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만났을 때는 워낙 정신이 없기도 했고,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터라 돌려주지 못했었다. 또 자신은 물건을 깨끗하게 모셔두면 늘 잊어버리곤 하는 성격이었기에 그때 이후로 차라리 구질구질해도 계속 들고 다니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던 것이었다. 물론 그 결과는 미관상 좋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제 시선이 밑에 몰려 있었다는 것을 눈치챈 건지, 그가 몸을 굽혀오니 자연스레 시선이 맞춰지게 되었다. 아. 사이카는 무심코 가탄했다. 이전에도 느껴온 감상으론 그가 행하는 친절이 제게 익숙한 그것과 비슷한 구석이 있었던 것이다.
"으엉? ....아니, 별로 무례한 말은 아닌데. 사실이기도 하고."
사이카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그가 말한 내용이 어디까지나 묵직하고 반박할 수조차 없는 팩트였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그런 말을 들어봤자 자신은 간단하게 부정만 하고 끝낼테니 사이카 본인이 손해 볼 일도 없었고. 멍하니 하고 있던 생각에서 빠져나온 사이카가 가볍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어. 별로 더럽지도 않은데 뭐. 그래도 고맙게 받을게."
음, 깨끗한 걸 좋아하는 성격이기라도 한 걸까. 길은 잘 닦여 오물 없이 깨끗했건만, 그는 자신이 바닥에 앉아 있었다는 게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는 손수건을 받아들었다. 그리고는 적당히 더럽다 싶은 곳 위로 손수건을 쥔 손이 두어 번 왕복했다. 처리를 마친 사이카는 손수건을 펄럭거리며 턴 후 다시 현호에게로 내밀었다. 그녀의 눈에 결과는 일단 괜찮은 듯했다. 어디까지나 '사이카의 관점'에서는.
"그런데 이런 건 매번 들고 다니는 거야?"
손수건은 분명 유용한 물건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쓸 일이 적은 물건이기도 했다. 사이카의 경우엔 되려 부적절한 관리 탓에 쓰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물이 종종 나오기도 했었다. 물 묻은 수건을 덜 말린 채 넣어둬서 냄새가 난다던지 하는 식으로. 그런 걸로 봐선 역시 그는 여러모로 꼼꼼한 사람인 모양이다. 사이카는 적당히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는 모르겠지만,궂이 따져보자면 어쨌든 상대가 다행이라니 안심할 수 있다-라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뭐 당연히 그렇잖아.상대가 다행이 아니라는데 혼자서 다행이에여-하고 나자빠져있음 그건 예의도 뭣도 없는것..일지도.
"엄...뭐어 정 무리다 싶으면 주머니에라도 가득 채워서 가죠!"
물론,스타는 영문도 모르는 채로 주머니에서 강제퇴장 당하겠지만은. 그래도 어깨에 대충 얹어다니면 되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우리 스타는 강한 지네거든!이 정도 추위따위는 가볍게 코웃음치며 넘길수 있다! 지네에게 코가 있는지는,일단 넘기기로 하고.
"에,그러려나요-"
어찌 되었든 좋은 건 아니잖아.그래도 일단 틀린 말을 히는건 아니었던만큼,인정한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확실히 청룡 기숙사인으로써 그건 잘못된게 맞지!그리고 괜찮아,앞으로 천천히 고쳐나가면 될 일이니까!
"헤,그래도 여전히 그쪽은 세연이 형인걸요!"
장난스럽게 키득키득 웃으면서 세연을 올려다보았다. 다만 이번에는 아까 전처럼 키 같은 이유가 아니었고,왠지모르게 듬직해서..랄까.아까 충고해주던 것도 그렇고,용돈 주는것도 그렇고..다만 상대가 그다지 마음에 안 들어한다면 당장 바꿀 생각이지만 말야. 어쩌면 키 때문에도 살짝은 있을 지도 모르지만,그리고 장난으로 자꾸 그러고 다닐지도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런건 따지지 않기로 했다.공평하게 살자 공-평하게!장난을 거는 건..뭐 내 성격탓에 어쩔수 없긴 하지만 말이야!
>>802 아뇨 괜찮아요ㅋㅋㅋ 뭔가 무서워야 할 상황이긴 한데 전혀 무섭지가 않아서 악몽은 아니었어요ㅋㅋ 왜 이런 꿈을 꿨는지는 너무나 잘 알것 같습니다. 저희 스레야 요즘 제 관심사 no.1이고, 어제는 스티븐 킹 소설&누군가의 린치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었거든요.
