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외력에 지은은 속수무책으로 바닥으로 넘어질 수 밖에 없었다. 워낙 빠른 시간에 일어진 일이라 지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아, 아니... ** 진짜 개빡치네..."
손으로 치기에도 부끄러울 상스러운 욕을 집씹듯이 내뱉고는 갑자기 등장한 R.R.F 멤버들을 보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하윤이 공격을 받고 쓰러지자 지은은 잔뜩 당황해하며 그녀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죽은 것은 아니더라해도 엄청난 공격을 받은 후였다. 지은은 인상을 쓰고는 하윤에게 다가갔다.
"그만 나와! 아니 무슨 바퀴벌레*끼들 마냥 자꾸 나오고 그래? 짜증나게, 진짜.... 그래! 이번에 잡히면 다시는 못나오게 그 목을 잘라줄까?"
와, 끝났다. 이제 사표를 작성해보실까!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하윤을 바라보았다. 동시에 여기에 존재하면 안될 목소리에 끓어오르는 감정을 차마 식힐 수 없었다. 이거, 기분 한 번 엿같구만. 안 그래도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땅바닥에 달라붙어선 저 징글징글한 바퀴벌레들 목소리를 듣는 건 지긋지긋했다.
"하이에나도 아니고..."
기억나게 해주겠다고고 뭐고, 그는 욕을 뇌까리며 이룰 악 물었다. 내가 차라리 사표를 내서 저 녀석들중 한 녀석이라도 좀 개인적으로 처리해버리고 싶은데. 이젠 지긋지긋하다. 아니, 솔직히 저 녀석들을 다시 마주하니 빡친다. 하윤이 무차별적으로 공격당하자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감마를 쳐다보았다.
"이야, 역시 익스퍼의 자유 어쩌고를 위해선 뭐 통수도 별모양으로 후려치고 나는 레지스탕스다 어쩌고 하시나봐? 뭐 델타 따님분이니 더 극진히 대하시겠다 그건가? 재밌네, 거, 아저씨. 당신도 알고 있었지? 당신이 과거 요원이네 뭐네 허세 떨었던 곳이 보안 유지부가 아니라 멍청한 윗대가리랑 인형놀이 하는 장소였던거? 난 몰랐네..저런 놈들만 있으니 역시 우리는 자유로워져야 하는데-"
이판사판이다. 지금 내가 죽거나 죽지 않거나, 아니, 그딴 거 없고 자비없이 독설을 내뱉으며 그는 베타의 웃음에 표정을 구겼다. "아, 거기. 두부는 사 처드셨냐? 안 먹었으면 좋을텐데. 네가 조만간 다시 돌아갈거라서." 라고 말하는 것이 딱 어그로 끌긴 좋아보여도 뭐, 딱히 상관 없지. 짜증나 죽겠으니까.
간신히 아픔을 참은 그녀가 소릴 지른 건 하윤이 쓰러진 다음이다. 멍한 눈으로 쓰러진 하윤을 바라보다, 입술을 피나도록 깨문다. 저 역겨운 얼굴들을 지금 보게 될 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아 정말 잘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나. 일어날 수도 없고. 리크리에디터는 빼았기고. 멍한 눈으로 하윤을 바라보다가, 무언가 결심한듯 눈을 꾹 감다 뜬다. 차마 그대로 보낼 수는 없지 망할 것들. 난 못 움직이는 건 이미 익숙하거든? 약속을 어기고 다치게 된대도 좋아. 지금은 이해 해줄 거라 생각하니까. .크게 악을 지르곤 영혼 상태로 들어서 오버익스파를 쓰려 했다.
"...다들 말이 많네요. 후훗. 하기사 사람이 가장 미칠 것 같은 순간이 다 얻은 것 같은데 뺏기는 순간이라고 했던가요? 애석하게도 이건 우리가 가져갈 거예요. ...손가락이나 빨도록 하시죠."
"하하하. 수고많았어. 모두들..."
베타의 말에 이어서 알파가 보란듯이 비웃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권 주가 오버 익스파를 사용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베타는 피식 웃으면서 자신 역시 오버 익스파를 펼쳤다. 그러자 날아오는 검들은 모두 돌아가서 아롱범 팀을 공격했다. 누군가는 베였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를 다쳤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다행히도 다치거나 하는 이들은 없었다. 위협용으로 쓴 것일까. 다만 그 와중에 로제의 머리카락이 조금 잘려나가긴 했지만 그 이외에는 큰 피해는 없었다.
"...그럼...돌아가도록 하죠. 모두들...수고하셨습니다."
베타의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그들의 모습은 보호색으로 가려졌다. 그리고 이내 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간단하게 말해서, 마지막에 R.R.F에게 월드 리크리에이터를 뺏긴 상황이었다.
그들이 사라지자 아롱범 팀은 겨우겨우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하지만...이미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고 해도 되찾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그저 쓰러진 서하와 하윤 두 사람 뿐이었다.
꽤 상처가 심한 두 사람은 머지 않아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의식불명의 상황이 된 것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당분간은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월드 리크리에이터는 현재로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는 조용히, 조용히 앞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저 앞에 보이는 모든 결말이 보이는 그 선을 향해서..... 조금씩 빠르게 가속하고 있었다.
Fin
//이것으로 탈 많았던 Case 19는 끝을 맺었습니다. 이어 사이드 스토리와 Case 20 예고가 올라오겠습니다.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모든 모습을 이준과 민경은 아지트 내부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만족스러워하는 표정도 있었지만, 마음 아파하는 표정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침묵이 쭈욱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민경이었다. 그녀는 이준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했다.
"...괜찮아? ...일단 하윤이가..."
"어쩔 수 없는 거였어. ....그리고, 그 애는 그 애의 길을 걷기로 했으니까..차별은 안되지. ...우리들은, 우리들의 길을 걷기로 했잖아?"
"...그렇긴 하지만.... 알았어. 더 약해질 순 없으니까."
"아무튼...계획은 언제 실행할 참이지?"
이준의 물음에 민경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그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직 장치가 완성이 되지 않았어. 그러니까 장치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약 한 달 정도..."
"그럼 한 달 정도 조용히 숨어있으면 된다는거군. 알았어. ....그럼 그 후에는..역시 그곳으로 갈건가?"
"...당연히. ....언니의 힘을 사용하는 그 곳에서, 그리고 별이 그 무엇보다 가까운 그곳에서 시작할 거야. 그 날... 역사는 다시 쓰이게 될 거야."
어디를 지칭하는 것일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둘은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고, 그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지금 당장 움직이는 것이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 점일까? 아니면...오히려 불행인인 점일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