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목에 예쁘게 감겨진 비단끈을 가리키며 생긋 미소지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기뻐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쁘긴 커녕 불쾌하겠지. 하지만 그녀는 내 앞에서 자신의 감정그대를 표출하지 못 한다. 그렇기에 내 멋대로 그녀의 감정을 단정 지어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녀의 심정이 어떻든 난 내 스스로 그녀에게 내린 체벌에 대해 만족하는 중이다. 늘 발목을 잡던 거추장스러운 물건을 처리해서 내심 기뻤다. 그녀의 목에 둘러준 비단끈은 과거의 내게 있어선 둘도 없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비단끈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그녀에게 직접적으로 말해주진 않을 테지만. '소중한 물건'이란 말 만큼은 믿어 줬으면 좋겠다.
"사이카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 고마워."
따분했던 감정도 사라졌다. 잠깐이나마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으니 오늘은 슬슬 그녀를 놓아줄 때가 된 것 같다. 아무리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도 너무 자주 가지고 놀다보면 쉽게 질려버리기 마련이다. 그녀를 다루는데 있어 어느정도 여유시간을 두는 것도 나쁘지않다. 어차피 시간은 충분하니까.
"그럼 다음에 또 봐."
느릿하게 손을 흔들고는 가볍게 등을 돌렸다.
// 피자 먹고 온다고 넘 늦었네요ㅔ;;;;;;;;;;;;;;;ㅈㅅ합니다;;;;;;;; 막레 부탁드려도 ㄱㅊ?????????/
"흥,그게 무슨 상관이죠?누가 얼마나 피를 보든지,일단 재미를 볼 수 있다는 것이면 충분하다는 거예요!"
애초에 그 사람들,나랑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이잖아?그렇다면 내가 궂이 신경쓸 것도 없을텐데. 헛웃음을 한번 흘리고는 이내 다시 교수님을 바라보았다.
"흥,정말로 흰소리라고 생각하세요,교수님?제가 옳고,교수님이 틀리다는 건 생각해보지 않으신 건가요?"
뒤이어진 주문을 높게 뛰어올라 피하는 모습에 칫.하고 혀를 찼다.쳇,방금은 운 좋게 피했지만 이번에는 절대 피하지 못할걸?공중에 있는 상대만큼 명중시키기 쉬운 상대는 없으니까. 다시금 지팡이를 겨누었다.그대로 레라시오를 시전하려 했다. 이걸로 끝입니다.잘 가시죠,유키 교수님! ....뭐,그런 전개일 줄 알았다만.
"...에..?뭐..지?"
갑자기 날아든 밧줄에 꼼짝 못하고 그대로 잡혀버렸다.뭐야,누구야!지원 온 레지스탕스라도 있는건가? 주변을 다급히 둘러봤지만,안타깝게도 그 가능성은 빗나가고 말았다.아무도 없어.지원 온 레지스탕스도,숨어있던 복병도. 그렇다는 건..나,또 진걸까.
"썩을."
가볍게 이를 악물었다.아아,그렇게까지나 이길 거라고 생각했는데.선전할 것 같았는데 또 이렇게 진거야? 나..이번에는 꼭 이길거라고.그때의 원한을 조금이라도 갚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이렇게 되는거야? 몸이 꽉 묶여서,아무것도 할수 없었던 그때 그 상황과 지금 상황이 완벽하게 오버랩되었다.이런 바보같은.결국 나는 또 그때처럼 아무것도 못 하고 이렇게 되는 건가.이래서야,같은 추종자 편에 선 분들을 떳떳이 볼수 없게 되잖아.츠카사 형도,강한이 형도,진이 형도.그리고 다른 분들도 전부. 빠득.이를 갈던 도윤은 이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지금 무슨 감정이냐고, 그걸 내가 왜 알려줘야 하겠니.
