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영이가 옷 정리하는 동안 나는 씻을거리를 챙겨야지. 마침 방에 온천갈때 담아가라고 나무 바구니를 걸어놨네! 영이가 사온거랑 내거랑 해서 두개만 가져가면 되겠다! 어디보자아...맨밑에 이걸 놓고, 클렌징폼이랑 세신도구를 위에 놓고, 수건으로 덮으면... 완벽해! 내것도 이렇게 해서 챙겨가자!
"준비 끝났어!"
이제 나도 옷좀 갈아입어야지, 코트는 아까 벗어서 영이 줬고, 겹옷이랑 양말 벗고... 짜잔, 하얀 원피스! 온천에서 준 유카타는 온천 끝나면 입고나와야지!
안 그래? 되물어보며 피식, 바람빠지는듯한 웃음을 내뱉었다. 그런데 저리 대답하는 것을 보면 유채헌도 무계획 상태라는 걸까. 사실 여명에 들릴 때마다 술집에도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원하는 술을 마시지 못할게 뻔했기에 그만두곤 했었다. 나의 행동 덕분에 혹여나 기숙사 점수가 깎이더라도 그런건 내 알 바 아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술집에나 들리자고 해볼까, 말을 꺼내려는 순간 그녀가 해오는 제안에 언듯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귀곡산장, 솔직히 한 번 쯤 가보고 싶었던 장소이긴 하다. 유령도 피할 정도로 무서운 장소라는 소문이 돌았으니까. 하지만 궁금증보단 공포감이 앞섰다. 난 무서운건 딱 질색이다. 특히 유령이나 귀신처럼 갑자기 튀어나와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것들은 정말 마주치고 싶지도 않다. 어쩌면 좋지. 그건 그렇고 유채헌의 입에서 먼저 술집 이야기가 나오다니. 역시나 유채헌은 그리 생각을 깊게 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좋아. 그럼 넥타르와 귀곡산장부터 갔다가 돌아오기 전에 술집에 들리는건 어때? 싫다고 하더라도 노예에게 거부권은 없어."
긴 갈등 끝에 그녀의 제안을 승낙해버렸다. 솔직히 귀곡산장에 가기 무섭다는 말은 꺼내기 쪽팔린다. 만약 내가 무서운 것에 약하다는 소문이 교내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하지만 뭔가 튀어나온다면 당연히 유채헌을 홀로 버려둔채 도망칠 것이다. 그녀의 성격상 내가 귀곡산장이 무서워 도망쳤다는 소문같은건 내지 않을테니까. 아, 그걸 빌미로 날 노예로 삼으면 어떡하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잡생각들을 애써 치워버리고 밖으로 나가기 위해 휴게실 문을 활짝 열었다.
"같은 것만 쓰면 안 질려?"
난 질릴 것 같은데. 애초에 향수를 뿌리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작년가지만해도 내게 맞는 향수를 구입해볼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향수냄새를 너무 오래 맞고있으면 머리가 지끈거리는 탓에 그냥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1. 둘이 원수가 된 이후, 1년의 시간을 선후배 사이로 보냈으며 그 1년동안 둘의 기숙사는 자고 일어나면 팍팍 줄어있는 점수에 뒷목을 잡았습니다.
1-1. 결투에서 오블리비아테(심각한 기억력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와 리덕토(그 벨라트릭스를 산산조각낸..)가 날아다니는 광경은 정말로 둘이 원수같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1-2 그래서 그 당시에 그걸 지켜본 사람 중에는 지금도 둘이 결혼했다는 걸 안 믿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2. 아버님과 어머님이 서로 만난 건 아버님이 12살 정도의 일로, 소개자는 어머님을 자신의 아버지 친척의 딸. 로 소개했습니다. 그당시만 해도 그냥 그럭저럭이었습니다.
3. 아버님이 16인가에. 세네살쯤 연상인 소개자에게 아주 절절히 고백하였습니다. 그리고 처절히 차였습니다. (나는... 경휘 이씨이자 영백도의 이가의 분파의 후계자야.. 이건 네가 데릴사위로 들어오면 괜찮지만. 난 남자고. 너도 남자잖아)
4. 그리고 아버님이 17~18사이에. 소개자는 맹약과 결혼 등의 문제로 죽었고. 어머님과 원수가 되었습니다.