>>798 헉 린치당하는 꿈이라니 도윤주보다 더 안좋은 꿈 아니야 그건...? ○_○ 아니 잠깐 웃으면 안 되는데 왜째서 주모자가 지애예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것이 진정한 하극상인건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02 하 가서 받아가고는 싶은데 손이 화면 안으로 안들어가져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그건 그래 승부욕 팍 붙으면 일단 노빠꾸로 밀어붙여야지!그게 진리 아니겠슴까! 랄까 신입이 들어왔구나!이제 나도 후배(?)가 한명 생겼어!
계속 가지고 있었다, 라고 한다. 소년은 그 말에, 만날 일이 있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지만 생각이 안났던가, 안챙겼던가 두 이유중 하나겠지. 소년은 그렇게 결론을 지으며 천천히 사이카의 갖고는 있었다며, 말끝을 흐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아무리 사실이라고 해도 쉽게 해서는 안될 말이였습니다. 죄송합니다. "
소년은, 무례한 말이 아니라는 말에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을 맺었다. 사이카가 자신의 손수건으로 여기저기 왕복을 하는 것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던 소년이 자신의 손수건을 다시 내미는 사이카의 모습에 손수건을 받아들다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더니 방금 전에 했던 것처럼 몸을 굽히며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하면서 손수건을 적당히 마치 처음 샀을 때의 그 모양새 그대로 만들어 사이카의 팔근처의 옷을 툭툭, 털어준 뒤에서야 소년이 몸을 일으켰다. 깔끔하게 네모로 접힌 손수건이 거기서 한번 더 접히고 그대로 소년의 바지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런 뒤, 침묵을 지키고 있던 소년이 사이카의 말에 시선을 돌렸다. 느릿하게 눈이 깜빡여지고 소년은 입가를 손으로 매만진다.
"예. 손수건이라는 건 여러가지로 유용하게 쓰이니 말입니다."
손수건은 소년에게 유용했다. 산책을 맟인 사화를 기숙사에 들여다놓기 전에 발을 닦는 것이나, 손에 땀을 닦는다던가. 더 나아가 눈앞의 이 키노 사이카라는 여학생와 같은 상황에 빠졌을 때 충분히 빌려줄 수 있는 물품이였으니까. 소년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높낮이 없이 차분한 어조로 사이카의 말에 대답해보였다.
>>806 퍄 이미지 실화입니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샄카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817 하 너무 늦으시군요 도윤주 ;;; 전 이미 GG쳤습니다 ;;;;;;;;;
"돈은 많지만.. 그다지 정서적으론 좋지 못한 환경이었을지도." 꽤나 폐쇄적이니까.. 라고 중얼거렸습니다. 대충 천 갈레온 정도 되어보이도록 지갑에서 한웅큼씩 금화를 꺼내 도윤에게 건네려 했습니다. 분명 지갑 안에 탐지불능 늘이기 마법이 걸려있을 거야.. 란 생각이 들 정도로 꺼내고 꺼내는데요.
생각해보니까 단순계산하면(계산기 돌리기)3년동안(1년=52주로 계산.)받은 용돈이 70억2천만이란 얘기잖아.. 그걸로 비트코인을 투자했느면 얼마나 되었으려나.. 란 생각이 세연주가 들고 그런데도 바다에서 물 한컵 뜬 정도라고 표현하다니. 라는 생각도 들고 왠지 자괴감이 들었습닏..은 이만 생략하고.
"형은 받아들이기 어려워요. 그렇지만.." 남자였다면 달랐으려나요. 걸 증얼거리면서도 그거 가능하진 않아요.란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걸리면 얄짤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나밖에보다는 차라리 운이 없었네. 로 칭할 수 있었잖아요? 걱정되는 것은 없었습니다.
소년은 잠자코, 상대의 행동을 지켜봤다. 슬쩍 시선을 피한건 아무래도 자신이 말한 범상치 않은 비명, 이라는 소리 때문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꼭 시선을 피할 필요는 없는데. 소년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상대가 감탄사와 함께, 줄곧 고수하듯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소년이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아아. 현주 누님을 아십니까."
