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트 통에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범인을 삿대질하며 깔깔 웃는다. 뭐야, 저거 그 나홀로 집에 나오는 범인들 같지 않았어? 다시 찾아오는 익숙한 감각에 무사히 바닥에 착지했다. 지은은 내려오는 사다리를 기다렸다. 어서 체포하고 이번 사건도 나이스!하게 끝내버리자. 그러나 그런 지은의 기대에 무색하게도 누군가 훼방을 놓았다. 지은은 말도 안된다는 듯 인상을 팍 찡그리고 소리쳤다.
"델타...? 늘 궁금했던 건데 무슨 수학 기호에요? 혹시 다음에는 '엡실론'이 나오는 건 아니죠?"
진지한 분위기를 잔뜩 초친다. 조용히해 지은아!!! 너가 아무리 입딜 전문이라도 그건 무리가 있어!
기껏 쓰러뜨려 놓았더니 검은색 양복과 헬멧을 쓴 의문의 남자가 등장해서 범인을 들쳐맸다. 사다리에서 내려오더니 꽤나 실력이 좋다면서 한가롭게 칭찬이나 한다. 덤으로 저 사람을 넘겨줄 수 없다는 말까지. 허, 이 세상 모든 범죄자들을 체포하고 싶으면 누군지 모를 이에게서 허락을 받아야하는 건가? 실소가 입밖으로 비집어 나왔다. 그러니까 저 남자가 R.F.F 소속의 델타인 모양이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저 사람이 배후에 있었던 것인가.
적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재빨리 구슬을 던져 델타의 헬멧에 맞추려고 하였다. 이런 것의 명중은 자신있다. 많이 해봤으므로. 명중했으면 나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곧바로 손가락을 퉁겨서 헬멧을 폭발시켰다. 내 신체가 닿은 적 있는 물체에 다른 것이 닿으면 그것을 폭발시킬 수 있으니까. 어디 얼굴부터 보자.
풉, 꼴 좋네. 페인트 통에 머리를 맞는 것이 어딘가 찰리채플린의 무성 코미디 영화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입을 가리고 웃으려다가 일부러 범인에게 들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리내서 픽,하고 공기 빠지듯이 웃는 소리를 내며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한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델타라니, 누군지는 중요치 않았고, 일단 그가 거의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려 한다는 것이 더더욱 중요했다.
" 가지 마세요! "
다솔은 손을 뻗어 델타를 얼리려 했다. 범인 체포 -> 실적 올리기 -> 승진 -> 월급 인상 이라는 완벽한 계획을 깨트리게 둘순 없다...! 애써 이 말을 삼켜냈다.
모두가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을 당시, 자신의 방 안에서, 자신이 만들어놓은 비밀스러운 방 안에서 민경은 중계되고 있는 장면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아무리 봐도 자신이 준비한 범죄자 쪽이 밀리는 분위기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한심하다는 듯이 조용히 목소리를 이었다.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네. 정말로... 이미 예상한 거지만 말이야."
이어 그녀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서 어디론가 올라갔고 그 계단 너머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자신이 운영하는 장난감 가게의 안이었다. 이어 그의 앞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그것은 건장한 체격의 사내였다. 그 사내를 바라보면서 민경은 이야기했다.
"어서 와. 딱 시간대로네."
"그거야 불렀으니 말이지. 무슨 일로 불렀지?"
"응. 별 거 아니야. ...슬슬, 풀어줄 때인 것 같아서 말이야. 내가 지시한 내용은, 풀리게 되면 기억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말이지.."
이내 민경의 두 눈이 푸른 빛으로 반짝였다. 그러자 그의 앞에 서 있는 이는, 몸을 움찔했다. 그리고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잠시 후 씨익 웃는 표정으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암시를 풀었어. 평범하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암시를 말이야. 기분이 어때?"
"...언제 느껴도 이상하지 않군."
"슬슬 가도록 해. 지시한대로 말이야. 아마 예정대로 이뤄질거야."
"...그렇다고 한다면 내가 그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괜찮은건가?"
"괜찮아. 들켜도 괜찮아. 어차피...들킨다고 해도 상관없어. ...이제와서는 말이지. 어차피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행방도 확실해진 이상... 우리가 지금 안 가는 것은 움직이기 전에, 그 연구원들부터 제거하기 위함이고, 위치를 알아낸 이상 더 이상 숨길 이유도 없어. 물론 들키면 조금 계획이 틀어지겠지만 그건 그거대로 괜찮아."
"...그렇군. ...그럼 가도록 하지."
"응. 부탁할게. 매형."
메이비가 서장실의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보이는 것은 텅 비어있는 사무실 뿐이었다.
모두가 그 순간, 아무런 말도 못했을 것이다. 센하의 돌발 행동으로 인해서 헬멧엔 금이 갔다. 그리고 보이는 그 눈빛. 살짝 비치는 그 모습. 그것에 서하는 물론이고 하윤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야...그 모습은...그 모습은....
"....꽤나 공격적이군. 날 체포한다고 했나...?"
이내 권 주와 다솔의 능력으로 인한 공격이 날아왔지만, 그 자는 그것을 정말로 간단하게 막아냈다. 발로 권 주를 걷어차버리고, 얼음 공격은 정말로 가볍게 박살내버렸다. 이어 그는 자유로운 한 손으로 깨진 헬멧을 벗어던졌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서장인 이준의 모습이었다.
"...설마, 헬멧을 박살낼줄은 몰랐군. ...칭찬하도록 하지. 센하 군. 그래. 범죄자에겐 망설이지 말고 공격할 필요가 있지. 하지만...경고하지. 너희들이 덤빈다고 해도 승산은 없다."
이준,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그것은 지금까지 보인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정말로 차갑고 차가운 미소.. 이내 그는 귀에 꽂힌 이어셋을 박살내버렸다. 그리고 모두를 무시하고 천천히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한 마디를 건넸다.
"...쫓을거면 쫓고 덤빌거면 덤벼도 좋다. 하지만...그렇게 하는 이는... 그만한 댓가를 치루게 될 거다. ...자신이 있으면 와라. 애송이들."
이어 그는 그 말만 남기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것은 평소의 뭔가 후덕한 느낌의 이준이 아니었다. 정말로 차갑고 목소리에 카리스마가 넘치고 있는 SS급 익스퍼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