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광신성회 교황청 내부에는 당연히도 오락시설이 존재한다. 가령 루덴스라고 불리는 이 카페는 특히나 신도들이 오락을 즐기는 장소로서 유명했다. 기본적으로는 카페의 역할인 차나 다과를 제공하는 업체이지만, 최근 유행하는 보드게임류가 이곳에서 대여형식으로 성행하고있으니까. 주로 체스나 오셀로같은 상대가 있는 승부가 자주 일어나고, 그외에는 화 민족식 체스인 장기라던가, 단체 다이스 보드게임도 앞선 둘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곧잘보이는 게임이었다.
그런 루덴스에 가끔가다 마이너한 보드게임을 즐기는 자도 있었다. 물빛의 머리카락을 양갈래로 묶고 시선은 어딘가 공허하다거나 근심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않는 호박색의 눈동자를 가진 소녀. 그녀는 도미노를 오락용 테이블에 쌓아놓고는 어떻게 저리 이상하고 기이하게 중심을 세우는 지는 몰라도 중심을 잡는게 신기할정도인 구조물을 도미노로 구축하고 있었다.
다만 무엇을 하는 것인지 주변에 묻는자는 없었다. 무언가 소녀의 존재감이 흐릿한 면이 적잖아 있었던것이다. 그런 흐릿함이 거리감을 만들었는것인지는 몰라도 한참동안 기인적인 구조물을 쌓아올림에도 방해받는일 없이 조용하기 그직했다.
"쌓아올린것은 이 도미노와도 같아서 어느쪽을 빼버리면 완전히 맞물리는 것이 없이 분기점이 발생해서 결국 혼란에 이르지. 그건 뻔하지만 안쓰럽게도 즐거운걸."
소녀의 청아한 목소리는 무언가 그런 작품을 설명하기에는 충분했지만, 시선이 집중되는 일은 없었다. 그녀 혼자만의 시간을 그녀는 바라고 있었던걸지도 모르겠다.
조용하고 단아한 분위기의 카페- 프레드릭경은 이 카페를 방문하는걸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러나 간만에 양광신성회에 방문해야 할 일이 있어서 방문했을 때- 그가 애용하는(혹은 동행하는) 인형이 살 물건이 있다면서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카페에 들어갔다. 방금 내린 커피에서 나오는 커피향과 가게를 꾸민 보드게임과 톱니바퀴. 프레드릭경은 이런 분위기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였지만 시간을 죽이기엔 덧없이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아- 여기서 가장 괜찮은걸로 주십쇼. 어차피 별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시간 죽이는데 한 잔 정도는 사야되는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주문을 끝내고 적당히 자리를 잡고 앉으려고 한 프레드릭경의 눈에 이상한 소녀가 들어왔다- 도미노를 기묘하게 쌓아올린 양갈래머리 소녀. 처음 그가 받은 인상은 아리아와 비슷하다 였다. 아니 어쩌면 아리아보다 심할지도 모르겠다. 아리아는 억지로 밝게 웃으며 인간처럼 행동하지만 이 소녀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응, 난 그런 사람이거든요. 말로서 듣지 않으면, 잘 몰라요. 원래. 그래도 그래주신다니 고마워요, 아나이스."
그러곤 싱글싱글 멋대로 웃는다. 응, 정말로 당연한 듯이. 하지만 당연한 게 맞잖아? 응? 그렇잖아. 어쨌던 그렇게 웃으며 그 뒤의 귀엽다는 말에 대답한다. 살짝 붉어진 얼굴로 짓는 웃음이 어린아이같으면서도 어른 같다. 그렇지만 그 중간인 소녀같지는 않은, 그런 기이하지만 홀릴 듯한 얼굴.
"......엑. 잠깐, 그러니까. ...귀여워요? ......말도 안돼. 그래도 고마워요."
그러곤 딸기라던가, 오렌지라던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자 눈을 반짝이기 시작한다. 그러곤 딸기와 오렌지로 할 수 있는 게 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음, 모르겠어. 역시... 어떡하죠.
"아무튼, 딸기라고 한다면... 네, 저도 좋아해요. 주로 달콤새콤한 쪽의 과일을 좋아해서... 사실 아나이스가 좋아한다면 제가 좋아하지 않던 것이라고 한대도, 그냥 좋아한다고 말할 거였지만. ......아, 그렇다고 딸기라던지 그런 걸 싫어하는 게 아니니까요! 그냥, 응... 그런... 그랬을 거였는데, 사실로 말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요. 그러니까... 응, 취향이 겹쳐서 다행이다! 라는 거죠."
그렇게 말하곤 살짝 난처한 듯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내밀어진 딸기맛 아이스크림 하나를 받아들고는 숟가락으로 살짝 떠 입에 넣는다. ...맛있어!
"......여기 맛있네요. 으-음, 나중에도 또 오고 싶어지는 곳ㅇ... 아, 잠깐. 뭐라고요? 그, 그런... 좋... 은데 싫어요. 아, 진짜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아무튼 그러니까 그거, 정말 실행할 생각은 하지 말아줄래요?"
"네버모어. 내 말상대는 까마귀가 가로되, 영영 없으리인가. 상관없겠지. 이 따분한 논리공론에 너는 어울릴수있을까?"
합석을 바라는 까마귀 가면을 쓴 남자가 소녀에게 합석을 요구하자 소녀는 그런말을 하며 여전히 슬픈눈동자로 도미노를 쌓아올렸다. 계속해 이 구조를 보더라도 중심을 어떻게 세웠는지 의문이 들수밖에 없다. 가끔 이러한 기인이 자랑을 해서 신문에 나온적은 있었지만 소녀는 그런 인물로는 보이지않았다. 그렇게 눈에 띄는 용모로 인식되지않았기 때문일까.
"내 자리에 합석한이상은 내 이야기를 듣고 감상평을 말할것. 그게 이번의 규칙. 이건 내가 자리를 놓은 보드게임이니까."
남자가 앉으라는듯 소녀가 테이블 좌석 맞은편의 의자를 빼내고는 다시 자리에 앉고는 말했다. 말상대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런 늬앙스가 느껴지는 행동이었다.
"물론 네가 이 자리를 떠나면 나를 잊어버리겠지만. 그건 슬프네. 하지만 괜찮아. 어차피 그런 이야기로 이건 구성되어있으니까."
슬며시 소녀는 눈동자는 여전히 근심어려있음에도 입가에는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정말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이야기를 하고싶었던걸지도 모르겠지만 소녀의 말은 무언가 난해하고 머리에 들어오지않는 질서정연하지않은 글자혼합물과도 같은 문장으로 인식이 되었다. 그것이 어쩌면 소녀의 말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관념처럼 잡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