한호흡을 끊어낸 뒤, 소년은 천천히 말을 골랐다. 이어지는 시제인이라는 이름과 6학년. 각 기숙사의 분위기들을 대입해봐도 눈 앞의 시제인이라는 완벽히 까마득한 - 그래 까마득하지는 않았지만 - 선배님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년의 셋째 누님의 말에 소년은 잠시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시제인, 이라는 여학생과 친해졌어. 완전 대쉬했지롱! 아 물론 백호 기숙사야! 하는 현주 누님의 편지를 받은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이 맞다면, 소년은 적어도 제인의 이름을 처음 듣는 건 아니였다.
"현주 누님이 주작 기숙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숙사 분들과도 스스럼 없이 친해지신다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예, 현주 누님의 동생 현 호라고 합니다. 선배님. 이름만 듣던 분과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소년은 박수로 인해서 경계하는 것을 풀지 않은 제 패밀리아의 행동을 제지하면서 방금 전 인사와는 달리 조금 더 깊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확실히 정서적으로는 좋지 못할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왠지 그 가문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접어두었다. 분명 오팔아이 예쁘고,돈 많은건 좋지만 정서적으로 좋지 않다면 전부 말아먹는거나 다름없는걸?
"..헐.금화 무지 많아요..!"
이 정도 액수의 돈들을 직접 가져본 적은 없어서 놀라는듯한 눈치였다.본 적은 있었지만 그건 내 돈이 아니었지. 받고 또 받아도 계속해서 나오는 돈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결국 바지 주머니와 옷 주머니,지갑 등등 일단 돈이 들어갈수 있는곳은 전부 채워넣고서야 간신히 전부 챙길수 있었다.스타에게도 금화 하나를 물게 했다.
"후,겨우 다 챙겼네요!"
걸을때마다 짤랑짤랑 소리가 너고 꽤나 무거운 게,무슨 갑옷 입은것 같기도 하고.옷 늘어나는건 아닐까 살짝 걱정이 되었다.얼른 집 가서 마법을 좀 걸어 놓든가 해야겠어. 아무튼 이내 들려오는 말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흡,그렇다면 형이란 호칭은 뺄게요!받아들이기 어려우시다면 어쩔 수 없죠!"
그럼 그냥 이름으로 불러드릴까요?아니면 세연이 누나는 어떠세요?하고 선택은 자유라는듯한 느낌으로 말을 꺼내며 세연을 올려다보았다.언젠가는 내가 키가 더 커져서 내려다볼 날이 꼭 올거야! 그리고 곧 들려오는 말에 잠깐 고개를 갸웃.기울이다가 이내 끄덕였다.
"뭐어,아마도 그랬을 거예요!일단 이러니 저러니 해돈 여기로 온 겅극적인 목표는 초콜릿이었으니까 말이죠!"
"아니, 진짜 상관 없는데. 그런데 평소에 그렇게 정중하면 주변에서 가만히 안 두지 않아?"
짓궂은 장난을 친다거나, 성격으로 놀린다거나, 그런 일은 어딜 가나 있기 마련이다. 물론 두 번째는 폭력이니 가만히 두어선 안 되는 일이었고 첫 번째는 적정선을 지켜야 했다. 특히 청룡 학생들은 기숙사의 이념에 걸맞게 영혼을 걸었다 해도 모자람이 없는 장난을 쳐 오기도 했었으니. 때문에 파릇파릇한 신입생 시절에는 수줍음 많고 예의 발랐던 아이가 3학년 이후에는 지옥에서 올라온 연쇄장난마가 된 사례도 있었다. 사이카 역시 저학년이었을 무렵엔 그런 이유로 장난에 당한 적이 있었고, 결과물은.... 글쎄. 이 경우는 어느 쪽일까.
"야호. 이제 다 된 거지? 이것도 고마워. 그리고 너 좀 대단하네. 뭐라고 해야 하지..... 그러니까, 되게 부지런하다."
이 정도면 되었다 생각한 것이 그에게는 모자란 모양이었다. 잠깐 넋 놓은 사이에 완전히 깨끗해진 옷자락을 보며 사이카가 씩 웃어보였다. 한쪽 입꼬리만 가볍게 올라가 어찌 보면 비웃는 것 같은 미소이기도 했다.
사이카는 학원에 입학하고,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거나 무엇에 열의를 보이는 일을 그만둔 이후로 잊는 것이 많아졌다. 옛 일에 대한 자세한 감상과,열의와, 자잘한 물건들과 해야할 일 같은 것들을. 그것이 계속되다 보니 지금에 와서는 현호처럼 수시로 청결을 의식하는 행동 자체가 신기해보였다. 게으른 사람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감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