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그 말로 인해서,충격을 받은듯한 모습이 되었다. 중요치 않다니..그게 중요치 않다니! 한 사람의 생사가 갈릴지도 모르는 일(?)인데 그렇데나 무심한 반응을! 주변이 시끄럽고 혼란스러워진걸 보며,죄책감이 담긴듯한 표정을 잠깐 지었지만 곧 풀어졌다.시끄럽고 혼-란스러운거 좋잖아!
"흥,그럼 저도 혼란스러워진건 중요치 않거든요!초콜릿을 빼앗기고 말고가 중요하죠!"
상대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살짝 상대를 다시 올려다보았을 때,도윤의 말에 그렇냐는듯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심통이 난 것인지 몰을 부풀렸다. 뭐야,이 무심한 반응은!마치 아 그러세요 하는것 같잖아! 이래서 너무 어른스러워도 안 좋다니까.투덜거리며 볼에 잔뜩 불어넣었던 바람을 푸 하고 뺀다.
"..네?네 뭐 지금은 긴박하진 않죠!"
이어서 들려오는 말에 그렇게 답하고 원하는 물건을 손에 넣은 이상 서두를 필요는 없답니다!하고 덧붙여 말하며 해맑게 미소지은 도윤은,초콜릿을 마치 보물 다루듯 소중히 품에 안았다. 오늘따라 초콜릿이 이렇게 소중해보일수가 없었다.아가야,조금만 기다려.이 형아가 맛나게 먹어줄게.대답이 돌아올 리 만무한 초콜릿을 향해 말을 거는건 덤이었다.
"....치이,알-겠-다구요.계산할 때는 새치기 안 하거든요!"
흥이다 흥.또다시 토라진듯한 모습을 하고서는 얌전히 영의 뒤에 절을 섰다. 줄이 정말로 조금조금씩 줄어드는 통에 지루해진 건지,혼자서 초콜릿을 바라보다가 주머니 안에 있던 스타에게 말을 걸다가 가슴에 달린 백금과 사파이어 장식의 나비 브로치를 만지작거리다가.도윤의 시선은 곧 앞에 있는 키 큰 사람을 향했다.그리고는
현호주 다시 어서와! :D 현홐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호 만난다면..아마 현호가 16살이라는 현실 자체를 부정하면서 정신승리를 할지도...(?? 아니 그보다 도윤이도 아직 16살이얔ㅋㅋㅋㅋㅋㅋㅋㅋ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키 클수 있씀니다.......아마도....(????(도윤:뭐?
도윤:아하하하-..다 엎어버릴까.(싸늘(??
>>38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그냥 현실도피를 하려는 키 작은 도윤이의 발악으로 생각해주면 편해..여자 옷 입고 있어도 남자라고 생각해버리려는..(흐릿
충격인가, 충격인가? 지나가던 고객의 입장에서 서술했을 뿐이나 당사자의 입장에선 아닐 수도 있겠다. 특히 초콜렛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면 더더욱. 나야 뭐 개구리 초콜렛을 사도 상관없으니 한개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반쯤 포기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기 마련이니. 그보다 어린애마냥 볼을 부풀리는게 참, 딱 봐도 후배로 보였으나 소담의 사례가 있어 함부로 짐작하긴 금물이었다. 얼핏 보기 앳되보여도 나이는 한참 위인 경우가 허다하니까 이 학원에는.
"삐졌니. "
여전히 무심히 말을 던졌으나 머리를 쓰다듬으려했다는 게 좀 달랐다. 아마 무의식에 그랬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니까 담이 쓰다듬던 버릇이 생판모르는 남자애한테까지 간거다. 아무튼 쓰다듬을 생각은 없었기에 황급히 머리에서 오른손을 뗐다. 아, 그래도 바람 빼는건 귀엽긴 했다. 긴박하진 않다는 말에 그렇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긴박하지 않으면 그걸로 된거다. 그럼 이제 그대로 기다리던가, 내 뒤에서. 그런 생각을 하며 줄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뒤에서 투덜이는 소릴 듣긴 했으나 그저 고개를 까딱일 뿐이었다. 삐졌네 쟤. 근데 아까랑은 좀 다른 것 같은데. 방금까지 툴툴대던 애 맞아 쟤. 귀 뒤를 넘기며 돌아보곤 속삭였다.
