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아니 막 그럴듯 하잖아요!! 서하가 최종보스 였다가 더 좋은 게 떠오르셔서 바꾸셨다면서요!! 하윤이도 그럴 듯하죠!! 모든 진실을 알고 최종보스로...!! 전에도 개인적인 목적 때문이라고 하셨으니, 어머니의 복수라던지 그런 거...!! 쟤네가 막 익스파 바꾸는 약 만드는 거 아냐...!? (아무말 대잔치)
>>100 일상은 지금은 좀 힘들 것 같지만...일단 확실한 것은 지금 이 대화는... 위를 보면 아시겠지만 소원권으로 최종보스에 대한 힌트를 달라고 했고... 결정적인 것으로... 그래서 스레주가 여성이라고 답을 했고...그래서 하윤이 최종보스설이 떠돌고 있습니다.(끄덕)
"아빠, 나 사탕 꽃다발. 꼭이야. 사탕 꽃다발!" "그래 우리 예쁜 딸 가지고 싶은거 아빠가 다 사줘야지." "그렇다고 사탕 많이 먹으면 안된다?"
추운 겨울이었다. 입에서 하얀 김이 나오는 것을 느끼며 선물 받은 벙어리 장갑을 손에 끼고 엄마와 아빠를 맞잡았다. 벙어리 장갑너머로 따스함이 느껴졌다. 이유도 모르게 만족스러워 실실 웃고는 엄마의 팔에 머리를 비볐다. 행복한 학예회 날이었다. 행복해야할 학예회 날이어야 했다.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엄마는 검은 색 정장을 입고 있었고 아빠는 갈색 코트를 입고 있었다. 사람들은 북적였고 모두 행복하게, 모두 활기차게. 위를 올려다보면 분명 자상한 미소로 날 쳐다보고 있을 부모님들, 이었을텐데 그 둘이 어떻게 생겼었더라? 스멀스멀 밀려오는 불안감이 개미처럼 온 몸을 감쌌다. 차오르는 불안감을 무시하고 용기를 내 천천히 위를 보자 욱하고 토기가 일었다.
얼굴이 있어야할 곳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벗어나기 위해 손을 비틀었지만 이상하게 벗어날 수 없었다. 어딘가에 단단히 막힌 듯 꼼짝할 수 없었다. 익숙한 감정이 발목을 붙잡았다. 공포.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입에서는 어째서,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행복했던 시간이 무너져 간다. 그 모든 것들이 천천히 타들어 간다. 행복은 공포가 되고 따스함은 고통이 되었다. 그 화목했던 시간은 견딜 수 없는 지옥이 되어 나에게 찾아왔다. 눈물이 삐질 흘러나온다. 투둑 투둑 떨어지는 눈물이 얼굴을 타고 양 볼을 적셨다. 영원할 것만 같은 이 지옥이 끝나기를 빌다 문득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 이야기의 끝을 나는 알고 있잖아? 비극이다. 위에서 덮쳐오는 익숙한 불의 열기에 눈을 감았다. 감긴 눈 밑 암흑 속에서 날카로운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나의 비명인지 과거의 파편인지 이제는 정말 알 수 없게 되었다.
번뜩 다시 눈을 뜨자 보인 것은 익숙한 천장이었다. 아직도 비명소리로 웅웅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주위를 살펴본다. 단칸방에 나 혼자. 온 몸을 기어오르는 불안감도, 왼쪽 얼굴이 타들어가는 고통도, 머리를 강타하는 날카로운 비명도 천천히 사그라지고 있었다. 9살이었던 이지은은 다시 24살의 이지은으로 돌아와 있었다. 식은땀을 많이 흘린 것인지 이불이 축축했다. 습관적으로 왼쪽 얼굴에 손을 올려 흉터를 쓰다듬는다. 제 얼굴을 이불만큼이나 축축하게 적신 것이 식은땀인지 눈물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눈앞이 울렁거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지끈거리는 왼쪽 흉터는 신경에 거슬렸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흐릿한 시선 너머로 오래된 서랍장이 보였다.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급하게 서랍장으로 향했다. 서랍장을 열고 옷 틈새를 뒤적이자 오래되어서 껍질이 군데군데 벗겨진 작은 나무상자가 눈에 보였다. 그것을 조심스레 꺼내 뚜껑을 열었다.
크기가 다른 반지 한 쌍과 은행 통장, 그리고 학예회 직전에 찍은 사진. 상자에 들어있는 다였다. 부모님이 나에게 남겨준 다였다.
내 기억만큼이나 색바랜 사진이 부셔지기라도 할까 조심조심 사진을 들고서는 부모님의 얼굴을 눈에 자세히 새겼다. 단란해 보이는 가족, 환하게 웃고 있는 세 사람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물끄러미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