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갑이 뭐가 어때서? 장갑은 훌륭한 식량이 될 수도 있어! 어떤 사람은 조난당했을 때 자신의 가죽 부츠를 먹어서 살아남았다고. 장갑에 대해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하지마.”
아리나는 자신이 불리해지자 얼굴을 돌려 다른 주제로 황급히 넘어갔다. 이런 이야기를 오래 해봤자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나는 눈을 힐끗 돌려 헨리를 바라보았다. 헨리가 만족스러워한다. 아리나는 씩 웃고 헨리가 하는 감사의 인사에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당연히 고마워해야지! 누가 사준 주스인데.”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걸까 아리나는 손을 쭉 내밀었다. 과일 봉지를 받기 위한 행동이었다.
“내가 특별히 들어줄게. 힘들어 보이니까 특별히 숙소까지 들어줄게. 내 성의를 거절했다가는 가만히 안있을거니까 괜찮다는 둥 그런 이야기는 하지마.”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 건 행복한 일임과 동시에 쑥스러움을 유발시켰다. 게다가 한두번도 아니고, 몇 번 씩이나 듣다보니 아무렇지 않은 척을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고. 그래서인지 아나이스의 양 뺨에는 옅은 홍조가 띄워져 있었다.
“좋아한다는 말은, 듣기 좋네. 말을 안 하더라도 알 수 있지만 역시 이 편이 직접적으로 와닿아.”
혹시나 쓰다듬는 걸 싫어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아니였다는 듯 모자를 벗는 행동에 방긋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손가락 틈 새로 머리카락이 지나가는 감각이 아까 보다 확실히 느껴진다. 말 잘 듣는 토끼같아. 속으로 생각한다는 게 그만, 입으로 떠들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곤 그 사실을 자각하자마자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뭐가 문제냐는 듯이 시이를 빤히 본다.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게 말하면 되지. 설마 당사자가, 그것도 내가 좋다고 하는데 눈치를 준다면 일 폭탄을 안겨 줘야지.”
어딘가, 웃고 있음에도 섬뜩한 느낌이였다. 악랄해 보이기도 했고. 금새, 원래대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게 네 솔직한 기분이야? 그런 것 치곤-”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보라며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안겨드는 시이를 반대편 손으로 붙잡는 것도 잊지 않는다.
“주위 시선을 신경 쓸 게 뭐 있나. 편한대로 하면 되지.”
아나이스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엄청나게 이미지관리를 하고 있는 중이였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라고 생각했다. 자꾸 그렇게 말하면 실망할 거라는 듯이 짐짓 시무룩한 척을 해 보인다.
“꼬맹이라고 부를까 했지만, 그냥 이름이 좋아.”
성으로 부르는 건 정신나간 짓이고, 애칭을 붙여줄까 했지만 이런 쪽의 센스도 없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서로 이름으로 부른다는 것이면 차고 넘치는 듯 했다.
장갑이 훌륭한 식량이 될수도 있다니. 아니 일단 내 장갑은 가죽으로 만들어지진 않았는데 아리나? 라는 뜻이 내포된 표정으로 애매하게 아리나를 응시하다가 나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가볍게 끄덕끄덕해보이며 빙긋 웃었다. 알았다는 뜻이였고 다른 주제로 빠르게 넘어가는 아리나를 향한 조용한 배려였다. 토마토 주스가 쪼로록 하고 목을 타고 넘어간다. 맛있다.
'그렇지 아리나가 사준 주스니까 '
그 기분을 맞춰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나는 수화를 하다가 손을 내미는 행동에 고개를 살짝 한쪽으로 갸웃거렸다. 아, 그 뜻이야? 나는 잠시 곤란한 듯 뺨을 긁적여보였다. 이단 심문관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지킬은 나 외의 방문자를 환영하지 않는 타입이니까. 아무래도 그 사건 이후에 일어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생각하지만 지킬은 타인과의 관계를 극도로 꺼렸다.
아리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 가볍게 쓰다듬으며 나는 가볍게 곤란한 미소를 띄워보였다. 그리고는 손을 움직인다.
'미안해 같이 있는 아이가 남을 별로 안좋아해 너도 몇번 봤잖아 지킬 말이야 이해해줘'
성의를 거절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아리나의 반협박에도 불구하고 나는 곤란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미안해? 라고 눈짓으로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장갑이 훌륭한 식량이 될수도 있다니. 아니 일단 내 장갑은 가죽으로 만들어지진 않았는데 아리나? 라는 뜻이 내포된 표정으로 애매하게 아리나를 응시하다가 나는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가볍게 끄덕끄덕해보이며 빙긋 웃었다. 알았다는 뜻이였고 다른 주제로 빠르게 넘어가는 아리나를 향한 조용한 배려였다. 토마토 주스가 쪼로록 하고 목을 타고 넘어간다. 맛있다.
'그렇지 아리나가 사준 주스니까 '
그 기분을 맞춰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나는 수화를 하다가 손을 내미는 행동에 고개를 살짝 한쪽으로 갸웃거렸다. 아, 그 뜻이야? 나는 잠시 곤란한 듯 뺨을 긁적여보였다. 이단 심문관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지킬은 나 외의 방문자를 환영하지 않는 타입이니까. 아무래도 그 사건 이후에 일어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고 생각하지만 지킬은 타인과의 관계를 극도로 꺼렸다.
아리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 가볍게 쓰다듬으며 나는 가볍게 곤란한 미소를 띄워보였다. 그리고는 손을 움직인다.
'미안해 같이 있는 아이가 남을 별로 안좋아해 너도 몇번 봤잖아 지킬 말이야 이해해줘'
성의를 거절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는 아리나의 반협박에도 불구하고 나는 곤란한 표정으로 쓴웃음을 지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미안해? 라고 눈짓으로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피 묻은 검을 손에 쥔 채 거친 숨을 몰아 내쉬는 레이첼. 방금 막 최후가 갈린듯 뜨뜻한 피를 흘리는 사람의 시체의 앞에서 상처투성이인 몸을 겨우 지탱하는게 고작이었다. 환상종은 마소로 죽고 살아가는 녀석들이다. 마소를 얻는 방식은 각양각색이라고 하나, 그들에게 있어 왕도란 사람을 먹는 것. 환상종이 되어 그 길을 걷는것 자체를 부정하는 레이첼에게 있어선 그런 짓을 할 수 있을리가 없던것이다. 때문에 전투의 빈도가 조금만 늘어나도 이렇게 금새 지쳐버리곤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환상종이 되며 지닌 프라이머리를 능력이 아닌 저주로 생각하고 있는 이유였다. 쓰면 쓸 수록 환상종에 가까워 지는 기분이 들기에.
"지치는군..."
마소의 부족으로 인한 정체모를 탈진이 곧 체력적 부재가 되어 이 육신을 천근만근으로 만들고 있었다. 이번엔 정말 정신을 바짝차리지 않았다면 저 시체가 되어있는건 자신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몸의 곳곳에 나있는 상처로부터 아린 통증이 욱신거려왔다. 일단은 돌아가는거다. 허공에 검을 휘둘러 피를 털어낸 레이첼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려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