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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마법사로 기록된 '누에'의 애마는 까만 유니콘으로, 그 난폭한 성미가 꼭 제 주인과 같았다. 지금은 동화학원 지하 감옥에 수감되어 있으나, 이 사실은 마법부의 장관과 학원 교수들외에는 알지 못한다. 그것에 대한 발설을 절대적으로 금하는 것이다.-동화학원의 뜬 소문 중 일부 발췌」
적어도 둘이서 피터지게 싸우다 실려갈 일은 없을 것 같다. 동물들은 대체로 자신이 오랫동안 독차지하고 있던 자리에 들어온 새로운 존재를 경쟁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람 역시 예외가 아니고. 때문에 한때는 누군가도 자신과 그의 심리를 그렇게 이용하려 한 적이 있있다. 애석하게도 처음부터 실패로 끝나 버렸지만.
막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거미가 제 존재를 알리기라도 하듯 히노키의 머리 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 뒤에 있었구만. 인사 대신이라도 된다는 듯이, 사이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아, 걔는 지금..... 지금쯤이면 일어났겠다. 내가 나올 때는 자고 있어서 내버려두고 왔지."
일부러 밝히지는 않은 사항이지만, 사실 일부러 더 푹 재우려고 난방을 가장 따뜻하고 아늑한 정도로 돌려놓고 나왔었다. 그렇더라도 이 시간에는 깨어나지 않을 리가 없겠지만. 아무리 우월한 난방장치라 해도 정해진 수면 시간 앞에서는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아마 내가 없어도 신나게 잘 놀고 있을 거야. 찾으면 또 이상한 데서 나올걸?"
지난번에는 어떻게 기어올라갔었는지, 한참을 애타게 찾았더니 층방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던 적도 있었다. 이번에는 또 어디에 있을런지. 위험한 것들은 다 치워놓긴 했어도 너무 엉뚱한 곳에 숨어 있는 건 걱정이다. 페럿에게 말썽이 없길 바라는 게 애초에 잘못된 일이지만. 말하고 있자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자신은, 비나를 사랑했다. 그러니 문제는 없다. 그러니.
"음..... 어쨌든. 요즘 뭐 안 좋은 일은 없지?"
사이카는 그것에 관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화제를 돌리려는 듯, 자연스레 본래부터 한 번쯤 하려고 했던 이야기를 꺼내었다.
아스타가 거미인데 오로치의 주식에 벌레도 들어가 있어서 염려를 좀 했었는데 둘이서 싸우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오로치는 아스타를 형제 격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좋을텐데.
그녀가 아스타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이니 아스타는 다시 모자 속으로 쏙 들어갔다. 인사를 받아서 만족스러운 걸 수도 있겠지만 아마도 추운 탓이 더 큰 듯 했다. 아직은 겨울이니깐 말이다.
“그렇군요. 하긴 이 날씨면 안에 들어가 있는 편이 더 낫겠죠.”
아직은 겨울이다 보니 날이 싸늘했다. 그 탓에 연회장도 꽤 쌀쌀했고. 지금은 학생들도 별로 나와있지 않은 시간이고 오로치도 바깥을 보고 싶어하니 잠깐 나온거지만 오로치에게 이런 추운 날씨는 별로 좋지 않았다. 곧 있으면 돌아가야했다. 어차피 시간이 시간이다 보니 돌아갈 수 밖에 없겠지만.
“하하, 비나도 잘 지내나보네요.”
그녀의 패밀리아인 비나는 건강한 모양이었다. 물론 건강한 것이 가장 좋은 일이지. 아파서 골골거리는 것보단 건강한 상태에서 적당히 사고치는(?) 것이 마음고생이 훨씬 덜할 것이다.
난 무서워서 못 할거같아요 그거. 차분히 말을 이으며 나무에 눈길을 줬다. 흠집이 좀 난 것 이외엔 멀쩡했고 부서진 듯한 느낌은 없었다. 그래도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 걸로 보아 몇번만 더 치면 앙상해질것 같았지만, 어쨌든간에 저렇게 조금만 더 치면 주먹에 바로 금이 갈 것만같았다. 아마 나는 절대로 저리 치지 못하겠지, 힘도 그렇거니와 자신이 없었다. 주작 출신들은 대체 어떻게 하는지 새삼 신기했다. 그보다 내 예상대로 주작이 맞았구나, 그렇냐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인이라는 건 몰랐지만. 외모도 그렇고 어딘가 동양적인 부분이 없지않아서.
"너무 오래 그러다 감기 걸려요. "
조심하라는 듯 염려하는 짧은 말을 남긴 뒤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그를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계속 뛰고 있었을테지.
제 반응을 보았는지, 아스타는 만족스러운 기색으로 다시 모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보면 지금 그가 데리고 있는 동물들은 모두 기온에 민감했다. 아니, 오캐미는 조금 다른가? 전체적인 체형이 뱀 같지만 새를 닮은 구석도 있어서 이 부분만큼은 헷갈렸다. 하지만 아무렴, 아기가 추운 곳에 장시간 나와 있는 건 좋지 않다는 건 확실하다. 그의 말에도 상당히 동의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했다. 본래라면 자신도 겨울의 늦은 시간에는 좀처럼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편이었으니까.
"감기 걸리면 큰일이기도 하고. 걔는 늘 잘 지내니까, 아직 걱정은 안 해도 돠겠더라. 그게 좋은 거고."
아직까지 자신은 비나를 제외하면 무언가를 키워 본 경험이 없었다. 흔한 꽃마저도 길러본 적이 없었고. 때문에 아직까지는 패밀리어를 먼저 떠나 보낸 경험을 하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같은 기숙사의 동급생의 패밀리어를 잃고 슬퍼하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사인은 자연사라고 기억한다. 지나치게 활발해 성가시다고 생각했던 그 때는 한순간이라고 했던가. 노화로 인해 병에 걸려 누워만 있던 그것을 보며 그가 한 말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비나에게 소홀해서는 안 되었다. 비나는 언제 떠날지 모르는 존재이기에. 자신의 부주의함으로 소중한 것을 잃을 뻔한 경험은 한 번으로 족했다.
"나도 별로 없지. 그런데 요즘 학교가 많이 소란스럽다?"
첫날에는 토지신이 장난 치고, 다음에는 멈뭄신이 장난 치고. 특히 멈뭄신은 그 장난의 질이 매우 악질적이라 수습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여전히 편하게 기대앉은 상태로, 사이카는 먼 허공으로 시선을 두며 말했다.
"이러다가 좀 있으면 더 큰 일 나는 거 아냐? 걱정이네."
태도와 말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표정에 일말의 불안도 담겨 있지 않았다. 영혼을 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해줘야 겠다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