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상담 때우울증 약과 신경안정제를처방해 주었던 선생님은그날은 조현증과 피해망상증, 분노조절 장애 약을 주셨지. 네가 성 메리힐 병원에 돌아는 일은 없었어.
그 이후론, 어딜 가도 마찬가지였어. 넌 매 해, 아니, 매 달, 마법부에 청원서를 보내고 네 말을 들어줄 사람 아무에게나 붙잡고 토로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 뿐. 아니, 침묵 뿐이었다면 다행이었지, 너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엔 경멸이, 비웃음이, 자신의 자식은 저 꼴이 아니라는 안도감이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니?
“청원인님의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하오나…”로 시작되던 그 흔한 민원 기각 편지도 더 이상 도착하지 않을 때, 넌 네 이름이 마법부 어딘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것은 아닐까 궁금해했지.
네 이야기에 온정적이었던 사람도 그 문신, 그놈의 지랄맞은 저주받을 그 문신! 그 문신을 듣자마자 네 이야기를 헛소리로 치부했어. 인정하기 어려웠을거야. 자신들이 사는 사회가 온전히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 자신들의 법조망에 구멍이 있다는 건 결국엔 자신들에게도 극미하게나마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으니까. 인간은 오만해서,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지. 조금이라도 자신들의 과실을 암시하면 방어적으로 변해버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느니 약자의 목소리가 짓밟히는 편을 택하지.
그나마 선의를 품은 사람들은 어린 아이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저리 된 것이 가엽다고, 아직도 필사적으로 도피하고 있는 꼴이 안쓰럽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론 그 처지가 된 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데 희열을 느꼈고,좀 더 악의적인 사람들 지 애비가 저리 된 걸 이용해서주목을 받으려는 관심병자, 사기꾼이라고 흉보고 씹어댔지.
그래서 넌, 그들이 널 미치광이로 부른다면 정말로 미친 것을 보여주겠다고, 그들이 널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였다면 정말로 거짓말쟁이가 되어보이겠다고. 그렇게 다짐하지 않았었니?
“…못 참겠다.”
설 방학이 끝나고, 동생과 가족에게 보낼 편지가 난잡한 책상에서 기지개를 펴며 일어선다.
“가볼까, 구스.” “아, 아냐. 이번엔 새장에 들어가야지.” “지난 번에 네가 문에 실례를 해 놓은 바람에 얼마나 애 먹었는지 알아.”
</clr>그 붉은 비단에 어떤 마법이 걸려 있었던 건지. 빨래 주문도 통하지 않아 일일이 손으로 지워야 했잖아-중얼거리며 새장을 들쳐안고 기숙사를 나서는 소녀의 발걸음음은 빠르고 정확한 군인의 발걸음, 지애는 극구 부인했을 어머니의 발걸음이었다. 구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구르륵소리를 연신 내었다.
떠나는구나.너의“laughing place”로.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의 브리어 래빗은 남들에게 들키지 않고 기뻐할 곳을 찾았다지만 너는 달라. 넌 네 증오를 풀 만한 곳을 찾아 헤맸지. 낄낄대며 이기적이게도 자신의 즐거움만을 추구했던 토끼와는 달라. 넌 그곳에서뭔가를해 내 보였어!차이를 만들어 낼 만한 일을!
그래서 너는 증오를 사랑했지. 다른 감정들보다 생산적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네가 화가 나 있지 않다면 이만큼 이룰 수 있었을까. 분노는 네 힘이요 원동력이었어. 하지만 사실은, 안으로 향해, 성찰을 유도하는 다른 감정에 비하면 밖으로 공격성을 내비치면 될 뿐인 분노가 편했을 뿐이었던 거지? 네 안의 혼란스럽게 뒤엉킨 상반된 감정들을 거둬 내고 나면, 드러날 너의 진심이 너무나 역겹고 추악할 까봐 넌 두려워했으니.
