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기대어 바닥을 기어다니는 개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어가는 개미가 너무나도 하찮아서 설핏 웃음이 났다. 지킬의 발작은 점점 심해지고, 죽어? 라고 묻는 횟수가 많아졌다. 죽지마라고 말하는 그 눈빛을 볼때마다 나는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다. 지킬의 잠이 가면 갈수록 많아졌다. 지친 건 아니지만,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픽, 하고 실소를 터트리고 바닥을 기어가는 개미 한마리를 장갑을 낀 손을 가져다댔다. 기어오르는 개미가 너무나도 나와 닮았다.
노토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어딘들 좋겠냐만 말이죠, 헬리오스시여. 그 전투에서 죽으면 나는 발할라로 가나요? 아주 오래 전부터 바라던 그 발할라말이에요. 하지만 빌어먹을! 알고 있어요!! 나는 지킬을 두고 죽지 못해! 죽지 말라는 말이 자꾸 잡아채서 그저 해맑게 웃을 수 밖에 없으니까.
헬리오스시여. 빌어먹을. 망할. 젠장.
언제나와 같은 코트와 언제나와 같은 옷, 언제나와 같은 무장을 한 채 나는 그저 그렇게 앉아있었다. 바스락 - 하는 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무장을 빼어 들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경계와 다르게 환상종도 아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무난하게 하루가 흘러가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정해진 방으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들개에게 침대가 맞을지 모르겠군요. 당신만 괜찮다면 마굿간에 가셔도 좋습니다."
적당적당한 농담. 교단이 경계한 만큼 대단한 환상종이 아니였나보다 라고 착각한 그 무렵- 탕- 화약의 파열음이 저택에 울리고 저택이 소란스러워 진다. 저택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5명의 손님. 그 손님들 중에서 피해자가 생긴걸까? 싸늘하게 식어가는 몸을 추스르고 라이플을 챙긴 뒤, 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들개- 따라오십쇼-"
총소리가 들린 곳으로 달려가보니 이미 방문앞에 4명의 사람들이 안색을 창백하게 하며 떨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방안으로 들어가자-
분명 저택의 주인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던 인물과 비슷한 복장을 한, 얼굴가죽이 뜯어진 시체와 함께 핏자국이 사방으로 튀어있었다. 알폰스는 조용히 핏자국에 손을 뻗었다- 굳어있다. 분명 굳어있다. 손가락으로 긁어내려고 하여도 핏자국이 달라붙어 떨어지지가 앉는다. 그렇다면-
수풀을 헤치고 나온 거대한 은푸른색의 늑대 한마리의 모습에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몸을 일으켰다. 환상종이기 이전에 맹수다. 등을 보이면 안돼,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격렬하게 뒤흔들었기에 그 늑대가 사람의 말을 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지 않았다.
당연하지. 환상종이잖아.
아, 진짜!!!! 빌어먹을 헬리오스시여!!!! 어째서 한번도 평안하게 절 놔두지 않는겁니까!!!!! 저 늑대랑 싸워서 제가 이길 수 있을거 같아요!? 차라리 내가 그 달빛을 쓰는 숲지킴이라는 환상종이랑 다시 싸우는게 낫겠어!!!
왜 여기있냐는 물음에, 나는 잠시 움츠렸던 몸의 긴장을 그대로 툭 풀어버렸다. 사실 싸우고 싶어서 온게 아니였으니까. 나는 맥이 탁 풀린 표정으로 기대 앉아있던 나무를 가리킨 뒤 다시 그자리에 털썩 앉아버렸다. 무장은 이미 집어넣은지 오래였고 저 늑대도 갑자기 나타난 이단 심문관인 나때문에 꽤 당황한거 같으니까.
어깨를 가볍게 으쓱인 늑대는 다시 관찰이라도 하듯이 저택 안을 빙 둘러보았고,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얌전히 알폰스를 따라 정해진 방으로 돌아간다.
"....."
적당한 비아냥이 섞인 농담에 늑대는 무시라도 하려는 듯이 대답을 하지 않으며 후드를 벗었고, 꽤나 답답했었는지 숨겼었던 꼬리도 다시 내보이며 침대에 늘어지듯이 누워 꼬리를 살랑인다. 정말 간만에 느끼는 폭신함. 늘어지게 하품을 하던 늑대가 프라이머리를 풀려고 하며 눈을 감으려 할 때쯤, 저택 안에서 울리는 탕- 소리에 그는 벌떡 몸을 일으킨다.
