빠가 이런 것은 바로바로 말해야 착한 어린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하윤이는 착한 어린이가 될 거예요! 브이!
아무튼, 무리라는 것은 나도 알지만...곧바로 지적 받아서 하윤이, 그만 시무룩했어요. 엄마와 아빠는 이런 모습을 보이면 하무룩한다고 웃는데, 왜 하무룩인지 모르겠어요. 하윤이, 하무룩이 무슨 말인지 몰라서 국어사전으로 찾아봤는데 국어사전엔 없는 단어래요. 대체 무슨 말일까요? 잘 모르겠지만...아무튼 하무룩하다가 주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우뚱 했어요.
"착한 어린이가 되려면 대가없이 착한 일을 해야 하는 법이야. 도덕시간에도 배우잖아! 무언가를 바라고 착한 일을 하지 말라고. 그거와 마찬가지야. 그리고 친구가 아니라도 괜찮아. 오늘부터 친구 하면 되지. 너, 내가 누군지 알잖아? 이름 알고. 나도 네 이름 알아! 권 주! 같은 학교도 학년도 알아. 그럼 친구 아니야? 에잇! 사준다고 할 때는 받는 거야! 아빠도 그랬어. 원래 나이 많은 이가 뭐 사주면 고맙습니다 하고 받는 거라고. 내가 1살 더 많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고맙습니다 하고 받으면 되는 거야. 브이. 말을 끝내면서 오른손을 뻗어서 브이 자세를 취했어요. 아무튼, 그런 것은 넘어가고... 주를 바라보면서 하윤이는 다시 말했답니다.
꼭 끌어안겨서 조오금 숨쉬기는 힘들었지만 좋은 느낌이라서.. 어.. 그러니까 좋은 향ㄱ.. 본인도 그렇게 느낀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고개를 갸웃하다가 풀려나서는 토끼귀를 벗으면서 슥삭 돌려보냈답니다.
"피카츄 귀여워요. 피카피카피 라는 것도 귀엽고요.." 타미엘은 그 피카츄의 목소리나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상당히 다른 목소리로 기억하고 있었겠지만. 피카츄 성대모사를 한번 해버고는 그건 일단 잊어드릴게요. 라고 조금 장난식으로 말했습니다. 일단 잊는 거니까 다시 떠올려도 괜찮은걸요?
"응응.. 그러면 그쪽도 한번 둘러볼까요..?" 뭔가 엄청 많아서 신기해요. 라고 하면서 하늘하늘한 원피스형 잠옷도 하나 들어본 뒤 토끼랑 원피스랑 둘 다 내려놓고는 저금 더 안쪽을 기웃거려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