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색목인은 모두 그렇게 시원시원한가? 내 근래 들었던 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이오.”
천민 출신이라고 얼마나 많은 멸시를 당했던가. 지은은 환한 웃음 아래로 속으로 불평을 숨겼다. 어쩌면 당연한 멸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신분 상승을 겪어보니 욕심이 끝도 없음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신분만 상승하면 좋다고 생각했더니 이제는 제대로 된 취급을 받고싶다. 지은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뿜고 말았다. 나 주제에 무슨 취급이냐. 지금으로 만족하자. 그래도 씁쓸함이 입에 맴돈다.
“노 프로? 거 듣기에 신기한 말일세.”
재차 말하지만 지은은 토종 한국인으로 영어는 당연히 전혀 할 줄 모른다. 그런 그녀가 생전 처음 듣는 영어발음이 신기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마도 색목인들의 나라 말일 것이라 지래 짐작하고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넘겼다.
앨리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지은은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옆에서 앨리스가 자신의 것까지 계산하는 것 까지 보았지만 지은은 또 자신도 모르게
“어이구~ 아가씨 마음씨가 고우시군요. 저 같은 천것을 위해.. 어.”
거지 시절의 버릇이 나오고 만 것이다. 지은은 입을 손으로 턱 막고 눈을 이리저리 굴려보았다. 아, 망했다. 지은은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애써 변명하려 했다.
“그것이... 옛 버릇이 나와 버렸소... 못 들은 걸로 부탁드리네.”
아무리 그래도 부끄러운 것은 부끄러운 것 지은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슬 돌렸다. 아이고 술이 참 땡기는 날이네. 속으로 자책을 해대며 습관적으로 옆에 있는 주막을 본다. 입을 쩝쩝 다시며 막걸리 한 잔을 생각하고 있었다.
감마. 용성은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포인트를 탐색중이었다. 물론 지금은 리크리에이터가 발동하지 않았기에,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의 핸드폰에는 여러가지 장소의 정보가 찍혀있었다. 그는 그 지도를 보면서 일제히 선으로 잇는 작업을 하고, 지우고 다른 느낌으로 이어보면서 진지하게 화면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한 포인트를 찍는데 성공했다. 그곳은 북쪽 지구의 가장 중심부였다.
"...내 생각이 맞다면 여기로군. ...지금까지 나온 포인트를 선으로 연장했을 때 모이게 되는 바로 이 포인트. ...어차피 파장은 더미.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파장을 내보내는 곳은 존재할테고..그렇다고 한다면 구심점. ...그리고 그 구심점은 이곳."
이어 그는 핸드폰을 조작해서 그 부분을 체크했다. 그곳은 말 그대로 폐허가 된 연구소가 있는 지역이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연구소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이곳에 있을지, 없을지는 조사해보면 알겠지. 하지만..."
잠시 말을 끊은 그는 핸드폰을 조작했다. 이어 요원들이 접속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로 접속했다. 아무런 장애도 없이, 평범하게 접속이 가능한 자신의 상태를 보면서 그는 피식 웃어보였다. 이어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주변에 보이는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저 조용하고 조용한 침묵의 공간 속에서 그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피식 웃어보였다.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그 썩을 늙은이는 나를 이용하려고 하는 거겠지. ...좋아. 그렇다면 이쪽에서 반격을 해주지. 이 함정. 제대로 넘어가주지."
작게 피식 웃으면서 그는 통화모드로 핸드폰을 돌린 후에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약간의 수신음 후에, 곧 핸드폰 너머에서 R.R.F의 리더. 민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ㅡ무슨 일이지? 감마?
"...찾았습니다. 포인트를... 하지만, 회수하기 전에, 그 힘의 파편을 회수하기 전에 부탁할 것 있습니다.
ㅡ부탁...호오...무슨 부탁이지?
"익스퍼 보안 유지부. 그 요원 하나를 없애버려도 되겠습니까? ...가능하면, 방해되는 이들도..."
ㅡ익스퍼 보안 유지부. 요원을 말하는건가?
"...물론입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그 기관에서 저를 이용하려는 것 같기에... 그렇기에, 역으로 반격을 해줄 생각입니다."
ㅡ...후후. 좋아. 나도 그 녀석들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하지만...방심하지 말도록.
"...그리고 하나 더. 그 무기를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ㅡ무기? 아아. 후후. 그것 말인가. 자네가 나에게 맡겨둔 그거. 좋아. 허락하지. 나중에 찾아가도록. ...자네가 만들 무대를 기대하고 있겠네. 무대 위에서 완벽한 결말을 만들고, 그들에게 철저한 볼거리를 제공해줄거라 믿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곧 찾아가겠습니다."
전화통화는 그곳에서 끊어졌다.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아무도 알 길이 없었다. 단지, 그의 입가가 참으로 잔혹한 느낌으로 미소를 짓고 있고 있었고, 그것은 그리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432 덧붙여서 웹박수는 이번주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합니다.(끄덕) 그리고..느낌상인가요..? 서하도 이번엔 현장에 나가긴 합니다만..전 어디까지나 판정에 충실하기에.. 판정에 따라서 누군가가 부상을 입을 수도 있지만 그 대상이 서하가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