앞서 들려오는 말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하였다. 깨닫지 못해서....깨닫지 못해서 그런 선택을 해버린 거였냐구.너무 극단적이잖아.들려오난 말에 그렇게 답하고 싶었지만,분명 지금 말하면 이상해보일게 뻔하잖아.우리 엄마랑 아빠께서 그랬어.나는 울면 안 이쁘대.웃어야 이쁘대.나 이쁘게 살고 싶어.그러니까..그러니까 절대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까도 말했지..?내가 널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왜 있겠냐고.."
그러니까..너는 정말로 바보야.마음에도 없는 말을 연거푸 하며 조용히 울었다.그동안 못 울었던걸 지금 다 울어버리려는것처럼.조금 긴 시간이 지나고서야 진정되는 듯 싶어 가만히 고개를 들었다.미처 닦아내지 못한 눈물이 가볍게 도윤의 뺨을 타고 흘렀다.
"..못 데려갈 이유가 없잖아.원하는 대로 해 줄수 있다고.근데..."
그 말에 쿨하게 동의하는듯 하먼서도 저쪽 초상화에 있던 사람들이 했던 말이 떠올라 조금은 머뭇였다.무령 수장님께서 무려 12억 갈레온이나 주고서는 초상화를 기부했다고 들었는데 함부로 막 가져가도 되겠느냐고 말하면서,살짝 고개를 갸웃였다.
"이씨들은 다 괴물딱지인걸요. 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하고, 인간성도 버려버리고, 정당한 자로, 타고난 지배자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랑받지 못해서 사랑을 비슷하다 생각하였고, 깨달은 뒤에도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유가 없다하면, 닿진 않겠지만. 손을 맞잡고 싶었어요.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조용히 우는 그를 바라보면서 초상화 속의 그녀의 드레스자락에 한두방울씩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오팔아이가 반짝거리는 눈물에 반사되어 더욱 찬연히 빛나고 있었답니다. 그녀를 데려가 달라는 부탁은 사실 눈을 살짝 내리깔고 하였지요. 그녀를 데려갈 수 있는 건. 그녀가 정한 이 뿐이었으니까요. 거절한다 하여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어버렸지요. 체념을 걷어낸다는 건 두터운 먼지를 한겹 한 겹 걷어내는 것이었을까요..?
"주예 께서는 나의 의사를 존중해 주셨으니까요.." 저를 데려간다고 하여 갈레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라고 말하였습니다. 주예.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 때문이었을까. 나를 숨겨주고, 이렇게나마 기회를 주셨군요. 날 울린 벌이라는 것에 사그라들듯 웃으며 액자 뒤에 도깨비 은행 열쇠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래도 뭐 어때.타고난 지배자?진정으로 공감하지 못해?인간성을 버려?그때의 나는 그런 너였어도 충분히 받아줬을게 뻔한걸.."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고.나는 나잖아.하며 다시금 간신히 웃어보였지만,초상화 속의 세연이 눈물을 떨어트리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다시 슬퍼질뻔했다.아무튼,깨달은 뒤에 천천히 했더라도 대답은 같았을 거라면서 슬픈 미소를 지었다.
"사랑받지 못했다면,늦게라도 내가 너한테 주면 되는 거였잖아.충분히 그럴수도 있었는데.."
다시금 슬픈 기분이 밀려와서 냅다 고개를 저어버렸다.응,일단 슬픈거 끝이야.더 울면 세연이도 슬퍼할거고.웃자 웃어 최도윤.웃는게 제일 예뻐. 크게 심호흡을 몇번 하고서,꽁초를 내다 버렸다.그리고 곧 들려오는 주예 라는 이름에 곧 다시 그곳을 바라보았다.
"주예..라면,아까 저쪽 초상화에 있던 분들께서 말한 그 무령 수장님..?"