둘 다는 어떨까. 증오하고, 경멸한다. 그리고 지애 자신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그 이면에는 배신감도 있었을 터였다. 당연하다. 권지애라는 인간은, 매 달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내 주는 생모가 얼굴을 비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배신에 대한 기준이 낮은 인간이다. 그런데도 지애 자신이 배신당했다고 인지하지 않는 이유는-
지애는 공허한 표정의 후배를 올려다본다. 예전부터 정상은 아니라고 생각했지. 오늘은 특히 상태가 안좋길래, ▇▇와 같다고도까지 생각하기도 했다. 비교할 게 따로 있지, 좀 전의 착각을 생각하면 혀를 깨물고 싶어진다.
"인간도 아닌 자식."
그래, 그거다. 좋은 녀석이 나쁜 쪽으로 변절한 게 아니다. 이 자식은 처음부터 이런 놈이었고, 자신은 속았을 뿐이었다. 배신감이라는 감정에는 서운함이 내포되어있었다. 그리고 지애 자신은, 그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이 분할 뿐, 서운하지 않았다. 슬플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이건 배신감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다.
녀석이 자신의 지팡이를 향해 손을 뻗고, 지애는 최대한 버둥거려본다. 지난번에는 동료도 있었고, 난리를 친 덕분에 줄을 풀고 나올 수 있었지만, 지금 지팡이를 뺏기면 끝이다.
아니, 그래도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정신 차리자.
//현호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ㅡㅜㅠㅠㅠ 미안해...!!!!!!!!(우럭 ...그냥, 현호 환청과 비슷한 맥락의 말을 실제 사람에게서 들으면 반응이 어쩔 지 너무나 궁금했을 뿐입니다...(시선회피) 어서 지팡이 가져가세요.......
' 그것이 가장 위험하다는 뜻입니다. 그와 비슷한 사상으로 전쟁이 더욱 크게 발발하고, 피로 물들어지는 역사가 반복되니까요. '
헛웃음을 짓는 도윤에게 대답한 유키마츠의 목에서는 여전히 그르럭 소리가 울립니다.
' 나는 이성을 잃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
요괴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유키마츠 교수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당신의 이성이 날아감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있나요? 미야노시타 유키마츠?
'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마법사는 무언으로 몇 가지 마법을 부릴 줄 알게 된단다. '
그리고 인카라서스가 그 중 하나지. 라고 덧붙인 유키마츠 교수가 생글생글 웃으며 도윤에게로 다가갔습니다. 벌로 무엇을 내리겠냐는 질문에 그는 가만히 도윤의 근처에 얼음으로 만들어진 검을 꽂곤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 널, 교장선생님께 데려갈 생각이다. '
그것도 아니라면 얼릴 수도 있겠죠. 오, 네 본능이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어요. 유키마츠가 도윤을 빤히 바라보다가 진정하려는 것처럼 숨을 깊게 내쉬었습니다. 평소라면, 꿀밤 한 대로 끝나거나, 눈을 한 바가지 갖고 오라고 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학생과 교사의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으니까요. 유키마츠 교수는 가만히 도윤을 바라보다가 포트키를 찾으려는 듯 유카타를 뒤적였습니다.
내가 기뻐하니. 어떤 의도에서 한 말일지 짐작은 갔으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는 예나 지금이나 싫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 그 면모만은 한결같다는 것만은 다행이었다. 내가 변하고, 내가 깨닫고, 의지가 변했음에도 본능적인 혐오감이라는 것은 그대로였으니, 그의 존재가 죽은 들판을 잊지 않게 한다는 점이 실로 위안이 되었다. '네가'정말로 그렇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시끄러운 외침도 더는 달려들지 않았다. 그와, 승리와, 내가 가진 의미의 소치였다. 때문에 입을 열어 부르짖었다. 나는 이제 그녀였기에, 이기거나 싸우다 죽어야 한다. 누군가가 외쳐주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되뇌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 잘 가."
그를 따라 손을 흔들고는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죽어버려라. 입속말을 속살거리다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한동안 생각할 것이 많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