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지금 무슨 감정이냐고, 그걸 내가 왜 알려줘야 하겠니.
둘 다는 어떨까. 증오하고, 경멸한다. 그리고 지애 자신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 이면에는 배신감도 있었을 터였다. 당연하다. 권지애라는 인간은, 매 달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내 주는 생모가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배신에 대한 기준이 낮은 인간이다. 그런데도 지애 자신이 배신당했다고 인지하지 않는 이유는-
지애는 공허한 표정의 후배를 올려다본다. 예전부터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지. 오늘은 특히 상태가 안좋길래, ▇▇와 같다고도까지 생각하기도 했다. 비교할 게 따로 있지, 좀 전의 착각을 생각하면 혀를 깨물고 싶어진다.
"인간도 아닌 자식."
그래, 그거다. 좋은 녀석이 나쁜 쪽으로 변절한 게 아니다. 이 자식은 처음부터 이런 놈이었고, 자신은 속았을 뿐이었다. 배신감이라는 감정에는 서운함이 내포되어있었다. 그리고 지애 자신은, 그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이 분할 뿐, 서운하지 않았다. 슬플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배신감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
녀석이 자신의 지팡이를 향해 손을 뻗고, 지애는 최대한 버둥거려본다. 지난번에는 동료도 있었고, 난리를 친 덕분에 줄을 풀고 나올 수 있었지만, 지금 지팡이를 뺏기면 끝이다.
아니, 그래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정신 차리자.
//현호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ㅡㅜㅠㅠㅠ 미안해...!!!!!!!!(우럭 ...그냥, 현호 환청과 비슷한 맥락의 말을 실제 사람에게서 들으면 반응이 어쩔 지 너무나 궁금했을 뿐입니다...(시선회피) 어서 지팡이 가져가세요.......
' 그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그와 비슷한 사상으로 전쟁이 더욱 크게 발발하고, 피로 물들어지는 역사가 반복되니까요. '
헛웃음을 짓는 도윤에게 대답한 유키마츠의 목에서는 여전히 그르럭 소리가 울립니다.
' 나는 이성을 잃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
요괴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유키마츠 교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당신의 이성이 날아감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있나요? 미야노시타 유키마츠?
'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마법사는 무언으로 몇 가지 마법을 부릴 줄 알게 된단다. '
그리고 인카라서스가 그 중 하나지. 라고 덧붙인 유키마츠 교수가 생글생글 웃으며 도윤에게로 다가갔습니다. 벌로 무엇을 내리겠냐는 질문에 그는 가만히 도윤의 근처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검을 꽂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널, 교장선생님께 데려갈 생각이다. '
그것도 아니라면 얼릴 수도 있겠죠. 오, 네 본능이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어요. 유키마츠가 도윤을 빤히 바라보다가 진정하려는 것처럼 숨을 깊게 내쉬었습니다. 평소라면, 꿀밤 한 대로 끝나거나, 눈을 한 바가지 갖고 오라고 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학생과 교사의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유키마츠 교수는 가만히 도윤을 바라보다가 포트키를 찾으려는 듯 유카타를 뒤적였습니다.
내가 기뻐하니. 어떤 의도에서 한 말일지 짐작은 갔으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싫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 그 면모만은 한결같다는 것만은 다행이었다. 내가 변하고, 내가 깨닫고, 의지가 변했음에도 본능적인 혐오감이라는 것은 그대로였으니, 그의 존재가 죽은 들판을 잊지 않게 한다는 점이 실로 위안이 되었다. '네가'정말로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시끄러운 외침도 더는 달려들지 않았다. 그와, 승리와, 내가 가진 의미의 소치였다. 때문에 입을 열어 부르짖었다. 나는 이제 그녀였기에, 이기거나 싸우다 죽어야 한다. 누군가가 외쳐주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되뇌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 잘 가."
그를 따라 손을 흔들고는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죽어버려라. 입속말을 속살거리다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한동안 생각할 것이 많을 듯했다.
