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자세하게 보지는 못했으나 말의 크기는 상당했다. 유니콘이라 해서 보통 말의 배가 되는 덩치를 가지진 않는다고 알고 있는데. 평범한 말에게 공격당한 사람도 중상을 입기 마련이다. 평범한 말에 마법력과 뿔까지 더해진, 거대한 흑마에 치인 현호의 현상태가 멀쩡하다는 게 오히려 신기했다. 그가 운이 좋아서 크게 다치지 않은 걸까, 아니면 그만큼 보건 선생의 치료 능력이 우수한걸까. 둘 모두가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래? 그러면 나중에도 조심해."
괜찮다니 되었다. 괜찮기만 하면 된다. 잇새로 빠져나오려는 그 말을 막으려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는 아무래도 돌아가야할 듯했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 이리 돌아다니는 것은 좋지 않다. 이미 회복이 되었다 해도 다친 사람은 약해지는 법이다. 사이카는, 다친 이를 볼 때면 꼭 안 하던 걱정이 덧붙곤 했다. 그만큼 환자는 안정해야 했다. 후유증이 남지 않으려면. 근데, 그래도 일단 들어가서 쉬지 그래? 사이카가 나름대로 넌지시- 그러나 누가 보더라도 대놓고 제 의사를 표했다. 말을 하다 보니 불안이 조금은 나아졌다. 자연스럽게 올라간 팔짱이 안정적이었다.
"어, 조금 조용하게 난리였는데. 미야노시타 교수님이.... 조종당하는 저주에 걸려서 연회장을 꽁꽁 얼리고 미셸 교수님한테 칼질도 했었어."
전하는 말투는 사뭇 무덤덤했지만, 저가 겪었던 일에 대해 말하며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주문에 대한 말을 하기는 꺼려진다는 듯, 부러 이름만은 피해 말했다. 그 와중에 제압하려고 날린 마법도 다 피하시더라. 난 그 교수님이 그렇게 날쌘지도 몰랐는데. 불만 섞인 말이 뒤에 덧붙었다. 그러나 그에게 악감정이 남은 것은 아니다. 그건 그의 의지가 아니었고, 그는 자신은 차마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일에 휘말렸을 뿐이다. 의식하지도 못한 새 남의 의지에 붙잡혀 몸을 빼앗기는 경험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큰 여학생의 눈빛은 아직도 쌀쌀해보였으나, 사이카는 속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다른 학생들이 신경쓰지 않는 걸 보아하니, 눈빛 정도는 저 학생의 외적인 특징인 모양이었다. 그녀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고 나니, 갈색 머리 여학생이 소개와 함께 말을 물어왔다. 4학년. 짐작대로 그녀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다.
"안녕. 나는 청룡 3학년 키노 사이카고..... 말투 마음에 안 들면 말해. 나는 반말 많이 하거든. 아까 그 모르는 아저씨는 나랑은 다른 방향에서 와서 잘 모르겠네. 교장 선생님이랑 아는 사이 같던데."
분명히 그쪽에서 만난 남자의 뒤에는 저가 아는 얼굴들이 있었다. 하나는 히노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난번 우연히 만났던 백향이라는 여자아이였다. 그 둘은 어디에서 남자를 만나 지하로 오게 된 걸까? 그러나 둘에게, 특히 히노키에게 자신의 걱정과 불안을 전할 자격이 제게는 없었다. 그래서 사이카는 그들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들이 먼저 물어오기 전까지는.
".....저주가, 진짜 그 저주가 있었다고?"
저주의 존재를 믿지 못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 끔찍한 것이 아래에서 나타났다는 말이 사실인가? 그야말로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유니콘은 죽어 있었다. 감옥의 내부에는 그 짐승이 날뛰어 파괴된 벽과 철창의 파편이 흩어져 있었고, 정작 일을 저지른 말은 아무런 상처도 없이 찬 바닥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그리고, 차마 봐서는 안될 것을 본 듯한 나머지 학생들의 표정들. 그들의 안면에 지나친 당혹이 깃들어 있었던 이유를 이제서야 알 수 있었다.
조금은 편하게 취하고 있던 자세가 흐트러졌다. 충격이 또다시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큰 당혹이 이미 한 차례 스쳐간 후라 처음만큼 괴롭지는 않았으나 마음이 심란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자퇴할까?"
