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탄식 같은 소리는, 곤란한 것 같지 않았다. 명백히 짜증이었다. 뭐 그딴 걸 반박이라고 하냐는 듯. 표정 역시 싸늘하게 식어 희미하게 경멸의 빛이 비치고 있었다. 아주 미미하게.
후. 한번 숨을 내뱉곤 그 물음에도 따박따박 대꾸해주었다.
"그런 질문에 의표를 찔릴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남은 입자의 유무? 자신이 만들어낸 입자를 조종할 수도 있는 당신이 그런 질문을 하다니, 너무 얕보였나 봅니다. 간단하게 당신이 조종해서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라고 하면 편하겠지만 그걸론 또다시 꼬투리를 잡히겠죠. 그러니 다시 한번 답하겠습니다. 제가 조금 전 말했죠. 피해자의 집에서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입자가 있었다고. 그 집은 원룸이었고 현관에서 바로 실내가 이어지는 구조였어요. 그 집의 식물들은 모두 말라있었고 물이 남아있던 물뿌리개에 그 입자가 있었어요. 영양제도 아닌 입자가 식물에게 주는 물에 섞여 있었다는 건 외부에서 들여졌다는 사실 그 자체지요. 그리고 또 다른 사실은, 피해 장소가 가정집, 완전한 밀실이 아니라는 점과 당신이 만들어낸 것이 입자라는 점입니다. 완전한 밀실도 아닌 곳에서 고운 입자가 남을 곳이 과연 있을까요? 앞선 사례처럼 물이나 별도의 습기 같은 것이 있지 않은 이상 입자는 아주 미세한 움직임에도 흩어지죠. 그리고 피해자들은 모두 기절 후 병원으로 이송 되었어요. 구급대원이 오고가고, 가족들이나 관련자들이 오가는 와중에 고운 입자는 충분히 흩어져 자취를 감출 수 있었겠죠. 제 생각에는, 당신이 그렇게 흔적이 남을 정도의 입자를 만들어낼 것 같진 않습니다만."
말을 마친 나는 테이저 건을 꺼내들었다. 그대로 권찬기를 조준하고 차갑게 중얼거렸다.
"상기와 같은 증거를 토대로 권찬기, 당신에게 임의동행을 요청합니다. 거부할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므로 순순히 응하시길 바랍니다."
울프의 반론을 들으면서 찬기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을 들어 박수를 치는 행동을 보였다. 그리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면서 울프를, 지현을, 센하를, 그리고 주변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후훗. 과연... 그 사람들. R.R.F였나? 아무튼 주의하라고 할만 한 정도는 되는군요. 쉽게 찾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름대로 침착하게 반응했는데... 설마 물뿌리개. 그것이 있었다니. 안을 좀 더 봤어야 했는데. 그것만 없었다면.. 확실했을텐데 말이에요. 어쩔 수 없죠. 네. 저입니다. 지금 사건의 범인. 거액의 돈을 줄 테니까 조금 그렇게 해달라고 말이에요. 사실... 300명은 채우려고 했는데.. 50%밖에 채우지 못했네요. 스케일을 크게 해달라고 해서 크게 했는데... 아쉽네요. 아직 148명이 남았는데 말이에요."
참으로 싸늘한 표정이 참으로 무시무시하기 그지 없었다. 이어 그는 오른손을 위로 올렸다. 그리고 모두의 핸드폰에 설치된.. 익스레이버 아롱범 팀 전용의 익스파 탐지기에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 찍혀있는건 S랭크의 익스파 반응. 아니 그 이상의 무언가였다. 그것은...
"...오버 익스파..! 모두들 조심하세요..!"
이어 하윤의 목소리가 이어셋으로 통했다. 그리고 이어 찬기의 손 위에 뭔가 뿌연 무언가가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위로 던졌다. 그러자 순식간에 역 안 천장이 뿌연 안개로 완전히 뒤덮였다. 이어 서하가 손가락을 퉁겼고 모두에게 마스크를 전송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하얀색의 무언가가 눈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씩 괴로워하면서 쓰러지기 시작했다.
"...오버 익스퍼. 여러분들도 아시겠죠? 그 사람이 준 자료를 보니까 여러분들도 다 S랭크라는 모양이던데.. 후훗. 바람으로 날리려고 해도 소용없어요. 저의 오버 익스파는 입자가 날아가지 않게 고정시켜버리는 것이니까요. 솔직히 공격 능력이라고 보기도 힘들고, 여러분들은 대처법도 알테니까.. 솔직히 여기서 여러분들을 어떻게 할 순 없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자고로 잡히지 않는 범죄자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두는 법이죠."
이어 그는, 주머니에서 분홍색 액체가 들어있는 작은 유리병 같은 것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흔들면서 모두에게 보여주었다.
"...혹시나 제가 휘말리면 곤란하니까, 저는 언제나 이것을 해독할 수 있는 약을 가지고 다닌단 말이죠. 후훗. 사실 중화 입자를 이용한 치료제 같은 건데... 필요하겠죠? 지금도... 사람들은 쓰러진다구요. 자. 거래를 해볼까요? 절 놓아주시겠어요? 그러면 이것을 드리도록 하죠."
하지만 그는 이어 말이 끝나자 피식 웃어보였다. 그리고 모두가 보는 눈앞에서 그 유리병을 땅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그것을 발로 짓밟았다. 이어 그는 피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어이쿠. 떨어뜨려버렸네. 후훗. 아. 참고로 저도 영향을 받는 것은 거짓말이에요. 그야 저는 지금 마스크 안 하고 있잖아요? ...그래도 칭찬해드릴게요. 여러분들. 꽤 머리 좋네요. 이전의 백화점 폭발사건. 그것은...후훗.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던데 말이에요. 아. 김에 왜 그것을 일으켰는지도 직접 말해드릴까요? 지금은 모든 것을 말할 시간 같으니까요. ...그때 말이죠. 조금 다툼이 있었거든요. 저와 같은 곳에서 일한 팀장인데... 너무 사람을 험하게 다뤄서 말이에요. 그래서..확김에 죽여버렸거든요. 이 능력으로. ...그런데 그게 발견되면 곤란하잖아요? 그래서... 방금 전에 말한대로 그 방식대로 폭발을 일으켰죠. 그저..라이터를 켜고 불을 켰을 뿐. 아주 활활 잘 타더라고요? 하하하하! 덕분에 폭발에 휘말려서 죽은 것처럼 처리되는 것을 보고 얼마나 웃었는지 모를 거예요. ....뭐, 운 나쁘게 휘말린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지만... 잡힐 순 없었거든요. 일단 묵념이라도 해둘까요? 후훗."
그 비웃음은 참으로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이어 그는 반대편 주머니에서 아까와 같은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을 꺼냈다. 그리고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방금 전은 제가 떨어뜨렸으니까 새로운 거. 자. 비켜주실까요? 이거 필요하잖아요? 설마..경찰인데..다 죽게 내버려두진 않을 거 아냐. 안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