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과 머글로 인해 나는 죽었다. 그들을 사랑한다며 그들을 지워내고 억압할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말을 해봤자 들을 확률도 적었다. 지팡이를 쥔 손이 새하얘졌고, 피가 삽시간에 주욱 빠졌다. 피를 꽤 흘렸다. 그럼에도 그것은 태연하게 두 다리로 서 교수를 응시했다. 달콤한 말이라. 그는 눈을 감았다 떴다.
"...절박했고, 그만큼 기뻤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지켜지지 않는다 하여도 절박하였고, 그 달콤함이 마냥 기뻤다. 당신도,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겠지. 내가 죽었음에 나의 인생이 뒤바뀌었으니. 나는 나일 뿐이다. 연옥이 아닌 사명일 뿐이라 자라온 자신에게 그 분은 자신을 깨닫게 한 존재였다. 그런 그 분의 손을 내가 내칠리가 없지 아니하더냐. 비명소리가 들리자 그는 지팡이를 거뒀다. 교수의 일부가 녹아내리고, 그는 그 장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후..."
앞머리를 다시금 쓸어넘기며 그는 유키마츠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눈 앞의 상대가 교수임에도 자신은, 결국 나는 이 지경까지 오고 만 것인가. 그럼에도 어찌 괴롭지 아니한것인가. 후회하지 않는것인가. 복잡한 심정이 순간 정리가 되어 그 이질감에 몸을 떨었다. 대체 어떠한 괴물이 되어있는건가, 나는. 그 분을 따를 자격이 있는건가.
".... "
마법약을 받아들며 부숴지는 얼음, 정확히는 팔이었던 그것을 바라보았다. 산산조각 나는 그것이 익숙하여 한참동안 얼음조각을 바라보던 그는 유키마츠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얼음과 불로 뒤덮인다. 라. 제대로 싸운다면 그리하였겠지. 자신에게 사과를 하며 디터니 원액이라 설명을 덧붙이는 교수를 더 이상 바라보지 않았다. 몸을 돌리는 교수를 보았음에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분께 반기를 든 자의 것이다. 속삭이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다. 말하는 것이 낫지 아니하더냐, 이어지는 말에 눈을 들어 교수의 등을 바라보았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추종자에게 관용을 베풀 이유는 없습니다. 언제 목을 칠지 모르는 자에게 친절을 베풀지 마소서."
다음부터는 이러한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속으로 그 말을 꾹꾹 내뱉고 그는 멀쩡한 손으로 묶인 머리채를 향해 손을 뻗었다. 묶여있던 흰 머리의 끈을 손쉽게 머리에서 빼내자 어느덧 긴 머리가 목을 덮고, 등허리를 덮었다. 삽시간에 조용해진 혈투의 현장을 벗어나는 구둣발 소리에 이어, 그가 쥔 병에 실금이 가 디터니 원액이 손을 타고 흘러 그의 상처를 억지로 지웠다.
후 아직 안끝난거 실화...? 아무튼 응원 고마워여 여러분!!애인님께도 승리의 주문을 요청했었는데...그 결과는 사진처럼.....우후후후후후후후훟후 이겨버릴꺼야. 시간이 좀 있었다면 원작 갖고와서 대사 수정해보는건데 안타깝게도 원작..전에 지웠는지 없어여..급한대로 폰에 있는걸로 대충 떼웠으니 양해를..! 앗 부활 20초남음 후후후후 분노의 빡겜을 보여주고 올게양☆
애정이라. 적당히 꾸며내기도 어려운 요구였다. 저는 사랑하는 마음을 남에게 주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하는 그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는. 아니, 지금에 와서는 자신이 그에게 주는 마음이 사랑인지도 알 수 없었다. 저는 분명히 그를 사랑했고, 그를 사랑한다며 되뇌곤 했지만 기실 그를 사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사랑을 모른다. 자신은 결심 이전에도 그녀를 닮은 자였을진대, 저라고 해서 그 마음을 깨우쳤다는 법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는 제 목적이자 목표이자 의지였다. 정애情愛의 여부는 더는 중요치 않다. 그는 그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사랑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그래. 그러면..... 안녕, 츠카사."
그렇기에 눈을 맞춰오는 그의 행동에도 다시금 인사를 전했을 뿐이었다. 우리는 살아야 했다. 난해하고 기이한 명령일지라도 제 목표를 위해서라면 따라야 함이 마땅하다. 애정을 담아서. 어느 누가 말하기를, 사랑과 증오는 한 끗 차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그에게 친근하게 말을 건네는 것 역시 나쁘지는 않았다. 저는 그가 여전히 싫다. 그를 향한 부정과 혐오와 적개를 담은 인사말은 가없이도 나긋했다. 언젠가,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했었더라. 문득 떠오른 기억에 생각이 흐려졌다. 옅은 웃음은 그 말을 끝맺음과 동시에 완전히 사라졌다.
"사실 누군지는 잘 몰라."
어제 처음 만났거든. 덧붙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표정은 다시금 무심했다. 그에게로 보내는 표현 중 그것만은 진실이었다. 자신이 상대에 대해 아는 점이 있다면 남성이고, 키가 크며 적대 세력에 속한다는 것쯤일까. 하지만 얼굴만은 유독 기억에 남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본 광경이 그에게로 쏘아져 가는 빛살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여 그가 은인에 대해 궁금해할까 싶어 아는 것들이나마 끌어모아 알릴까 했지만 그만 두었다. 주제넘는 행동은 하지 않는 편이 현명했다. 자신은 그가 원하는 것만을 행할 뿐이다. 고귀한 혈통의 마음을 지레짐작하는 것은 불경한 일이니.
사기노미야는 늘 그렇듯 저를 대하는 표정만은 온화했다. 그녀를 닮아 두려웠던 사람. 이제는 타기唾棄하고 싶으나 따라야 할 사람. 그가 손을 들어 제 머리 위로 올린다. 아. 그 행동은 그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짓이다. 그가 해서는 안 된다, 그는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 자로서의 격格이 없다. 감히. 감히. 감히. 감히. 감히. 제게는 이미 익숙한 외침이 득달같이 소리치며 귓가에 울렸다. 너는 그래선 안 된다. 네가 왜. 극렬한 혐오감이 머리를 타고 온 몸으로 퍼졌으나 행동은 허가되지 않는다. 그러니 '우리'는 살아야 한다. 격동하는 내면에도 불구하고 드러나는 표정은 별달리 변한 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