어쩌면 이 일련의 사건들은 앞으로 일어날 더 큰 사태의 전조일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고 여기고 싶지만, 상황이 예상보다 더욱 심각했다. 원활한 사회 생활을 위해서라면 졸업이 필수겠지만, 후에 있을 일을 위해 당장 목숨을 위협당하는 것은 반갑잖았다. 언뜻 장난스럽게 말하는 듯했지만 표정은 그렇지 못했다. 사이카의 말에 긴 한숨이 따라나왔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 짜증이 엇비쳐 지나가자 만족스러운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역시 우리 관계에 그냥 넘어가는건 재미없지? 마침 심심하던 차에 잘 됐다. 그녀에게 시비를 걸면서 대충 시간을 떼우다가 다시 잠이 오기 시작하면 방으로 돌아가 숙면을 취하면 완벽하다. 유채헌은 날 굉장히 혐오할지 모르겠지만, 난 생각만큼 그녀를 싫어하진 않았다. 솔직히 그녀와 파트거 됐을 당시엔 굉장히 화가 난 건 사실이지만 아까도 말했듯 사소한 일이기도 했고. 그때의 일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지도 않았다. 그냥 그 일을 빌미로 그녀에게 시비를 거는게 굉장히 재밌기에 자꾸 과거의 일을 끄집어 내게 될 뿐이다.
"그만큼 우리 유채헌양의 존재감이 엄청나다는 얘기지. 하지만 자리를 좀 비켜주면 안 될까? 오늘은 혼자서 사색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편지를 읽고 싶다는걸 어필하듯 손에 들려있던 봉투를 살랑 살랑 가볍게 흔들었다. 사실 이 역시도 시비에 불과했지만. 내 말을 들은 그녀가 자리를 비켜줄지라도 떠나지 못하게 내가 그녀를 잡을 것이다. 순순히 보내주는건 나와 어울리지 않으니까.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봉투에 적힌 발신자의 이름을 찾아보았다. '사기노미야' 라는 성만 적혀있는걸로 봐서 하루카가 보낸 편지는 아니었다. 하루카는 무언가 서신을 보낼때면, 항상 자신의 풀네임을 적어 보내는 편이었다. 편지지 취향을 보고 예상은 했지만, 누군지 딱 감이 오는걸.
"내 미모를 인정한다는 소리야? 인정하지 못한다는 소리야? 만약 후자라면 널 괴롭혀줄거야."
손에 들린 편지를 읽어 내려가며 대충 흘러넘기듯 대답했다.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세상엔 날 귀찮게 하는 사람이 왜 이리 많은 건지. 들릴듯 말듯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에 걸린 삐뚜름한 미소에 뭐 그리 불만스런 표정을 짓냐고 작게 덧붙이곤 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츠카사 오라버니!!!! 정말 오랜만이예요!! 아!!!!!!!!!!! 소녀는~! 오라버니를 떠올릴때마다 너무너무 증오스러운 기분이 들어서 참을 수가 없답니다..~ 정말! 츠카사 오라버니와 히카게 오라버니를 볼때면 죽여버리고 싶어서.....아? 제가 말을 너무 심하게 했죠?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라버니들이 잘못한 거예요! 이유는 아시죠...? 아! 맞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요! 그게요오~ 히카게 오라버니가 오른쪽 눈을 잃었거든요! 츠카사 오라버니께서도 팔이나 다리 하나쯤 잃었으면 정말 좋겠는데....으으음~ 방학때 좋은 소식 기대할게요! 안녕! ]
가장자리에 적힌 '사기노미야 나오미' 라는 이름을 보고 따분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혀를 찼다. 1년 전부터 매달 저런 편지를 보내는데, 나한테 뭘 원하는건지. 가문에서 번번히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 마음을 두고있는걸 보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얼굴 보려고 나왔는걸. 그나저나 난 인생을 꽤 착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렇게 적이 많은걸까? 우리 유채헌양의 의견은 어때?"
>>24 헉ㄱ 그렇습니까 나오미쟝 어떻게 생겼나요 와 저 츠카사는 기본이고 이쿠사도 엄청ㅇ 사랑하는ㄴ데 이제 나오미도 사랑할 것 같ㅌ은 느낌이 운명처림 제 뒤통수를 엄청 쎄게 치고 갔어요;;;;;;;;; 아 맞다 저 그리고 히카게도 ㅅ랑할듯;;;;;;; 사기노미야 사랑해;;;;;;
>>28 헐ㄹ 와 나오미쟝 너무 귀여운거 아니에요???????? 흑발자안 웨이브 로우 트윈테일이라니 츸사주 님 ㄹㅇ 잘 배우셨네요 학습지 눈높이 하셨다고 했죠????? 와 저도 해볼 걸 그랬네요;;;;;; 와 히카게도 설정 ㄹㅇ 5졋습니다 다들 하나같이 제취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않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물으니까 말해야 될 것 같잖아요!!!!!!! 어 오빠는ㄴ 어차피 나중에 밝힐거니까 어머니만 말할게요 어머니 이름은 아사카고 붉은 머리에 키 크고 쌍꺼풀 없이 길고 중성적인 눈매임 아 그리고 눈은 엄청 진한 검은색;;;;;; 사이카랑 별로 안 닮았어요 어 그리고 또 뭐 있지..... 아 맞다 그리고 말투 딱딱하십니다 다나까 중에서 다만 골라서 쓰심 막 알겠다 너는 들어가 있어라 뭐 이런 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