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에서 만났던 이들과 헤어지고, 비나를 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당장 달려간 청룡 기숙사의 학생 중 하나가 인파에 흽쓸려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비나를 데려와 맡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사이카는 그에게 연신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하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침대에 기절하듯 쓰러졌다. 비나가 그 위에 따라 올라와 제 목덜미에 머리를 비볐다. 애처롭게 우는 모습을 보아하니 떨어진 시간동안 꽤 불안했었나 보다. 누운 채 비나를 안아들어 제 몸 위에 눕혔다. 덥수룩한 털뭉치가 손에 잡히자 그제서야 마음이 조금 안정되는 듯했다.
하루동안 지나치게 일이 많았다. 흑마의 탈출, 그리고..... 저주. 기숙사를 지나오며 들은 바에 따르면 기숙사 건물 역시 마구 흔들려 안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혹시나 인파에 휩쓸려 다치지는 않았을까 그의 안위가 걱정되어 오는 길에 보건실에 들러 확인해보니, 흑마와 직접 부딪힌 현호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부상자도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것만은 다행이었다. 직접 그를 만나 안전을 확인해보고 싶어도 다른 기숙사에 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으니. 한창 바쁠 시기에 이런 일이 터져 학업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
"....아!"
멍하니 천장을 보며 누워만 있던 사이카가 불현듯 몸을 벌떡 일으켰다. 배 위에 누워있던 비나는 화들짝 놀라 옆으로 굴러 침대에 안착했고, 곧 삑삑거리는 소리를 내며 강하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미안, 미안해, 비나. 갑자기 중요한 생각이 나서 그랬어. 다시 품안에 비나를 안아들고, 사이카는 의자로 가 책상을 뒤적거렸다. 종이, 펜, 그리고 또..... 평소에 좀처럼 정리를 하지 않은 탓인지 책상 위는 지저분했다. 필요한 물건들을 찾고는 잡다한 것들을 옆으로 대충 밀어버린 채, 사이카는 의자에 앉아 즉석으로 무언가를 써내려갔다. 누군가에게 전하는 편지었다.
[안녕, 오랜만이야. 며칠만이지? 이제 한 2주일은 됐나? 요즘 바쁜 거 알고 있어서 그동안 편지를 못 보냈었어. 미안해. 내가 다른 잡다한 소리를 많이 하고 싶었는데 너도 한동안 긴 글을 읽을 만한 상태는 아닐 것 같아서 짧게 말할게.
괜찮아?? 교수님들 말 듣고 바로 기숙사로 올라갔지? 어디 다친 데는 없고? 기숙사 가는 길에 어디 부딪쳐서 넘어지거나, 이상한 게 날아와서 맞지는 않았지? 이상한 놈한테 시비 걸려서 힘들지는 않고? 방이 좁지는 않고, 밥은 잘 먹고 있지? 요즘 아픈 곳이 덧나지는 않았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니지?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나쁜 일이 있다면 숨기지 말고 나한테 말해줘. 너는 늘.... 그러니까, 되도록이면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이 부분은 덧칠되어 지워져 있다). 침묵했던 시간이 길었다는 걸 알아. 하지만, 이제 더이상 숨기지는 말아줘. ...미안해. 내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건 알고 있어. 그래도 미안해. 네가 다치는 게 싫어. 너는 내 가족이잖아.
....아. 너무 아무렇게나 말해버렸네. 교수님들도 자주 그러시던데, 내 글은 가독성이 좀 떨어진다고 하더라.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나도 괜찮아. 기숙사가 좀 흔들리긴 했는데 더 별다른 일은 없더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네. 더 큰 일이 생기지만 않았으면 좋겠어. 아, 그래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나 잘 지내니까 너도 마음 편히 지내고!
.....네가 무사했으면 좋겠어. 언제나 행복하기를 바랄게. 잘 지내, 헤이타.날씨가 추우니까 꼭, 옷 따뜻하게 입고.
P.S. 완전 착한 사이카 님이 보내는 편지야!!! 이거 읽은 다음에 맛있는 거 먹고 기분 좋아져야 해!!!!! (๑و•̀Δ•́)و]
"....좋아, 완벽해!"
마지막 이모티콘까지 완벽히 그려놓고 나서는 펜을 탕 소리가 나도록 세게 내려놓았다. 봉투 위에 수신인에 대해 꼼꼼하게 쓴 뒤 빠진 사항이 없는지 펀지를 앞뒤로 뒤집으며 확인까지 모두 마쳤다. 몇몇 부분에서 거짓말이 섞여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를 걱정하게 해선 안 되니. 할 일을 마친 사이카의 표정은, 이 순간만큼은 마냥 밝기만 했다.
쾅!
곧 자정이 가까워진다. 서둘러야했다. 기숙사의 문을 부딪치다시피 거세게 열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밖으로 달려나갔다. 평소 사이카의 체력과 행실을 떠올려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몸놀림이었다. 목표는 당연히 학교 소유의 공용 부엉이였다. 부엉이가 없는 사이카에게는 공용 부엉이가 필요했다. 아, 진짜. 하필이면 자정 가까운 시간일 게 뭐야. 내가 헤이타한테 편지를 보내겠다는 교칙 따위가 왜 방해하는 건지. 그러나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은 없었다. 달리는 발걸음이 빠르기만 했다.
누구셨더라...? 음 여튼 이 링크 타고 가시면 여기서 쓸 수 있는 색들이랑 이름들 나와요. https://s14.postimg.org/sq0nl5dld/1514690981_2.png https://s14.postimg.org/w9mlawb5d/1514690949.png
>>404 엇 사이카주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저거 저도 잘 쓰고 있어요. 그리고 저 독백.... 자러 가야 하는데 저런 걸 던져주시면 어쩌란 말입니까 잠을 잘 수 없잖아요...! 헤이타라니... 사이카 가족이거나 최소한 가까운 친구인것 같은데 말이죠. 기숙사 얘기를 하는 것 보면 동화학원 학생인 것 같은데 왜 편지 보내는 게 교칙으로 금지되어있는지 이해가 안되고... 하 머리가 복잡하네요 그럼 이젠 진짜로! 레알로! 참트루로! 자러 갑니다. 모두들 잘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