"굳이 말을 안해도 알아서 합니다."
계속 들개라고 불려지는 것에 조금 기분이 안좋은 것인지 눈을 살짝 찌푸린 늑대는 그를 따라 걸었고, 창백한 안색의 사람들과 훅 풍기는 피냄새에 흐음. 하며 중얼거린다.
"악질인데."
이건 굳이 먹으려거나, 그런 게 아니라 단순히 재미 삼아서 하는 녀석 같은데. 늑대는 귀를 살짝 눕히며 시체를 빤히 쳐다보았고, 알폰스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난 뭘 하면 좋냐.'라고 말하는 듯한 시선을 보낸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에, 나는 손끝으로 자신의 붉고 지나치게 곱슬거리는 머리를 천천히 쓸어넘긴다. 손끝에서 걸리는 느낌이 격렬한 거 보니 빗질도 하지 않고 뛰쳐나왔다는 걸 알수 있었다. 잠시 그 상태로 머리와 씨름을 하고 있다가 슬그머니 부끄러워지는 기분에 귀끝을 붉히면서 손을 내리고 말았다. 혼자였다면 머리를 붙잡고 이 빌어먹을 머리!!! 하고 혼자 끙끙거리면서 속으로 욕이라고 했을텐데.
이거 원, 환상종이 떡하니 있으니. 말을 못하냐는 말에, 나는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가 크게 고개를 정확하게 한번 끄덕인다. 긍정의 표시였고, 묘하게 익숙한 거대한 늑대의 은푸른색을 띈 털이 신기한지 묘한 반짝임이 섞인 눈빛으로 그 털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와, 부드러워보여. 폭신폭신할까. 갈기털 봐. 우와.
경계하는 자세를 푸는 모습에, 헤죽 -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웃음을 지은 뒤에 나는 양쪽 다리를 끌어안고 물끄러미 그루밍을 하는 것같은 늑대의 모습을 보다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으음, 산책. 산책을 어떻게 표현하지? 진지하게 고민에 빠져있었지만 두개의 꼬리를 보고 잠시 눈을 끔뻑였다.
어라? 저 꼬리?
나는 튕기듯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아주 유연하게 손도 대지 않고 몸을 일으키고 성큼성큼 늑대에게 다가갔다. 방금 전 경계하고 겁내했던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는 늑대의 코 앞에 걸음을 멈추고 일어나며 주워온 나뭇가지로 글씨를 썼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에, 나는 손끝으로 자신의 붉고 지나치게 곱슬거리는 머리를 천천히 쓸어넘긴다. 손끝에서 걸리는 느낌이 격렬한 거 보니 빗질도 하지 않고 뛰쳐나왔다는 걸 알수 있었다. 잠시 그 상태로 머리와 씨름을 하고 있다가 슬그머니 부끄러워지는 기분에 귀끝을 붉히면서 손을 내리고 말았다. 혼자였다면 머리를 붙잡고 이 빌어먹을 머리!!! 하고 혼자 끙끙거리면서 속으로 욕이라고 했을텐데.
이거 원, 환상종이 떡하니 있으니. 말을 못하냐는 말에, 나는 잠시 고개를 기울였다가 크게 고개를 정확하게 한번 끄덕인다. 긍정의 표시였고, 묘하게 익숙한 거대한 늑대의 은푸른색을 띈 털이 신기한지 묘한 반짝임이 섞인 눈빛으로 그 털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와, 부드러워보여. 폭신폭신할까. 갈기털 봐. 우와.
경계하는 자세를 푸는 모습에, 헤죽 -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웃음을 지은 뒤에 나는 양쪽 다리를 끌어안고 물끄러미 그루밍을 하는 것같은 늑대의 모습을 보다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으음, 산책. 산책을 어떻게 표현하지? 진지하게 고민에 빠져있었지만 두개의 꼬리를 보고 잠시 눈을 끔뻑였다.
어라? 저 꼬리?
나는 튕기듯이 앉아있던 자리에서 아주 유연하게 손도 대지 않고 몸을 일으키고 성큼성큼 늑대에게 다가갔다. 방금 전 경계하고 겁내했던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는 늑대의 코 앞에 걸음을 멈추고 일어나며 주워온 나뭇가지로 글씨를 썼다.
