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하게 웃는 알폰스. 가면 아래의 그의 얼굴이 기묘하게 뒤틀려진다. 그 순간 에일린의 시선이 알폰스에게서 아리아 쪽으로 돌아간다. 마치 은푸른 섬광이 지나가듯 그의 옆에 호선을 그리며 사라져간다.
알폰스는 자시의 옆을 스쳐지나가는 에일린을 보며 그저 웃었다. 따라가면 잡을 수 있을까? 아 무리일 것 같다. 하지만 의도대로 흘러가서 다행이다.
그는 얼굴에 쓴 까마귀 가면을 벗었다. 그 가면 아래에는 처절하게 입꼬리를 올린 슬픈 눈동자의 광신도가 있었다.
"아.."
아리아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늑대를 그저 가만히 보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내-
콰득- 소리와 함께 에일린의 발톱이 아리아를 가르듯이 상처낸다. 정말로 갈린 건 아니라 크게 상처가 나고 피가 사방에 튈 뿐이였지만.. 아리아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겪은 듯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이내 거리가 떠나갈 듯 한 비명이 울린다.
"흑.. 아아-"
자신의 몸에 흐르는 피를 보며 패닉에 빠진 아리아. 그리고 알폰스가 재빠르게 다가온다. 아리아는 알폰스를 보더니 그 표정이 패닉에서 공포로 바뀐다. 도련님과 마을아가씨. 그리고 이젠 귀신과 인형. 아리아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이 흘러내리는 얼굴을 에일린에게 향하며 에일린의 발을 붙잡았다.
"방금 전술에 대해 설명했었죠? 이것도 그 고귀한 인간의 전술이랍니다? 일종의 미끼라고 해야하나요 유인이라고 해야하나요? 아리아의 존재가 분명 당신은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겠죠. 보통 환상종들은 아리아와 저를 대면하면 아리아를 먼저 공격한답니다? 그건 실수죠. 그런 대책을 하나 두개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면 삼류니까요."
"천박한 인간? 그렇게 불러도 상관 없습니다. 인간이란게 원래 천박하기도 하고 고귀하기도 하고 그런거니까요. 하지만 그런거 일일이 신경 쓰면 목표를 이루지 못합니다. 인간의 발전사엔 수많은 참극이 있었죠. 이것도 발전사에 기록될 하나의 사건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참혹해도 잔인해도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그렇죠? 아리아?!"
최후엔 마치 절규하듯 외친 가면을 벗은 알폰스는 어느사이에 아리아의 뒤에 있었다. 애초에 아리아를 노릴거라고 생각해서, 최단거리로, 방심할만한 그런 위치에 자리잡은 그는 어쩌면 에일린이 아리아를 공격할 때 오히려 걱정보단 기쁨의 감정을 선보였을지도 모른다. 계획대로 흘러가니까.
알폰스는 아리아의 등 뒤에 총구를 겨누었다. 평범한 탄은 아니다. 벅샷이라고 불리는 훨씬 강력한 탄이다. 아리아는 괜찮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니까 다시 고칠 수 있다. 알폰스의 입가엔 일말의 망설임이 없는 미소, 그리고 아리아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다는 에일린을 향한 증오감이 보였고. 아리아의 얼굴엔 절박함과 죽음과 고통에 대한 공포. 그리고 끝없는 절망감.
"죽어라 짐승-!"
한순간 침묵이 흐르고 큰 파열음이 울려퍼진다.
'빗나갔..? 어째서?'
에일린에겐 탄환이 적중되지 않았다. 알폰스는 멍하니 아리아를 바라봤다. 중요부위가 아닌 잡다한 부위에 동그란 구멍이 난 아리아는 눈물을 흘리며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이래서 인격이란. 너는 정말로 증오가 부족한 인형이구나. 그 마지막 순간에 붙잡은 손을 놔버리다니.. 그건 저 환상종에 대한 속죄? 아니면 너무나도 큰 좌절감과 두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