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 하핫, 감사합니다. 저번에 의미심장한 과거를 가진 딥다크한 캐를 굴리다가 피를 봤기 때문에... 그 후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아무생각 없는 캐를 돌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리나의 과거는 그냥 시골집안에 형제많은 집에서 태어나서 농사일 배우다가 반항해서 가출에 가까운 여행을 떠난 것 정도일까요!
그르르릉. 살짝 목을 울리며 아리나를 빤히 쳐다보던 늑대는 무언가 불편하다는 듯이 꼬리로 바닥을 탁탁 두어번 치고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뜬다.
[친하게.. 글세. 저는 기본적으로 당신같은 이단심문관을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간도요. 어린 모습의 저는 머리에 생각이란게 들어차지 않아서 그렇게 말했을지 몰라도, 이 모습의 저는 아니니까요. 인간과 친하게 지낸답시고 겁 없이 다니던 동료가 그 인간의 손에 죽어나가는 것을. 저는 수백년을 살아오면서 수도 없이 보고, 들어 왔습니다.]
당신들은 그런 종족이니까요. 눈빛이 날카로워진 늑대는 앞발을 들어 그녀를 가리킨다.
[..........진정 그 이유 때문인 겁니까?]
귀엽다는 이유 하나.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천진한 물음. 늑대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빤히 쳐다본다.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듯한 시리도록 푸른 눈빛.
본래 난 그리 성격 좋은 뱀파이어가 아니었다. 나의 괴팍한 성격은 같은 뱀파이어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편이었지만 과거엔 어찌저찌 커버가 가능한 수준이었는데. 어느순간 무료함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본래 괴팍했던 성격이 내가 생각해도 더욱 더 답이 없어졌다. 그 탓인지 그나마 주위를 맴돌던 친구들도 하나 하나 날 떠나갔고, 이젠 내 옆엔 내 성격을 이해해줄 마음 넓은 몇몇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런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하더라도 내 성격을 고칠 생각은 없었다. 남을 위해 성격을 고친다. 같은 배려를 하기엔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이제 타인과 교류하는 행위에도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얼마전 내게 이별을 통보한 옛 애인이 생각나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밉지만...사랑했다... 같은 구질구질한 생각을 하며 이어지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좋을대로 불러라. 일일히 물어보는 건방진 태도가 상당히 귀찮군."
그가 걸음을 옮기자 거울속의 풍경 역시 그에 맞춰 서서히 변화하고 있었다. 거울 밖으로 나오지 않는걸로 봐서 저 공간이 그가 살고있는 거처겠지. 고작 거울 주제에 좋은 곳에서 살고있군. 변화하는 내부에 흥미가 끌렸을 뿐, 내부 풍경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서있는 정미 정원은 굉장히 아름답다 느껴져 도무지 시선을 돌릴 수 없었다. 집사를 시켜 정원에 장미를 심어볼까-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시선을 거두었다.
"말하는 투를 보니 광대가 따로없군. 오늘부터 네 놈은 광대다. 알겠나?"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울 표면이 황금빛으로 흔들리더니 이내 내 모습이 비춰지기 시작했다. 그 관경을 신기하듯 바라보던 나는, 일렁이는 황금 빛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어보았다.
"소원 체험? 재밌군. 하지만 이 몸에게 그딴건 존재하지 않는다."
비릿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내밀었던 손을 거두었다. 내 흥미를 사로잡은 대상은 저 거울. 소원을 비춰주는 것이 저 거울의 능력이라 할지라도. 내 소원 체험 같은건 딱히 흥미를 끌지도, 내키지도 않았다.
>>740 엣, 집에서 왕따당했ㄴ.... 5남매 중 넷째였답니다! 고열 이후로 애가 좀 오락가락해서 가족이랑 사이가 좋지 않다가 15살때 여행간다고 나갔습니다. 연락은 끊긴지 오래에요! (아련한 과거) 참고로 아리나는 혼자 있을때 환청과 환영에 더 많이 시달립니다! 그래서 가만히 못있죠...
들이닥치자마자 침대 위에 쓰러져 엎어진 레이첼이 몸을 일으킬 생각도 하지 않고 말했다. 침대의 시트에 얼굴을 파 묻은채로 말했기 때문에 그 목소리가 먹먹하게 울렸다. 언제나 흐트러지는 법 없이 강인한 모습으로 있으려 하는 그녀에게 있어선 퍽 답지않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목격하는 것도, 비비안이라 하는 뱀파이어 밖에는 없을것이다. 시트가 점점 몸에서 새어나오는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상처를 보는 것이 시급해 보였다.
아리나가 인상을 찡그리고 자신의 기억을 헤집고 있었다. 분명 내가 약속을... 약속을... 아, 에일린이랑은 안했구나.
”너랑 한 약속은 아니었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해야할까나...“
어떻게 설명해야 잘 설명했다고 소문날까... 귀찮은 것은 질색하는 아리나였다. 아리나는 딱히 이 오해를 풀 필요성 또한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리나의 인간관계는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배려 없는 아리나의 태도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떠나고 욕 했지만 아리나는 한 번도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아리나는 그저 왜 갑자기 에일린이 이렇게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에일린의 말에 간단하게 납득해버렸다. 자신 같아도 그랬으면 인간을 싫어했을 테니.
”그럼 믿지마. 굳이 날 믿으라고는 안할게.“
아리나는 갑자기 고민이라는 듯 손을 턱에 집어 고민하는 자세를 취했다. 무엇을 그렇게 골돌히 생각하는 걸까, 입에서 얕게 앓는 소리가 들렸다.
”으... 근데 어쩌지. 난 에일린이 좋았는데. 에일린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에일린의 눈에서 푸른 안광이 비춰지자 에일린은 입을 삐죽였다. 아무래도 아까까지는 좋다며 붙어있던 아이가 갑자기 저러니 불만이 생긴 듯 했다. 아이를 다 키우면 이런 기분일까?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아리나는 다시 에일린을 바라보았다. 멋지기만 하구먼, 뭐가 문제인 걸까.
>>755 나름 화목한 집안이었어요! 솔직히 어느정도 이해가는게 어린 애가 갑자기 아프다가 깨어나서 허공보고 말걸고 막 신의 계시라고 돌아다니면 무서울지도... 그래도 가족으로서 할 수있는 건 다해줬습니다!
환청은 자꾸 귀에 울리듯이 누군가 말을 겁니다. 아리나는 신의 계시라고 믿고 있습니다.(하지만 진실은 아무도 모르죠) 주로 혼자 있을 때 속삭이듯이 말합니다. 잘 들리지는 않다고 하네요! 환영은 '친구'가 보입니다. 아주 흐릿하지만 사람의 형체가 보인데요! (잠깐 좀 무섭네요) 아리나는 친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