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교수님이 교감 선생님을 모셔오라고 하셔서. 잠시 말을 고르던 채헌이 마저 덧붙였다. 교권 침해로 오해가 될 소지가 있어 유키마츠 교수님을 공격한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포박된 건… 음, 일단 가면 바로 보일 거고. 상당히 앞과 뒤와 중간 맥락이 잘린 설명이었지만 채헌은 개의치 않았다. 마리아 교수님을 바라보는 낯이 선량한 학생과도 같았다. 나나가 비웃었다.
불길한 초록빛. 세연은 멈췄습니다. 그 색에서 나는 소리는. 향은.. 어떤 것이었는지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이 되어 나올 일이 없었습니다. 아니 보통은 그것을 표현할 수 없다. 하고 칭하지 않던가요? 누에의 애마.. 라고 들은 검은 유니콘을 보고는. 입술을 깨물며 그것을 바라보았습니다. 죽었지요.
"....아니예요." 순간 베일이 머리카락과 뺨에 스친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고개를 들었지만 언제나처럼 아무것도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까요. 선물이야. 선물. 무언가가 속삭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도를 찾아보니 지름길이 보였다. 내려가기엔 시간이 좀 걸릴 듯 했다. 로날드 에프먼이 말한 ‘그’가 저가 생각하고 있는 바로 ‘그’가 맞다면 꽤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는 지팡이를 잡고 지하감옥 쪽으로 겨눈 후 굴착 주문을 외웠다.
어째서 누에의 애마가 지하감옥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도 애마를 막아야 했다. 저는 그를 따라 굴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갔고, 그는 유니콘에게 주문을 외웠다. 저 멀리 학생들과 쓰러진 유니콘, 그리고 교장선생님이 보였다.
“다들 괜찮나요?!”
그리 외쳤다. 유니콘은 쓰러져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저가 아는 모빌리코르푸스는 물체를 옮기는 마법이었을 텐데. 어째서 유니콘은 쓰러진거지? 의문점은 머릿속에 가득했다. 하지만 지금은 저녁이고 뭐고 다 좋으니 쉬고 싶을 뿐이었다. 저는 지하감옥에 있던 사람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교장은 누군가에게 소리 높여 말하고 있었다. 대체 누구지? 그런 생각이 채 들기도 전에, 그는 문을 열었다. 굳이 물을 필요는 없었다. 그의 일이기도 했고, 지금은 한가로이 대화를 할 때도 아니다. 그를 따라 가는 길에 큰 진동이 울렸다.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감옥이 곧 밝아졌다.
"...."
거대하고 검은 유니콘, 학원의 학생들, 그리고 저가 아는 몇 명의 얼굴들. 그들이 왜 여기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정확히 보지는 못했으나 멀리서부터 밝은 빛이 터져나왔고, 말은 죽어 있었다. 지하 감옥에 갇혀 있었던 무언가는 저것인가? 말은 이미 죽었다. 낌새를 보아하니 사건은 우선적으로는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물어봐선 안될 것을 보고 만 듯했다. 사이카는, 현 상황이 '말을 해선 안 되는 분위기'라는 것만은 알아챌 수 있었다. 조용히 사람들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어 제대로 못봤을 것 같아서 응?? 뭔가 번쩍하고 분위기가 안 좋네;;;;;로 가겠슴다!!!!!
지하감옥 근처로 가니 누군가에게 언성을 높이는 듯한 교장 선생님을 보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또 있었던가. 언성을 높인 상대가 누군지 확인하려다 열려진 문을 따라 지하감옥으로 내렸다. 내려가니 유니콘과 학생들이 보였다.
"이 무슨..."
미간을 좁힌 승하는 침착하려고 애를 썼다. 어째서 유니콘이 여기 있는거지. 유니콘을 빤히 바라보다 불길한 초록빛이 보이자 그대로 굳었다. 아, 이게 뭔. 왜. 승하는 그 초록빛이 무엇인지 알았다. 배웠으니까, 절대 말하면 안되는 주문.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힘을 꽉 주어 겨우 멈추었다. 심호흡을 하고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저 유니콘은 대체, 다치신 분들은 없나요?"
생각이 정리가 되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더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더 생각하면 머리가 터질 것이다.
빗나갔다. 방어마법도 기절주문도 진압주문도 전부 다. 여기 온 일은 쓸모 있는 행동이었는가, 나직히 탄식하며 다시 지팡이를 드려는 순간, 눈에 비친건,
"아 . "
진정하자진정하자진정하자진정하자. 진정해라. 침착하자, 자, 나는 침착해야한다. 침착해야한다. 침착해야만 한다. 나는 여기서 처음 본 거다. 그래 이 마법은 처음 본것이다. 처음 본것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 마법은 처음 본 거다. 나는 처음으로 본 거다. 절대로 아는 척을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왜, 왜 이렇게 떨려오는가. 떨면 안된다. 떨어서는 안 된다. 나는 그저, 그냥, 아, 갑자기 쏟아지는 빛이 어자럽다. 여기저기서 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니 사람들이 슬슬 모여드는 것 같다. 교장 선생님? 아니 저 사람은 누구? 그들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오고있다. 한 쪽은 아는 사람이고, 다른 한 쪽은 모르는 사람이다. 익숙한 얼굴이 더러 보이나 앞장선 이는 확실히 타인이었다. 누가 쓴 것인가, 누가. 주문을 외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입엣말로 작게 외쳤을 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
"대체, 누가. "
혼란스럽다 모든 게 혼란스럽다. 갑자기 죽어버린 것도 그렇고 그게 용서받지 못할 '그 마법'에 의한 거란 것도. 손이 떨려왔다. 어쩌면 처음 본 순간부터 떨려왔을지도 모른다.
혼란 속에 주문들은 어지러이 흩어지고, 괴물 같은 맷집을 선보이는 유니콘은 다시 한번 날뛰었다.
"Stupef-"
한숨 섞인 주문을 날리려는 찰나. 지하감옥을 가득 채우는 불쾌한 초록빛-라임 초록색이다, 분명히 라임색은 좋아했을 텐데, 이 색은 잘못되었다고,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듯 하다-에, 온몸의 털이 쭈뼛 선다.
"저건...,"
아바다 케다브라. 용서받을 수 없는 저주. 3학년 때 DADA 수업 때 배운 적 있다. 직접 두 눈으로 마주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에는 교장선생님과 학우들, 그리고 오늘 처음 보는 낯선 남자. 이 중 아무도 죽음의 저주를 건 기색은 안보인다.
뭐야 이건, '이 중에 범인이 있다!'는 삼류 추리소설도 아니고. 추리소설이야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일상에서 추리 소설을 살아가라면 사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