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예전에 비해 성격이 많이 달라지기는 했다. 채헌 역시 그 모습이 연기라고 생각하긴 했어도 본인 입으로 직접 들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런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해서. 갑자기 태도를 왜 바꾼 건지는 몰라도 최악에 가까운 평판을 끌어올린 건 꽤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애초에 싫어하는 편은 아니기도 했고. 진심으로 싫어했다면 처음부터 말조차 붙이지 않고 무시했을 게 뻔했다.
"도박도 가끔 하면 재밌거든."
하는 족족 결과가 안 좋기는 했지만 가끔 그 손해를 넘길 정도로 성공을 할 때가 있었다. 오늘은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감이 잘 안 왔다. 지기는 했지만 결과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3일 정도야 상관 없긴 한데, 음. 후자는… 내가 좀 객관적이라."
동의를 구하는 말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흐렸다. 다분히 꾸며낸 태도였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 채헌이 눈을 느릿하게 깜빡였다. 어머니는 고소를 당할지언정 어디서 지지는 말라고 했지만 싸우는 것도 아니고, 내기에서 진 정도야 넘길 수 있었다. 목줄까지 갔으면 조금 많이 위험할 뻔하긴 했지만.
그보다 아까 서로에게 착하다라는 말을 쓸 일은 평생 없겠다고 한 거 같은데. 그대로 덧붙일까 입을 열었지만 다시 다물었다. 구태여 덧붙일 필요는 없었다.
"너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잖아? 그래서 솔직하게 말해준 것 뿐이야. 아, 조금 감동하도록 '네게 거짓말을 하고싶진 않으니까.' 같은 멘트를 해줄걸 그랬나?"
하지만 그런 다정한 컨셉은 나와 어울리지 않거든. 재미삼아 저런 말을 입에 담은 것 조차 손발이 오그라들어 견딜 수가 없다. 으- 하며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가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피식 웃어버렸다. 도박이 재밌는건 사실이지만 오늘처럼 승률이 제로에 가까운 도박은 피하는게 좋을텐데. 유채헌은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단순한 인간인 것 같다. 보통 사람이라면 터무니 없는 내 벌칙에 경기를 일으키는게 정상일텐데. 의외로 담담한 그녀의 반응에 살짝 진이 빠졌다. 정말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거야? 솔직히 내가 봐도 그건 말이 안 되는데. 내가 다른 누군가와의 내기에서 패배해, 그 사람의 시종이 되는 벌칙에 걸렸다는 상상을 해보자 눈 앞이 캄캄해졌다. 난 죽어도 수행할 수 없다. 애초에 내가 승부를 장담하지 못할 내기에 임할리도 없고.
"오늘의 결과는 꽝이었네. 난 내가 이기는 게임이 아니면 절대 하지 않거든."
그래도 3일동안 나름 재밌을거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거절하지 않은거 아니야? 가볍게 말을 덧붙이며 주머니에서 초콜릿 2개를 꺼낸 뒤 그녀에게 내밀었다.
"내 노예가 된 기념으로 주는 선물이야. 3일동안 많은 선물을 해 줄 생각인데. 기대해도 좋아~"
목줄은 차마 주지 못하겠고. 강아지가 입는 옷이라도 선물해줄까? 쭈욱 기지개를 켜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스윽 훑어보았다.유채헌과는 서로 시비를 걸고, 걸리는 일만 일어날 줄 알았는데. 주인 노릇도 해보고 역시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다.
"아? 시종주제에 너무 건방진걸~ 주인이 착하다고 하면, 그냥 '네 알겠습니다.' 라고 해야지. 어디서 시종 주제에 객관적인 의견을 내는 거야? 기가막혀서 말이 안 나오네~"
음 일단 치찬이랑 지애는 같은 현무 기숙사네요. 다만... 지애도 치찬이처럼 관심 외적인 분야에는 아예 관심을 끄는 편이라서, 기숙사가 같다고 해서 무조건 친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기숙사에서 마주치더라도 서로 관심이 없으니... 성격이 닮아서 접점이 적다는건 또 무슨 아이러니랍니까;ㅁ; 음 치찬이는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나요? 혹시라도 겹치기라도 하면 이게 아주 확 견적이 나올텐데요! 치찬이도 패밀리어랑 애증(?)관계에 있네요. 이것도 따지고 보면 공통점인데...
