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 ─▽─)/ 아침에 출근하자 마자 이 편지를 보게 될 그대의 모습을 상상하니 행복해서 웃음이 나오네. 이 편지를 보고 있을 오늘은 그대와 내가 이어진 지 백일이 되는 날이야. 어떻게 편지를 시작할까 고민하다, 그대에게 풀어놓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하기로 했어. 나는 어릴적 정치가 집안에서 태어났어.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 어머니와 형제들의 어머니는 다른 사람이었어. 그렇게 태어난 아이었으니 정말 최소한의 것만 받고 아무도, 심지어 형제조차 날 없는 사람으로 취급했었지. 날 구타하며 화풀이 할 때만 그들은 관심을 주었어. 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꼽아보자면 그때라고 말할 수 있어. 그렇게 고통스러운 유년시절을 어찌어찌 버티고 버텨, 경찰 시험에 합격한 후에 집에서 뛰쳐나온 내게 남은 것은 몸뚱아리와 대출금 4천만원. 몸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살아갈 원동력을 그 곳에서 얻었어. 합수부때, 처음 만난 날 기억나? 서로 현장에선 으르렁거리며 싸우다가도, 회식 자리에서 진짜 친한 누나동생같이 지냈던거. 다시 생각 해 보면, 그때부터 조금씩 그대가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아. 그걸 이제야 눈치 챘었다니, 참 바보같아 난. 처음으로 사건에 실패하고─그 아동 연쇄 유괴범 사건 기억하지?─좌절 해 있을 때, 제일 먼저 그대가 떠오르더라. 그때는 왜였을까 몰랐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아.
백 번째 밤을 맞이하게 해 준게 그대여서 고마워. 불안정하고 제멋대로인 날 받아줘서 고마워.
사랑해 나의 어여쁜 장미.
(로제의 테이블에 편지와 함께, 루비와 코냑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백금 팔찌가 하나 놓여있다.)
편지 잘 받았어요. 어느덧 우리가 100일인가요? 사랑하는 당신을 100일동안 빠짐없이 생각하게 되어 기쁩니다. 아니, 그 이상을 생각하게 되어 행복합니다. 나는 그대를 사랑하면서도, 사랑하는 연인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였지요. 그건 당신 또한 마찬가지일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그런 일이 있었을줄은 몰랐습니다. 많이 힘들었겠지요, 그동안 버텨주어 고마울 따름입니다.
나의 사랑, 나 또한 상처가 많은 과거를 지녔습니다. 한국으로 이민을 와 자국의 익스퍼를 관리하는, 외교관에 가까운 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해 자유로운 형과 달리 늘 규칙적인 생활을 강요받고, 오로지 계획된대로 기계처럼 살았습니다. 쓸모가 없으면 살아있을 가치조차 없다 교육받았고, 감정을 하나하나 버리고 사람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쓰곤 하였습니다. 인간성이 없는 제가 경찰이 되기 위해선 많은 반항이 필요했지요.
그렇지만 그게 지금 무슨 상관일까요. 사랑하는 당신이 나의 곁에 있는데.
처음 만난 날이라면 당연히 기억이 나지요. 저는 당신에게 맹랑한 꼬맹이라 으르렁대고, 회식 자리에선 정 반대였는데. 오, 당신을 그때부터 눈에 담은건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바보같다면 둘 다 바보인걸로 치죠. 당신만을 기억한 바보 말입니다.
나를 떠올려주었다는 사실에 어찌 말해야할지 모르겠군요. 제가 다리를 잃었다 생각했을 순간, 나는 당신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엔 그것에 무엇인지 몰랐지만, 점점 갈수록 당신에 대한 생각이 깊어져만 갔습니다. 나의 사랑. 그대를 이 팀에서 만나 기뻤습니다. 당신의 고백을 들었을 때는. 혼란스러웠지요. 나 같은 사람이 정녕 당신을 만나도 되는 것인지에 대해 말이죠. 물론 금방 마음을 다잡았지요.
두 번 다시 놓치기 싫은 나의 사랑. 그대를 만나 기쁩니다. 나의 곁에 있어주어 감사합니다.
"언제까지고 그대의 곁에 있고 싶습니다."
로제가 당신이 선물한 팔찌를 착용하고, 가녀린 왼손 약지에 발렌타인 데이때와는 다른 새 반지를 끼워주는 9시 26분.
"으..응.. 더운 거예요.." 목소리가 기어들어갔지만 꿋꿋이 주장했답니다. 사실 더운 건 아니지만요. 다만 그녀는 더위나 추위에 조금 약한.. 약하려나요? 관리를 잘해줬다는 말에.. 머리카락이 긴 편이.. 그들에게는 나았으니까요.. 라고 작게 중얼거렸답니다.
미용사들의 시선이 묘한 건 타미엘 쪽도 마찬가지였으려나요? 정상적으로 앉았더라도 발이 닿지 않는 의자에 앉아서는 머리카락을 다 풀어내자. 길이에 놀라려나요? 완전히 세팅이 완료된 머리카락 아래를 다 기부하기 위해 고무줄로 묶고 잘라내야 합니다. 워낙 풍성한 탓에. 몇 갈래로 나누어서 잘라내야 하였답니다. 그정도로 잘라내고 나니. 상당히 큰 실의 덩어리들이 생겨났답니다. 마무리는 닉시들에게 시켜야 하려나요?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그럼 이번엔 헤세드 차례네요!" 종아리 절반을 넘긴.. 발목에 가까운부근에서 리본으로 묶여서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땋아내린 머리카락의 끝이 조금 삐뚤삐둘거리기는 하지만. 그거야 마무리를 하기에는 너무 길고 풍성했으니까요. 앗. 그러고보니. 그거. 아마 보낼 때 박스에 넣어 보내야 할 것 같네요. 길고 길잖아요? 미터급이 한뭉치. 두뭉치..
//다들 안녕하세요오.. 아으.. 익숙해지는 건 어렵네요.. 익숙해지면 좋은 거긴 한데...(생활리듬 회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