외투를 다 걸어둔 뒤 화장실에서 대충 옷을 갈아입기로 했다. 양말과 스타킹은 신고 들어갈 필요가 없으니 벗고 들어가는건 당연했고, 딱히 코트 안에 많이 겹쳐입은 건 없어 다 내려놓고 가진 않기로 했다. 어차피 온천에 들어가면 가운으로 감싸고 들어갈 테니 지금부터 그럴 필요까지야, 유카타에 대해선 온천 끝나고 입고 나오는거니 끝나고 입겠다만 크기가 좀 작지 않을까 싶었다. 너무 탁 달라붙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차라리 남성용을 달라고 할까 싶었으나 더운물 찬물을 가릴 때가 아니다. 지금은 받는 대로 입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적당히 갈아입고 나오니 네가 바구니에 목욕용품과 수건을 담아두었더라, 어차피 내가 들고 갈테니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다만, 탁자에 놓인 바구니를 두 개 든 뒤 고개를 까딱였다. 좋아. 이걸로 준비 끝이네.
"무지개탕이라던가 있음 재밌을 것 같아. "
기대되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위와 같은 말로 운을 뗐다, 괜히 명소가 아니니 상상을 초월하는 게 많이 나올 것이다. 방에 놓인 슬리퍼를 두 쌍 빼고는 먼저 신고 문을 나섰다. 그럼 갈까, 계단쪽으로 고개를 까딱이며 살짝 소리를 키웠다. 이번에는 네 뒤를 따라갈 생각이다. 물건을 들었기도 했으나 내가 앞장서면 속도 차이가 심하니까.
사기노미아의 승낙에 희미하게 웃은 채헌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명에 있는 술집에서 논 알코올 막걸리를 판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맛 없는 술에 알코올까지 없으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적당히 논 알코올 맥주나 나이를 말하지 않고 도수 있는 술을 주문할 생각이었다. 채헌은 그렇게 어려보이는 얼굴은 아니었고, 옷만 적당히 입으면 성인으로 착각 받을 정도였다. 머글 사회에 있을 때는 주변 어른들에 끌려 술집에 들어간 적도 몇 있었다. 중학생 정도의 나이 때는 조금의 의심이라도 있었지만 17살이 되니 저절로 한 잔이 늘었다. 어찌 됐든 채헌에게는 이득이었다.
"딱히? 몇 년 전에는 다른 거 쓰기도 했고."
처음 샀던 향수가 존바바토스였나, 웜코튼이었나 그랬던 것 같다. 아니면 둘 다 샀을 수도 있다. 질문에 대답한 채헌이 결국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적어도 눈을 찌르지는 않았다. 손목에 뿌린 향수 냄새가 훅 끼쳐왔다. 사기노미아가 나갈 때까지 기다린 채헌이 뒤따라 휴게실을 나왔다.
"잘 잤어. 분하고 억울하지도 않았고."
평탄한 어조였다. 3일 정도 남의 노예가 된다고 해도 유채헌이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사기노미야가 부르지 않는 시간에는 평소처럼 책을 읽거나 나나와 놀 것이었고, 솔직히 노예 운운하고 있어도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채헌이 반 쯤 장난 삼아 꺼낸 존댓말도 금세 기각됐다. 존대를 하면 더 건방져 보이는 기적의 재능 덕분이었다.