연신 한숨을 내쉬던 알폰스는 아리아에게 에일린과 함께 저택을 둘러보라고 지시했다- 그런 뒤, 자신은 다른 4명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고 아리아는 에일린 앞을 차분히 걸어가다가 질문했다.
"환상종들에겐 참 다양한 프라이머리가 있는 것 같아요. 인형을- 조종하는 것도 그렇고."
말 끝을 흐리며 조용히 저택을 둘러보지만 인기척 같은건 느껴지지가 않는다. 변장을 하는 환상종 아리아 역시 그 4명중에 도플갱어가 있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그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분명 알폰스는 인간중에 범인이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아서..
"늑대씨는- 환상종과 인간이 왜 계속 싸운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아무래도 이해가 맞물리지 않아서 라고 생각해요." "이해- 언젠간 알폰스도 이해를 하는 날이 온다면 좋겠네요."
그녀가 잡담을 하고 있을 무렵, 알폰스가 있었던 응접실에서 다시 한 번 총성이 울려퍼졌다-
진짜로 털갈이 중이구나. 너. 나는 묘한 시선을 해보였지만 찔린 듯 시선을 돌리는 모습에, 실소를 지었다. 찔린 듯 시선을 돌리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했다. 맙소사 헬리오스시여!!!!! 저 진짜 웃고 싶은데 목소리가 안나오는데. 저 크기에 저렇게 애매하게 티나게 고개를 시선을 피하는 환상종이 어디있습니까 네? 극상의 귀여움이잖아요!! 마구 치유될 거 같다구요!
작던 크던 동물 최고!!!!
뭐, 어때. 나는 다시 재채기를 소리 없이 하고는 양팔로 늑대의 머리를 품에 끌어안았다. 끌어안고 유난히 복슬복슬하게 올라온 갈기털에 제 뺨을 가져다대다가 다시금 실소를 짓는다.
아 따뜻해. 야생의 늑대는 이런 냄새가 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끌어안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잠시 갈기털을 양손으로 마구 쓰다듬어주며 지긋하게 생각했다.
내가 빗이 있던가? 코트에 넣어둔게 있던 것 같은데. 사람이 쓰는 빗으로는 택도 없겠지?
"괜찮. 아. "
나는 늑대의 털에 얼굴을 묻은 채 탁하게 긁히는 힘겨운 목소리로 말을 내뱉은 뒤 늑대에게 중얼거렸다.
시선을 돌린 늑대는 흘끗 곁눈질로 헨리를 보았고, 그가 실소를 짓는 모습을 보자 들릴듯 말듯한 소리로 끼잉. 소리를 낸다. 또 다시 이어진 상대의 소리 없는 재채기. 늑대는 꼬리를 두어번 낮게 살랑였고, 끼이잉. 소리를 냈다가 그가 자신의 갈기털에 뺨을 가져다대자 살짝 고개를 낮추며 헨리를 핥으려 한다.
핥으려는 늑대의 행동에 나는 소리없이 큭큭 웃으면서 하지말라는 듯 손사래를 쳤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않았다. 끼잉거리는 소리와 재채기에 조금 걱정하는 것같은 낮게 살랑거리는 두개의 꼬리, 그러니까 이제까지 쌓였던 피로나 골칫거리가 늑대의 갈기털에 얼굴을 파묻는 것에 순식간에 산화되어버렸다. 그렇지. 동물 최고. 끌어안고 따끈따끈한 체온이나 부드러운 털을 만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치유된다.
동물 최고입니다. 헬리오스시여. 진짜에요. 치유에는 동물이 짱이야!!! 아 물론 환상종이지만!!! 아, 물론.. 네 환상종이지만요. 아니 헬리오스시여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좋은게 좋은거에요!
진짜 동물이나 키울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나는 금새 생각을 지웠다.
[사람 빗으로 빗어주기에는 무리가 있을까 좀 빗어야겠는데] [뭐하고 지냈어 여전히 경계에서 어슬렁거리는거야? ]
나는 여전히 폭 하고 털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가 문득 생각난 것을 바닥에 글씨로 적어보이고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늑대를 바라봤다. 방긋 - 하는 웃음은 덤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