그 분의 이름이 주예였구나.문득 감사의 마음이 들었다.그 분께서 이런식으로 초상화를 기부해주시지 않으셨다면,정말 우리 인연은 이어지지 못했을테니까.아무튼 갈레온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말에 조금은 안심했다.으음,그러면 병원 사람들한테 적당히 설명을 하고서 가져가면 문제 없겠네.그리고 곧 들려오는 말에 액자 뒤를 확인해서 열쇠를 꺼내들었다.오호라,이게 그 도깨비 은행 열쇠인가 뭔가 하는건가..?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무령 수장님이 관리하던 금고 열쇠입니다. 유연장에 그 금고는 걍 버려. 열쇠 누가 찾으면 열겠지요. 라고 해놓음.
수장님: 혹시..초상화를 책임져 줄 수 있는 이가 나타난다면.. 그 금고를 쓰라고.. 세연주: 금고는 몇 개고 각각 얼마나 들었나요? 수장님: 금고는 딱 천간 분파만큼 있고. 각각..갈레온만 억 단위로 들었겠지. 수백억까진 아니라도.. 그 외 보석이나, 채권이나. 부동산 증명서도 어느 정도씩은 들어있을 거야..
안이 무령 수장님 쏘쿨하시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걍 버리라니 이 무엇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잠만여 내용물 진짜 완전 엄청난데..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얘 졸지에 금수저 다이아수저를 넘어선 비브라늄수저 자리에 올라갔군여 와후!! \^0^/
안기고 싶었지만, 이미 안길 수 없는 몸. 자신을 꼭 끌어안듯 감쌌습니다. 사랑해준다는 것에 어쩌면. 이것이 최초의 행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네.. 절 숨겨주셨죠.." 만일 숨겨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찢겨지고 불태워졌겠지요. 라 생각보다 덤덤히 덧붙이고는 묻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셨지요. 자신이 마지막을 지켜보았던 그는.. 죽어가면서도 해사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비설이 통과 안 되어서...)는 여전히 내가 자라난 섬에 잠들어 있겠지요. 그녀는 눈불을 손수건으로 찍어 닦아내었습니다.
"어디에든 써도 되겠지요. 탕진해도 괜찮고, 부동산에 살아도 좋답니다." 그녀는 이제 돈이 있어봐야 아무런 의미 없기에. 애써 화사하게 웃으며 선뜻 말했답니다. 그렇잖아요. 기껏해야 액자나 더 만드는 수준이잖아요?
대신 액자라도 끌어안아줄까.하고 장난스레 덧붙이고는 액자를 조심히 떼서 안아들었다.행여나 긁히거나 부딛히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어짜피 보호 마법이 잔뜩 걸려있다고 했으니까 그럴 일은 없기는 하겠지만,혹시 모르잖아~?
"정말로 고마우신 분인걸..헉,큰일날뻔."
아까전에 자신이 생각했듯,정말 그 무령 수장님께서 세연의 초상화를 이곳에 가져다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런 인연은 없었겠지.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고서 명복을 빌었다.얼굴도 한번 본적 없는,그러니까 도윤의 입장에서는 그저 모르는 사람.자신과 관련 없는 사람이었지만......응,완전 모르는 사람이라도 가끔씩은 감사 인사를 하는것도 나쁘지 않은걸.방싯 웃는 웃음이 깨끗했다.
"오호라,엄청나게 유용한걸~?그럼 나 이제 부자 되는거고 그렇겠네~"
세상에,이렇게나 행복할수가.마치 머글들이 흔히 말하는 로또 1등에 당첨된것같은 기분이었다.물론,실질적인 기쁨은 그것을 더더욱 능가하는.말로 형용할수 없을 정도의 기분좋음 그 자체였기는 하지만. 아무튼,그럼 이제 슬슬 가볼까나.
"자아,그럼 저희 집까지 슬슬 가보실까요,치희..아니지.세연 아가씨?"
맨 처음 자신이 액자의 베일을 걷고서 자신을 치희라고 했던 세연에게 보였던 태도로,장난스러운 웃음을 흘리고서는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