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과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알겠다는 듯 진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습니다. 그러다, 제가 건넨 목걸이를 받아든 호를 보며 입모양을 읽으려는 것처럼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그는 곧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쭉 가면 백호 기숙사가 나온대요.
[안내해줘서 고마워요. 여기서부턴 혼자 갈 수 있어요.]
그렇죠. 직진만 하면 되니까, 절대로 길을 잃지 않을테고, 호의 말대로 이대로 쭉 가기만 하면 백호 기숙사에 도착할 수 있을거에요. 허리를 숙이듯 감사 인사를 한 진이 살짝 돌아보는가 싶더니, 기숙사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백호의 부적도 진이 갖고 있어도 쓸 곳이 없었을 거에요. 쓸 수가 없으니. 아니라고 부정은 못하죠, 진?
' ..... '
한참을 걷던 진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습니다. 시야에 아무도 없네요. 다행이죠? 무언갈 생각하는 것 같던 그가 조용히 기숙사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진짜 목적지는 기숙사 근처의 '어딘가'였으니까요. 자정이 되기 전에 서둘러야 했습니다. 아니, 오전이어도 상관이 없을 성 싶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겠죠?
분파 중 하나가 완전 파랑덕후라서 머리카락도 눈도 옷도 다 파랑 깔맞춤인데.. 누에에 협력한 가문의 일원이랑 분파원 하나랑 색 차이 때문에 싸우다가 서로 죽여버리는 바람에 너네가 누에파? 그럼 우린 반대파로 간다! (그리고 그 분파는 결국 막바지에 결국 후계를 못 남기는 이만 남음)인데 그 가문일원을 츠카사네로 할 생각 있으신가요?(농담)
어쩐지 부모 앞에서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어린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물론 자신의 경우엔 부모가 아니라 헤이타에게 보고 들은 걸 종종 늘어놓곤 했었다. 조금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이카는 짧게 헛기침을 했다. 아니, 또 잊을 뻔 했다. 자신은 그의 앞에서 편하게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 그는 개의치 않는 것 같지만, 어찌됐든 그래서는 안 된다. 사이카는 자신이 왜 그래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막연한 죄책감? 아니, 그것도 아니다. 자신이 그에게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다만 자신은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이 들 뿐이었다. 이유는. 어쩌면 하찮을지도 모른다.
"맞아.... 진짜 귀엽다. 그런데 형이 누구야?"
아, 밖으로 나온다. 자신의 그 생각과는 별개로 오로치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는 귀엽다는 것 말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었는데, 이대로 오캐미를 키울 수 있는 걸까?
"그런데 여기서 오로치를 키워도 되는 거야? 왜, 오캐미는 위험 등급이 높은 동물이잖아. 얘가 다 커서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해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거나 하지는 않을까?"
보통 오캐미는 사납다고 들었는데, 오로치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아니, 사나운 건 알을 지키고 있을 때 그렇다고 했었나? 그것도 아니라면 아직 어려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오로치의 성향과는 관계 없이 오캐미가 가진 능력은 위험하다. 과연 학교가 신비동물 전문 마법사도 아닌 그에게 오캐미를 키우는 것을 허락해 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사이카는 오른쪽 팔목을 조심스레 오로치에게로 가져다 대었다. 어쩌면 사람의 품 안에서 자란다면 다를지도 모른다. 손을 내밀까 하기도 했었지만 그 행동이 동물들에게 위협으로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그게 오캐미에게도 해당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671 아아아아 제 이해력 어카지?????????? 그 위에서 말씀하신 누에에 협력 가문의 일원이란 말이 누에한테 협력한 다른 가문의 일원<< 이 뜻이었군용~~ 전 이걸 누에에 협력한 현재 가문의 인원<< 이걸루 해석해버려서 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이런식으로 가면 빼박 혐관 아니예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마법사 전쟁때도 서로 죽이고 난리낫을거 같은데!
>>675 다른 마법사 일원들은(누에 반대파나 누에파 포함) 사정 알고는 그런 쓸데없는 걸로 싸우다니.. 라며 벙쪘었을지도요?
분파에 남아있는 이는 혐관이라도 세연은 별 감정 없을 것 같네요.. 둘 다 고만고만한 것 같은데요.. 란 의견..
가능하다면.. 누가 먼저 시비 건 거려나요? 패션 테러 그만하라고 츠카사네 쪽이 시비걸었으려나요.(머리카락도 파랑. 눈도 파랑 옷도 파랑파랑 깔맞춤) 아니면 파랑예찬하던 이들이랑 부딪치고..? 아니면 누에를 원래 맘에 안 들어했는데 사기노미야네 만나고 가뜩이나 별로인데 빨강빨강 극혐. 이라서 먼저 건 거려나요.
그녀의 이야기를 이렇게 듣고 있다 보니 아주 어렸을 적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친했던 것 같은데. 물론 그때처럼 다시 친해질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은 제 성이 밝혀질 때 각오했던 일이고. 이 성이 주는 파급력이 얼마나 되는지 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할 수는 없었지만 익숙해지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 무엇도 저가 가문 내에서 겪었던 일만큼 괴롭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조금만 있으면 너의 기일이구나. 어디로 갔는지 모를 널 찾아가려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조금은 서글퍼졌다. 그리 상념에 잠겨있던 찰나, 그녀가 제게 물어왔다.
