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퍼 보안 유지부. 그곳은 참으로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다. 그 분위기의 중심에는 전에 서하에게 연락을 넣어서 사건에 개입하지 마라고 한 중년 남성이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집어들고 있었다. 귓가에서 울려오는 것은 다름 아닌 서하의 목소리였다.
[왜, 리크리에이터가 발동한 것입니까?]
"...후후...그것을 묻는거냐? 서하 요원. 자네야말로 뭐하는 짓인가? ...나는 분명히 자네에게 이 사건에 크게 개입하지 말라고 했을텐데...어째서 아롱범 팀이 이렇게 빨리 사건을 해결한거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저는 경찰이니까 경찰로서...]
"...언제부터 나에게 의견을 내세우게 되었나..?"
[대답해주십시오! 어째서 지금 이 상황에서 리크리에이터가.... R.R.F가 노리는 것은...!]
서하의 화내는 목소리에 중년 남성은 손가락을 가볍게 퉁겼다.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서하의 비명소리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중년 남성은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큭...!! 젠장...!!]
"...잊진 않았겠지? 너는 나에게 반항하지 못해. 그저 명령에 따르면 되는 거야. ....너는 확실히 얼마 안되는... 전 세계에서 3%밖에 안되는 이기에, 선출되었다. 요원으로서. 하지만...그 위의 내가 SS급 익스퍼라는 것을 잊은 것은 아니겠지? 서하 요원."
[아악...아아아아악...!!]
그 비명소리를 듣다가, 중년 남성은 피식 웃으면서 손가락을 퉁겼다. 이어 비명소리는 사라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것은 서하의 거친 숨소리 뿐이었다. 이어 그는 서하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하나 말해두지. 용성 요원은...아니 전 요원은 아직 데이터베이스를 볼 수 있다."
[그게 무슨.... 요원으로서의 자격이 풀리면 데이터베이스는..!]
"...이용하는거지. 자네가 보고한 R.R.F라는 조직을.... 그들이 범죄를 저질러서 리크리에이터를 발동시키는 것을 원한다면... 그렇다고 한다면... 그렇게 해줘야지."
[....무슨 소리를...! 대체..]
"..월드 리크리에이터. 그 힘의 파편은 우리도 회수해야만 하는 것. 건방진 연구원 하나가 배신하고 튀어버려서 말이야. 그러니까, 우리도 리크리에이터를 발동시킬만한 이유가 필요해. 아무렇게나 사용할 순 없으니 말이야. 후후. 이제 이해가 가나...서하 요원. 왜 리크리에이터가 발동했는지? ...지금 벌어진 사건 따위.. 아무래도 좋아. ...그저 구실일 뿐이니까. 단지 자네가 내 지시를 따르지 않았기에, 조금 변명은 필요하겠지. 애 하나 죽는다고 해도... 지워버리면 그만인 것을.."
[........]
"자네는 자네가 하는 일이나 똑바로 하도록 하게. 이 이상, 나를 실망시키지 마. 자네는...나에게서 도망칠 수 없어. ...자네가 요원으로서 지금 존재하는 한 말이야. ...리크리에이터가 발동하는 지금... 우리는 월드 리크리에이터의 행방을 쫓도록 하겠네. 자네는...시키는 일이나 하게."
[.......]
중년 남성의 말에 서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말 없이, 정말로 아무런 말 없이 전화를 끊어버릴 뿐이었다. 끊어진 통화음만이 조용히 울리는 핸드폰을 바라보면서 중년 남성은 피식 웃었다.
이래봬도 유단자라면서 데려다줄까, 라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네게 나는 "빚지는 건 좋아하지 않는 걸"이라며 마찬가지로 장난스러운 분위기로 담담하게 답하였다. 그 말은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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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 슈퍼마켓을 돌아다니면서 네 본래 목적이었던 간식거리들을 사고, 내 돈으로는 네게 반찬거리들을 사주었다. 네 집으로 가면 바로 요리를 해주겠다면서, 내 실력은 보장한다고, 자신감이 조금 옅보이는 듯한 능청스러운 말투로. 그렇게 바로 네 집으로 향하는 듯 싶었는데, 별안간 내 외투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진동을 울렸고, 나는 누가 보냈을지 다소 의아해하며 그것을 손에 쥐어 화면을 보았다. 일본어의 라인 메시지였다.
[센하, 뭔가 그 이름을 발견한 것 같아!!! 빨리 와봐!!!! 나 지금 그 여관이니까!!!!]
숨을 삼켰다. 나츠미가 말하는 '그 이름'은.
"...미안해, 유혜야. 나 급한 일이 생겨버렸어."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지인이 불러서. 지금 반드시 가야하는 잏이야. 정말로 미안해. 네 집은 나중에 가는 걸로 하자. 시간도 늦었고, 조심히 들어가. 미소와 함께 말하며 네 머리칼을 살짝 손으로 쓸다가 장난스레 덧붙였다. 아니, 유단자이니까 걱정할 필요 없으려나? 하지만 정말로 미안했던 것은 사실이었기에, 나는 네게 재차 미안하다고 말하며 아쉬운 듯 발걸음을 못 떼며 겨우 작별인사를 하였다. 그만큼 너무나도 달콤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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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미, 미안, 센하...! 내가 이름을 잘못 봤어...! 끝 한자만 보고 그만 흥분해서...하핫, 나도 참 바보지~" "...뭐어..그럴 수도 있지,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