"영, 하영. 격식 차릴 거아님 성씨는 부르지 말고. 현무 4학년이야. "
성씨를 부르는 건 그닥 반기고 싶지 않았기에 거듭 강조했다. 그 가문이랑 엮이고 싶지 않으니 불리고 싶지 않다. 되도록이면.
그저,과장된 반응이랄까.엄살과도 같은 그런 것. 왜냐면 밋밋하게 반응한다면 재미가 없잖아,재미가! 자고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재미는 필수 요소라고 생각하는 도윤이었다.여담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3대 영양소는 카페인 알코올 니코ㅌ..하여튼 그렇단다. 머리를 쓰다듬어주려는 건지 뻗어오는 손길에,마치 쓰다듬을 원하는 강아지마냥 뿌듯해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다가 그냥 손을 떼자 아쉽다는 눈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아무래도 상관 없긴 했지만.
삐진건지 안 삐진건지, 과장된 태도를 믿어야 할지 고민이었으나 믿어주기로 했다. 아, 쓰다듬으면 베시시 웃는 건 담이랑 비슷하긴 하다. 얘도 쓰다듬어주는거 좋아하나보네, 생각만 들었을 뿐 그 이상의 감흥은 없었다. 소년에게서 형이란 단어가 나오기 전까진. 나는 잠시 말이 없었다. 어딜 쎄게 후려맞아서도 아니었고 충격을 받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잠시 생각에 빠졌을 뿐이었다. 내가 좀 많이 남자답게 생긴 건 사실이었으니 반박할 생각은 없다. 사실이니까. 하지만 진심으로 날 남자라 생각하면 곤란한데.
"도윤 후배, "
고개를 까딱이며 나직이 속삭이곤 소년쪽으로 슬며시 몸을 숙였다. 이걸로 시선이 조금은 비슷해졌다. 달리 특별한 의도는 없다. 그저,
"네 눈에는 내가 남자로 보이니? "
라고만 속삭여줄 생각이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다시 똑바로 허릴 세우곤 감흥없다는 듯이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네 간절함이고 뭐고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신경쓰고 싶지 않다. 오해하지만 않으면 아무렴 상관없다. 설마 진심으로 날 형이라 생각할까. 전혀 아닌 듯 보였다.
"좋을 대로 불러. "
짤막하게 얘기하곤 카운터에 잠깐 시선을 줬다. 몇 명 안남은 걸 보니 조금 대화하다보면 금방 내 차례겠다. 나 다음에는 저 후배차례고.
몸을 숙여오는 모습에 고개를 갸읏였다. 아,이러니까 눈높이가 대충 비슷해졌어!나도 실컷 내려다보고 싶으니까 이번 기회에 그래야지!...했지만,안타깝게도 현실은 큰 코리안 캔디를 날려주었고 도윤은 상심했다. 내려다보려는 건 포기하고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가만히 들을 뿐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요.근데 여자라는걸 인정하면 제가 자괴감이 든단 말예요."
아까 언급했듯,아직 성장판은 닫히지 않았으니 아직 가망은 있을...것이다 아마. 하지만 한살차이밖에 안 나는 저 누나도 아직 성장판이 안 닫혔을 가능성이 꽤 높을텐데,그렇게 된다면 거기서 거기잖아..설마 여자가 막 엄청 크거나 하겠냐만은,그런 경우도 상당히 많으니까. 아,다시 허리를 세운다.간절한 자신의 마음도 몰라주고 자신이 여자라는 걸 다시 어필한 영에게 너무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앗,네에!그렇다면 형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아~!그리고,언젠가는 반드시 영이 형보다 키가 더 커져서 떳떳하게 누나라고 부를 날이 올 테니,기대하시죠!"
반드시!저 선배의 키를 넘어서서 당당하게 누나라고 부르고 다니고야 말겠어!영을 손으로 척 가리키며,선전포고를 하듯 당당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로써 이 세상을 살아갈 동기가 하나 더 부여된 기분이었다. ...물론 자신에게 그런 동기는 차고 넘치기는 했지만,하여튼 그렇다는 것이다.
좋을 대로 부르랬더니 진짜 그렇게 부르네. 뭐라 부르든 신경쓰지 않으니 한쪽으로 흘리기로 했다. 콤플렉스를 자극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1학년도 아니고 3학년이라면 확실히 콤플렉스일법했다. 뭐 키 큰 사람을 많이 못 봤다면 이해한다만. 서구권이 아닌 이상 상당히 특이한 경우긴 했다. 하지만 자괴감이 들든 말든, 나는 오늘 처음 본 사람이고 너는 오늘 처음 본 후배다. 딱 그정도의 관계, 그 이상 가까워진다면 고려해보겠지만.
