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번에도 빗나갔다. 그러나 곧 다른 방향에서 날아온 같은 주문이 교수에게 명중했고, 상황은 일단락된 듯했다.
"교장 선생님을요?"
그러고보면 사건의 발단은 감옥에 있던 무언가가 탈출하면서 시작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런데 그 문제가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나? 유키마츠 교수는 저주에 걸려서 연회장을 얼렸었고, 거기에 미셸 교수가 난입한 걸로 봐선 상황이 여러 방면으로 복잡하게 꼬여 있나 보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 엮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팠다. 그러나 굳이 열을 식힐 필요는 없었다. 유키마츠 교수가 만들어낸 냉기가 아직도 연회장에 흩뿌려져 주변을 서늘하게 얼리고 있었으니. 잠시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심호흡을 한 후, 사이카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럼 저는 지하 감옥으로 갈게요."
교장을 데리고 지하 감옥으로.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몰라도 상황을 빨리 종결시키려면 그가 사건의 발생지로 가는 게 제일 빠를 것이다. 한시라도 지체해선 안 된다. 혼란이 지속되면 안 된다. 잘못했다간 영영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제발,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하는데.
뭘 어쩌라고. 방금 전까지 날뛰며 친구를 공격하던(!) 녀석과 얼굴을 맞대고 서 있다. 본래 유니콘은 순수한 처녀를 따른다고는 하지만, 자신은 그다지 순수하지도 않을뿐더러 이 헬비스트가 그런 평범한 유니콘의 습성을 따르리라고도 생각하기 힘들다.
다만 떠오르는 게 있다면... 멈뭄신의 연회로 인해 왁자지껄할 무렵, 피투성이의 유령에게로부터 선물을 하나 받았었다. 마법으로도 물리력으로도 그것이 담겨 있던 주머니를 열 수 없었기에(엑스선이나 초음파 촬영도 실패했다!),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무게감이나 주머니를 통해 느껴지는 질감을 보면, 아마도 돌일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과 친구들의 차이점은 따지고 보면 이 돌 말고도 많을 거다. 많을 테지만, 어째서인지 이 헬-유니콘이 원하는 건 바로 그 돌이라고, 확신에 가까울 정도의 생각이 들었다.
"자, 착하지. 그래, 원하는 게 있으면 줄게. 줄 테니까..."
세간의 눈을 피해 지하 감옥에 가둬놓던 녀석이다. 뭐가 되었든지 간에 선한 목표를 갖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 목표가 뭔지는 알 수 없더라도 방해할 수는 있지. 돌을 꺼내 주려는 양 한 쪽 손으로 주머니를 뒤지고, 상대의 관심이 쏠려 있을 때 조심스레 다른 손으로 주문을 외운다.
빗나가고 명중한 주문들이 어지러이 뒤섞입니다. 제압 주문에 맞은 유니콘은 난동을 부리다, 지애의 앞에서 한참을 우뚝 멈춰섭니다.
' 푸르릉... '
정말로 원하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유니콘은 진정되는가 싶다가, 곧이어 발을 구르더니 벽을 향해 몸을 부딪히기 시작했습니다. 누에의 애마는 말이죠, 성격이 정말 어디로 튈 지 몰라서, 누에마저도 처음에 애를 먹었다고 하더군요. 제 주인은 끝까지 알아봤다던가요. 이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서둘러서 제압을 하거나, 진정시키거나, 막지 않으면 더 큰 소란으로 번져질지도 모릅니다. 교수님들이 얼른 오시길 바라며, 모두 경계합시다.
[연회장]
' 고마워요. 교장 선생님은 아마, 지하감옥으로 가는 길목에 계실 거에요. 그 쪽에, 확인하실 게 있다고 하셨거든요 '
지하감옥으로 가겠다고 말하는 학생들에게 미셸 교수님은 빙긋 미소 지으시며 말하셨습니다.
' 교감 선생님은.... 학생들이 무사히 대피하셨는지 확인하신다고 하셨으니, 아마 정전 쪽으로 가셨을거에요. 정전 앞 네 개의 조각상 기억 나나요 ? '
여러분이 입학했을 때, 여러분들을 선택했던 조각상에 대해 말씀하신 미셸 교수님은 부드럽게 지팡이를 휘둘렀습니다.
' 여러분 덕분에 무사히 유키마츠 교수님의 제압에 성공했어요 '
얼른 돌아오셨으면 좋겠네요. 그렇죠? 자, 어서 서둘러서 선생님들을 모시러 갑시다.
[금지된 숲]
' 학원 교수님이 실종되었어요!? '
백향의 대답에 그는 놀란 듯 억양이 조금 커졌습니다. 그럴 수 밖에요. 학원에 존재하는 성인은 교수님들이니까요. 상황이 정말로 심각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 아, 그렇군요. 그 사항은 극비리에 부쳐져 있으니까요. '
히노키의 질문에 로날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 지하감옥 안에 갇혀 있는 것은 혹시 모를 그의 부활을 대비하기 위해 가둬둔 그의 애마거든요 '
로날드 에프먼은 3인칭으로 지칭하며, 최대한 비껴가듯 말했습니다. 심지어, 말을 꺼낼 때는 주변을 슬쩍 둘러보며 마치 몰래 전하는 것 처럼 속삭였습니다. 불길한 속살거림이 바람과 함께 흩어집니다.
소년은, 지팡이를 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꼼짝도 못하겠다. 방금 전에 돌진하는 것을 못피했더니 온몸이 비명을 지르다못해 어디가 부러진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마구 날뛰던 유니콘은 누군가의 앞에서 멈춰선다. 소년에게도 익숙한 모습. 권지애 선배님? 주저앉은 채로 소년은 잠시 주머니의 거울이 멀쩡한지 확인했다. 지팡이를 들어서 소년은 지애를 향해 다른 주문을 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