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종자와의 대면, 그리고 소년은 현가(玄家)에서 기묘한 편지가 배달됐었다. 명백하게 눈이 없는 검은색 삼족오, 그리고 그 날개에 검은색 눈동자가 잔뜩 박힌 가문의 문양이 편지 한쪽 귀퉁이에 똑똑하게 박힌 그 편지에서 느껴지는 알수 없는 서늘한 한기에, 소년은 쉬이 그 편지를 펼쳐보지 못했다. 나중에. 나중에 펼쳐보자며 소년은 그 편지를 조용히 품 안에 넣고 바지 주머니에는 여전히 적을 비추는 거울 - 추종자와의 대면에서 사용하기도 했었던 - 을 집어넣은 채 불투명한 수달이 전하는 전달 사항을 들었다.
소년은 천천히 양손으로 얼굴을 문질러서 쓸어내렸다. 추종자와 만난 직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된 명백하게 가문의 문양이 박힌 편지. 소년은 묘한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소년은 고개를 가볍게 내젖고 짧기만한 머리를 쓸어넘긴 뒤 심호흡을 느릿하게 해보이고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실로 걸음을 옮겼다. 학생들이 수군거리면서 이동하는 소리를 떠올렸다. 불투명한 수달. 그건, 무엇일까. 소년은 짧은 의문을 떠올렸다.
추종자는 사라졌습니다. 교수님과 학생들이(저도 포함되어 있었다) 제압했던 그는 압송되었겠지요. 무감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베였고, 기절 주문을 맞았지요. 네게는 그 힘을 통제할 의지도 보이지 않고, 그 힘을 휘두를 용의조차 없구나. 시끄러워요.
그녀는 드물게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올려 묶어서 가는 목선을 살짝 드러내어 붉은 금 장신구가 다 붙잡지를 못하여 살짝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습니다. 푸르고 불투명한 수달은 말을 전달하고는 사라졌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존재였습니다. 향도, 색도, 소리도 모든 것이.. 그렇지요. 그런 존재였지요.
학생 사이에서 아무 일도 모른다는 양 자연스럽게 존재감을 죽이고, 죽여서 섞여들어 향하려 합니다.
응표는 가마솥 안에 남아 있는 잔여물을 싹 비웠다. 그리고, 가마솥 안에 잔여물이 없는지 두 번 세 번 검사했다. 그리고 가마솥을 보관함에 쟁여놓았다. 그는 지팡이를 한번 휙 휘둘렀고, 불은 그 자리에서 조용히 고개를 조아리고 물러가듯이 사그라졌다. 그는 손을 탁탁 털었다. 그리고 하얀 의사 가운을 벗어서는 차곡차곡 접어, 가방의 한쪽 지퍼를 열고 그 안에 잘 집어넣었다. 응표는 그 지퍼를 잠구고는 다른 한쪽의 지퍼를 열어서 그 안을 들여다보았다. "루모스" 하고 중얼거려 불을 키운 지팡이를 가방 안에 들이밀고, 그는 자신의 가방 안에 있어야 할 것들이 다 있는지 살폈다. 그리고는 "녹스" 하고 주문을 외워 불을 끄고는 가방의 지퍼를 잠갔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서류가방의 긴 끈을 어깨에 걸쳐매고는 의자에 걸쳐 놓았던 새까만 교복 망토를 걸쳤다. 이제, 실습실 밖으로 나갈 때가 됐다. 항상 실습실에 틀어박혀서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던, 4학년의 어떤 한 괴짜가, 드디어 실습실 밖으로 나온 것이다.
추종자와 대면한 이후 한참동안 할 일이 있는 시간을 제외하곤 기숙사 밖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더라지. 오히려 제 아비와 많은 소통을 하였더란다. 이것이 괜찮은걸까, 괜찮은 선택인걸까. 문득 드는 생각은 고이 접었더란다. 이미 선택한 일이다. 한 번 해버린 생각은 되돌릴 수 없다. 선택 또한 마찬가지였다.
"....."
수달? 불투명하고 푸른 수달이 전하는 이야기에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며 횃대가 아닌 이불 속에서 졸고있는 세이의 부리를 쓸었다. 다녀올게, 내 동생. 장난스레 꺼낸 인사와 함께 옮기는 발걸음은 묘하게 가벼웠다더라.
푸른 빛으로 빛나는 반투명한 수달을 바라본다. 별다른 감흥이 없다는 듯 팔짱을 끼고, 한쪽 입꼬리만 말려올라간 특유의 웃음을 흐리고 있지만, 눈만은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다. 학구열-이라기에는 애매하지만은-에 고양된 그 얼굴을 보면, 추종자를 마주했을 때의 그 충격은 완전히 잊은 듯했다. 아니, 아니지. 애초에 충격을 받은 적이 없는걸. 억누르고 있던 기억이 떠오른 게 아니니까. 깨어 있는 순간 순간마다 한번도 잊은 적이 없으니까. 그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날 이후로 어떤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잊으려는 생각조차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전교생을 어마방에 부를 정도면, 역시 학교에 처들어왔던 인간 때문이려나-. 중얼거리며 구스타브의 모이통을 채워주고는, 가방을 챙겨 DADA 교실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