네 그렇습니다. 두가지를 모두 품고 계시니 알것같습니다. 여기까지 오며 가장 많이 본 눈빛입니다. 소년은 단조롭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지애의 눈을 응시하며 공허하고 텅 비어버린 눈빛을 한 채 중얼거렸다.
두가지. 증오, 경멸. 아, 당신은 그 속에 배신감도 가지고 있는가. 소년은 무릎을 세운쪽에 팔을 대고 느리게 눈을 깜빡이며 지애의 증오와 경멸이 섞인 눈을 응시했다. 어떻게 그렇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으십니까. 부서진 너는 되돌리지 못하거늘. 아가야. 둔한 두통에 소년이 다시금 제 머리를 짚었다.
인간도 아닌 자식.
옳은 말이지. 인간도 아닌 녀석. 지애의 입에서 흘러나온 단어에 소년은 흠칫, 지애의 지팡이로 뻗던 손끝을 떤다. 아주 미약한 떨림이였다.
"아. 그렇습니까."
소년은 공허하게 다시 웃었다. 짧게 웃음을 터트리고 소년이 향한건 지애의 턱이였다. 손끝으로 쓸어보다가 붙잡은 뒤 그대로 제쪽으로 당긴 소년이 느릿하게 고개를 틀어 귓가에.
"감사합니다. 선배님. 애초에 미리 이야기해주셨으면 좋았을겁니다."
단조로우며, 지독히도 무감각한 목소리로 속삭인 소년이 그런 말을 한 지애의 눈을 곁눈으로 응시하곤, 공허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습니다. 인간도 아닌 놈입니다. 비어버린 것이, 어찌 살아있는 인간이 되겠습니까."
소년은 천천히 지애의 턱을 잡았던 손을 무심하게 떨어트렸다. 그 눈빛에서 당신을 무엇을 읽었을까. 차라리 처음부터 이런 놈이였어, 라고 생각했을까.
그 말에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피로 물들어지는 역사가 반복될거라는 말과,자신은 이성을 잃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말 모두에 해당되는 대답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에,이내 아 싶었다. 상대방은 레지스탕스임과 동시에 자기 학원의 교수쯤 되는 인물이니까.쳇,그걸 너무 간과하고 있었어.
"..하하,이런.어쩌면 방심했던 건 제 쪽일지도 모르겠네요."
어깨를 으쓱여보이려고 했지만 몸아 묶여있던 탓에 그것조차 힘들었다. 에잇,이 빌어먹을 밧줄.고작 이런거 따위에 묶여서 지금 이러고 있다니.나도 참... 하지만 괜찮아.그러고 있는 모습조차도 완벽했으니까! 기운 빠진 미소를 짓고 있던 도윤은 자기 근처에 검이 꽂히자 놀랐는지 살짝 움찔하고는 이어지는 말에 교수님을 쏘아보았다.
"..칫,제가 그런걸로 기가 죽을줄 아시나본데!꿈 깨시라는 거예요!"
교장선생님 따위는!교장선생님 정도는..!교장쌤은... 아,큰일났네 이거.정말로 큰일났네.하,나 무사할 수나 있으려나.미리 유서라도 써 둘까 했지만 이내 어리석은 생각이란걸 깨닫고는 고개를 저었다. 이를 꾸욱 악물다가 마치 죽이기 전 상대에게 말하는 것처럼 마지막으로 할 말은 없냐는 교수님의 말에 독기를 가득 품은 눈빛으로 교수님을 한껏 쏘아보았다.
"..두고 보시라는 겁니다!언젠가는 그 잘난 자존심을,그 잘난 몸뚱아리를 전부 녹여버릴테니까요!반!드!시!복수할 테니까아!!각오하고 계시라는 겁니다아!!"
입만 살아서는.마지막 발악이라도 그렇게 해 보려는 것이었겠지.
//예아 막레다아!캡 일상 수고했어!!재밌었다구!유키마츠 교수님 완전 최강존엄이세여!!!>-<♡(야광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