"여기까지 오면 생각해볼게. "
제 눈 밑을 툭툭 치며 응답했다. 당당한 태도 하나는 보기좋네, 그래봤자 내년이나 내후년즈음에야 생각할 일이었다. 훌쩍 커버리지 않는 한 당장 기대할 일은 없었다. 어느새 제 차례가 되어 카운터 앞에 섰다. 당밀 파이 2개 더 계산할게요. 민달팽이 젤리봉지와 초코쿠키, 그리고 개구리 초콜릿 몇개를 계산대에 올리며 점원에게 부탁했다. 봉투에 담아주시구요. 갈레온인지 시클인지 가격에 맞는 동전을 내놓곤 봉투를 들고 나섰다. 바로 나가도 상관없었음에도 왜 후배 옆에 서서 기다리고 앉아있었냐면 간단하다. 이걸 주기 위함이다.
"먹던가. "
먹고 쑥쑥 커라. 덕담인지 아닌지 알수없을 말을 덧붙이며 파이를 건네는 얼굴이 유난히 무심했다. 정말 그런지는 스스로만이 알 일이었다.
깜짝 놀라지나 마시죠!도윤은 다시금 자신만만한 모습이 되어서는 그렇게 말했다. 사실 자기 키가 그만큼 클지는..의문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 만큼은 크겠지!분명히 클거라고 생각해!
"헤에."
계산대에 올려놓은 민달팽이 젤리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 눈을 반짝이고 영을 한 번 보았다가,그것을 다시 보았다가 이리저리 번갈아보았다.마치 저거 드실 거예요?하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었다. 아직 애기입맛 그 자체인 도윤에게 민달팽이 젤리란 그저 맛이 이상한 음식 1일 뿐이었으니까.그런걸 아무렇지 않게 먹을수 있는 저 누나가 신기해.
그러고는 드디어 심사숙고하던 자기 차례가 되었고,품에 꼬옥 안았던 초콜릿을 계산대에 조심스럽게 올려두었다.혹시나 행여나 누가 가져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다행히도(?)그런 일은 없었다. 초콜릿 값을 건내던 도윤은,아직 자기 옆에 서있던 영을 올려다보았다. 에,계산 끝났지 않았..던가?뭔가 더 사려는 걸까?고개를 갸웃 기울였다가 건네어지는 파이를 보며 눈을 몇번 깜빡였다.
"..앗,이거 정말 저 주시는 거예요?고마워요!"
행복한듯 해맑게 웃으면서 파이를 받아들었다. 이런 행운이 있다니!나는 정말 축복받은 청룡 기숙사생이야! 먹고 쑥쑥 크라는 말에 다시금 분한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네에!꼭 쑥쑥 클게요!"
올려다본 누나의 표정은 여전히 무심한 무표정이었지만,그저 무뚝뚝할 뿐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믿음이 강하게 들었다. 뭐어 사실 건네어진 말이 덕담인지 아닌지도 의문이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해셔 나쁠것 없잖아?
자신 있으면 다음에 만날 때 쑥쑥 커져있던가. 딱히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하고 싶진 않다. 우유 자주 먹지 않아도 키는 쑥쑥 컸다. 물론 이게 특수한 경우라는 건 잘 알고 있는 사실이고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저 주는거냐는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앞에서 결제했으니 현호 후배때처럼 오다 주웠다 소리하기엔 좀 그랬다. 그래서 덧붙인 말일 뿐 큰 의미는 없다. 해맑게 웃는 얼굴에 피식 입꼬리를 올렸으나 역시 큰 의미는 없었다. 단지 그 뿐이라고 생각한다. 살며시 몸을 숙이곤 오른손을 올려 머릴 쓰다듬으려 했다. 거칠지도 않았고 만지는지 안만지는지 희미하지도 않은 손길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그래, 상냥했다.
"다음에 보자 꼬맹아. "
속삭이는 말은 상냥하지 않았지만. 자 그럼 이제 신이한테 가볼까. 많이 기다리고 있을거다. 내가 아니라 젤리라면 좀 많이 섭섭하겠지만. 그리 생각하며 천천히 가게문을 열고 나갔다.
//막레주세요>♡! 헉 돌리다보니 슬슬 5시네요 늦게까지 함께 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ㅠ__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