>>755 않이 세연이 아버님 원래 소개자분께 마음이 있으셨군요ㅇ__ㅇ!!!! 어쩌다가 소개자분께서 맹약 이후에 돌아가셨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떻게 원수가 됬는지는 잘 알게 된 부분입니다;;;;리덕토랑 오블리비아테가 날아다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실화냐구요 이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참 원수지간 인정합니다;;;;;;진짜 배틀컾이셨군요 두분;;;;;;;;;;
유채헌의 희미한 웃음에 언듯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이 시점에서 왜 웃는건지 모르겠다. 설마 내가 무서운걸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건가. 그래서 혹시나 내가 귀곡산장에서 이상한 추태를 보이면 그걸 빌미로 날 놀려줄 생각을 하고있나? 하, 유채헌 무서운 여자. 그게 아니라면 술집에 가는게 유채헌의 마음에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딱히 바른 생활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저 나이부터 술마시는걸 즐기고 있다니. 정말 큰일이다. 나도 술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다. 방학때면 가문에서 열리는 술자리에 종종 참석하곤 했으니까. 처음 술을 접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내가 14살때였나. 아버지의 찬장에서 형이 몰래 꺼내온 술을 함께 마셨던 것 같다. 형 생각이 떠오르자 기분이 착잡해져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 몇 년 전까진 네게 관심이 없어서 몰랐어."
유채헌이 따라 나오는 것을 확인하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백호 기숙사는 항상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그리 따뜻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옷을 걸치고 있으면 딱히 추위가 느껴지진 않았는데, 복도로 나오는 순간 쌀쌀한 느낌이 들어와 코트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었다. 난 겨울이 싫다. 추운 것도 싫고. 어서 빨리 봄이 되어 벚꽃을 구경하고 싶었다. 사실 꽃 자체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는데. 저택 정원에 만개한 벚꽃을 보고 자라서 그런가, 벚꽃을 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던 중 유채헌의 대답이 들려오자 잠깐 자리에 멈춰서 그녀와 눈을 맞췄다.
"내가 듣고 싶은 대답은 절대 해주질 않네. 어찌되든 상관 없지만."
재미없어. 쯧, 작게 혀를 차곤 다시끔 걸음을 재촉했다. 복도를 지나쳐 학교를 완전히 빠져나오자 길게 숨을 들이내쉬었다. 뻥 뚫린 공간으로 나오자 무언가 답답했던 것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침묵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지라 무언가 말을 걸어보고 싶은데, 적당한 주제가 생각나지 않는다. 시비걸때는 잘만 생각나더니, 오랜만에 평범한 대화를 하려니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77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영주 대체 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779 아 정답 라플레시아!!! 츠카사 성격파탄자 수정해주시죠 우리 츠카사가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도 나쁜 애는 아니에요;;;; >>780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현호주 갑자기 나타나셨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서 가던 사기노미야가 걸음을 멈추자 채헌 역시 덩달아 자리에 섰다. 듣고 싶은 대답을, 요컨대 노예가 돼서 분하고 억울했다는 류의 대답을 해도 어제 채헌이 보여줬던 반응을 생각하면 바로 들통날 거짓말이었다. 채헌은 거짓말을 안 하지는 않았지만 의미 없는 거짓말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시선을 맞추느라 잠시 멈췄던 걸음이 다시 빨라지자 채헌이 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학교를 벗어나자 추워진 것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항상 정지된 계절에 있다보면 계절이 헷갈릴 때가 가끔 있었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문득 생각해 보면 유채헌은 사기노미야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정도였지, 먼저 대화 주제를 꺼내본 적은 거의 없었다. 대화 중 생기는 침묵을 불편하게 여기지는 않았지만 오늘따라 생긴 정적이 껄끄러웠다. 말 없이 여명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결국 채헌이 아무 주제나 주워 담았다.
"너 술집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여명에 눈이 쌓였다더라, 귀곡산장은 학원에 있는 사람들도 가기 꺼려 한다더라. 주제는 많았지만 결국 시시한 질문이 입 밖으로 나왔다. 학교에서 여명으로 가는 길은 짧았으니 질문에 대답을 하고, 적당히 맞받아 치다보면 여명에 도착하겠지. 아무 술집에나 들어갔다가 교수님이나 같은 학교 학생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낭패니 필요한 질문이기는 했다.
/ 저 그 내일 약속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있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ㅎㅏ 정말...... 내일 오전쯤에 마저 이어도 될까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소담주께선 주무신 것 같고,.,.음 잘 타이밍 잡고 있긴 했어요 제가요 새벽 5시에 자서 딱 5시간만 자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지금 드럽게 잠이 안옵니다 아직 잠이 오는 시간이 아녜요지금ㅇ__"ㅇ하쒸 잠 좀 오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