“음...아는 형이라고 해야 되나, 아우프가베씨라고 아시나요?”
오로치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니 오로치는 기분이 좋은 듯 눈을 감았다. 그녀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저도 그것에 대해선 각오하고 있었고.
“신비한 생물을 키우지 말라는 조항은 없었으니깐요. 오캐미가 위험 등급이 높은 생물인 만큼 저도 오로치를 잘 가르칠 생각이구요. 다니엘 교수님에게 그것에 대해 자문을 구하려고 해요. 만약 문제가 생길 시에는...”
그 때는 제가 모든 걸 책임져야겠죠. 그리 대답했다. 만약 관련된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면 퇴학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 과정에서 오로치가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일 없도록 저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오로치는 그녀의 오른 팔목의 체취를 조심스레 맡았다. 저와 체취가 다른 사람은 오로치에게는 처음이려나. 몇 번 그렇게 냄새를 맡더니 오로치는 살짝 깨물려 시도했다.
상념은 그만. 생각에 지나치게 빠져 있으면 그에게 소홀해지게 된다. 이름을 들어보니 친형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 한순간이나마 그에게 자신이 모르는 형제가 있기라도 한 줄 알았다. 아니, 몰랐다고 해도 자신이 관여할 부분은 아니다. 그가 오로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틀린 부분은 없구만. 그래도 같이 살려면 꽤 많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거야."
잘못했다간 누군가가 다칠지도 모른다. 그나 다른 사람들의 안전과 오로치의 생사가 위험하게 될 수도 있다. 오캐미는 인간과는 행동의 양상이 다르고, 오로치는 아직 어리기에 실수 역시 많이 하겠지. 아마 한시도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런 노력 역시 그가 감내해야할 것이겠지만. 무언가를 돌보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노력은 필수적으로 들여야 했다. 생물은 물건이 아니니까. 사람도, 동물도. 그 누구도 누군가의 생을 제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음. 뭐. 얘 독은 없지? 그 정도면 살짝 깨무는 것 정도는 괜찮은데."
아니, 그러면 습관이 잘못 들려나. 생각해보니 여기선 저지하는 게 옳은 듯하다. 지금은 아기라서 괜찮더라도 나중에까지 무는 버릇이 있으면 큰일이다. 사이카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는지, 내밀었던 오른팔을 천천히 자신 쪽으로 물렸다.
분명 쉽지만은 않을 거다. 그러나 자신이 아는 그의 성정을 생각하면, 아마 자신이 걱정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터다. 그는 자신보다 더 믿음직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너라서 믿는다, 그 말만큼은 하지 않았다. 그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기 싫었을 뿐더러, 그의 성정이 건실한 것은 태생이 그러해서가 아니라 그가 제 심성을 그리로 이끌어갔기 때문이라 생각해서였다.
오로치는 그가 자신을 만류하자 시무룩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사이카는 문득 오로치를 맡은 게 자신이었다면 저 행동에 당해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무는 버릇 생겨도 안 되고."
단호해질 필요가 있을 때는 그러해야 한다. 필요를 저버리고서 단순한 만족만을 생각한다면, 언젠가는 후회하게 되니까. 어린 아이답게 오로치는 기분 전환이 빨랐다. 팔걸이에 팔꿈치를 올린 채 턱을 괴고는, 그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음. 사실. 이대로 지켜보고만 있어도 마음 한구석이 평온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선 안 되지만. 그런 생각에서였을까, 사이카는 가만히 그의 손으로 시선을 두며 다시 입을 열었다.
"첫째는 걔한테 뭐라고 안 해?"
자신이 알기론 그는 늘 커다란 거미를 데리고 다녔었다. 푸른 발색이 예쁜. 사이카는 거미나 기타 절지류로 취급되는 동물들 역시 꽤나 좋아하는 편이었다. 물론 심리적인 거부감 탓에 직접 접촉하는 것은 조금 꺼렸지만. 그러고보니 오늘은 거미가 머리 위에 없었다. 뭐,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오로치는 아직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아이였다. 그러니 가르칠 것이 아주 많겠지. 어떤 때는 차라리 오로치를 자연에 놓아주는 것이 더 나은 길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지만 밀렵꾼들이 오로치를 데려간다는 상상을 하니 이렇게 저가 기르고 있다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했다.
“아스타는 아직 호기심이 더 많은가봐요.”
그 말대로 아스타는 오로치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은빛 알일 무렵부터 그렇게 관심을 가지더니 알이 부화할 때는 호기심이 거의 정점을 찍어선 오로치 곁을 자주 돌아다니며 관심을 표했다. 오로치도 아스타에 대한 호기심으로 아스타가 제게 관심을 보일 때마다 그리도 빤히 바라보곤 했다. 이걸 정의해보자면 탐색전이라 해야 될까.
아스타는 자신의 얘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는지 어쨌는지 모자 안에서 빠져나와 제 머리 위로 올라왔다. 자신의 존재감을 그녀에게 표하려는 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