멘트가 끝나자마자 채헌의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저 쪽 역시 장난으로 담은 말일텐데도 질색을 하고 있었다. 저 멘트를 하고도 아무렇지 않았으면 얼굴을 일그러트리다가도 진심으로 사기노미야를 향해 감탄을 할 뻔 했다.
사기노미야가 초콜릿을 내밀자 채헌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손바닥을 펴 초콜릿을 받았다. 받은 초콜릿은 일단 가디건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향수처럼 잊어버리면 안 되니 방에 들어가면 곧바로 책상 위에 올려둘 생각이었다. 밤에 잠이 오지 않아 휴게실로 나온 나비효과 치고는 생각보다 일이 컸다. 예상하지 못한 벌칙이기는 했지만 크게 피해를 입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3일 동안 나오는 과제를 대신 하라고 했으면 시간에서 손해를 보니 지금보다는 채헌의 반응이 컸을 수도 있다.
"아, 네. 제가 또 시종은 처음이라. 그런데 시종이 주관적인 의견을 내면 주인 모독죄로 잡혀가지 않아요?"
처음에도 존대를 썼으니 존대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건조한 어투에 공손하지 않은 존대까지. 언뜻 들으면 채헌이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할 때의 태도와 똑같았다. 잠시 멍 때리던 채헌이 아, 하고 덧붙였다. 제가 지금 좀 졸려서요. 올라가고 싶은데.
- 저 고해할 거 잇어요 사기노미야 자꾸 사가노미야로 쳐서 수정합니다...... 사가노미야 너무 입에 착붙어요......
>>365 그거 좋네요! 멍비가 구스를 자주 괴롭히다가도 또 가끔씩은 구스가 꾀를 써서(?) 역공할때도 있다거나요ㅋㅋㅋ 지애는 자기 패밀리어에 틱틱거리면서도 주인으로서 할 건 다 하는 편이기 때문에, 당연히 구해주려 할 겁니다. 음... 이게 처음 만난 한번만 그렇게 만난 거면 이후론 서로 사이 좋게 내 패밀리어가 더 구리거든? 아니 내 패밀리어가 더 구리거든? 하고 사이 좋게 놀 수 있을 것 같네요ㅋㅋㅋㅋㅋ 하지만 문비가 구스를 노리는게 지속적인 현상이면 지애도 그냥 웃고 넘어가지는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이걸로 원플까지 간다는 건 당연히 말도 안되는 얘기고;;; 굳이 따지자면 치찬이에게는 '야 너 족제비 좀 제대로 간수하고 다녀' 이정도의 감정이겠지만, 계속 구스가 당하기만 하는 것도 속상하니 <clr black red>족제비에게</red> 원플이 꽂힐지도 모릅니다...
근데 처음을 제외하곤 항상 반말을 써왔던 유채헌이 갑자기 존댓말을 시작하니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냥 다시끔 반말을 쓰도록 정정해야하나. 근데 뭔가... 뭔가.. 그녀가 존대를 시작하니 말투가 더 건방지게 느껴진다. 노예가 되어버린 주제에 반응이 크지도 않고,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난 것 처럼 보이지도 않고. 벌칙 선정에 실패한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뭘 어쩌겟는가. 번복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조금 더 신중하지 못했던 내 자신을 원망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반말쓰는게 좋을 것 같아. 넌 어째 존대를 하면 더 건반져보이지? 그것도 정말 재능이다, 재능이야..~"
비꼬는 투로 방금 전 했던 말을 정정하곤 졸립다는 그녀의 말에 두어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슬슬 잠을 청할 때가 된 것 같다.
"더 잡아두고 싶지만 특별히 보내줄게. 내일부터 기대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씨 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전 사기노미야를 자꾸 사기노미아로 쳐서;;;;; 하.. 채헌주 너무너무너무너무 수고하셨어요ㅠㅠㅠㅠㅠ 진짜 넘 재밌었숩니다!
치찬주 선관 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제가 졸려서인지 진짜 아이디어 1도 안떠올라서 애먹었는데 치찬주가 똿! 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주셔서 고마웠어요ㅋㅋㅋ 어서빨리 구스랑 멍비가 톰과제리 찍는것도 보고싶고 치찬이랑 지애가 자기 펫이 구리다고 툴툴대는 것도 보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