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연은 다시 꿈을 떠올렸다. 참으로 차가운 꿈이였다. 대화하는 상대는 마주 웃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점차 차가워 지는 얼굴을 아연은 가만히 바라보았다. 웃는 얼굴로 긴장을 풀 만큼 물렁한 사람이 아니다. 이런. 마침내 역정을 내며 날카롭게 돌아온 대답에 소년은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숙인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도 상황이 상황인지라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태도가 불쾌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정중하게 사과를 건네면서도 아연은 또다시 숨이 막혀옴을 느꼈다. 제 입으로 인정하기 싫은 부분 중 하나였다. 모두를 의심할 것. 누구도 믿지 않을 것. 그것은 아연의 정신을 조금씩 흩어내는 부분이었다. 처음엔 받아들일 수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고, 마주치는 이가 늘어날 수록 그것은 커다란 심해와 같았다. 내가 건네는 의심과 내게 쏟아지는 의심. 아연은 잠시 고개를 흔들었다. 상대가 자신과 같은 진영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성 싶었다. 하지만.
"당신을 어떻게 해 볼 생각은 없습니다. 아까도 말 했듯 저는 매일 이곳에 밤 산책을 나오는 사람이고 우연찮게... 네. 마주쳐버렸네요."
아연은 다시 한번 빙긋 웃어보인다. 좀 더 꾸밈없고 힘없는 미소가 입가를 따라 올라온다. 충돌을 피하는 것. 어머니가 아셨으면 겁쟁이라고 핀잔을 주셨을까. 이래서 나랑 안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아연은 어렴풋 기숙사 배정일을 떠올린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아뇨, 믿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지팡이를 쥐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요. 음... 좀 지치기도 했고."
>>715 후후 이런식으로 우정을 쌓아가는 검다 >-<♡ 도윤주와의 우정점수를 높이셨으니 보상으로 칭찬스티커 이백개드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하긴 그거 맛있기는 하져!안먹어본지 조금 오래되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하여튼 좀 매콤한게 딱이었음 ''* 고추찹치!!..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고추참치 다 먹은 관계로 그냥 참치네여...하지만 그냥 참치도 무지 맛있다는 것!!이렇게 먹다가 친구한테 너 고양이냐는 말 듣기는 했지만 뭐 어떰!>-<♡
>>717 아연주 저 생각난건데 이것도 좀 쩔거같지 않아여? 이왕 저런 관계 되버린거 둘이 틀어진 이유를 아연이 혈통때문인거 말고 다른걸로 사건 하나 만들어보실? 뭔가 과거에 첨부터 혈통 알고서도 사람끼리 잘 맞아서 진짜 남들이 볼땐 개베프로 비춰질만큼 친했다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떠심;;;;;
>>719 ㄷㄷㄷ칭찬 스티커 모으면 뭐 할 수 있음;;;?아니 근데 도윤주 그냥 참치만 먹으면 안 느끼하심? 저 그래서 후추나 고추가루 꼭 뿌려서 먹음;;;;
때때로 이유 모를 불쾌감이 뜨겁게 머무를 때가 있었다. 제 기분을 불유쾌하게 만드는 것들을 거칠게 치워내고 싶은 자극이다. 자신은 이것이 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가 결코 드러내서는 안 되는 것. 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내걸었던 명목. 나는 분노하지 않는다. 격동은 묻어야 했다.
너무 그러지 말아달라는 상대의 말에 이를 갈았다. 그의 말이 옳다. 그는 싸움을 원하지 않았다. 제게 했던 말은 의례적인 것뿐이고, 싸움에는 지쳤다 말했다. 불필요한 분쟁은 소모만을 불러올 뿐이다. 알고 있었다. 저 역시도 싸움에는 넌더리가 났다. 생을 부지하기 위해 남을 짓밟아 죽이는 쪽에 선 주제에 생각만은 속 편하기 짝이 없다.
"지쳤으면 도망이라도 가지 그랬어."
사나운 기색은 줄었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어투였다. 도망치지 그랬어. 그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고 있잖아. 분노를 삭히지 못해 되는 대로 내뱉은 말이었으나 저를 향한 책망이기도 했다. 부정한 일에 동참한 이상 저희에게 안정이 찾아올 리가 없다. 오히려 생을 단축하는 지름길이 되고 말 것이다. 그래, 그 말대로 도망치는 게 어떨까. 기실 자신은 그만 두고 싶었다. 용서받지 못할 악한들과 나란히 서서 걷고 싶지 않았고, 그들과 같은 악인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것이 사랑하는 그와 했던 약속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는 포기를 택했다. 그렇다면 자신 역시도 그러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이 불현듯 찾아들었다.
"싫은데. 나는 좋아해. 내가 왜 너를 믿어야 해?"
그를 버려두고 갈 수는 없으니 자신도 더 이상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어졌다. 그리 생각하니 무거움이 가셨다. 간만에 느껴보는 해방감이다.
픔 속에서 지팡이를 꺼내는 몸짓이 기민했다. 팔을 뻗어 무기를 그에게로 향하고, 가볍게 말했다.
"고마워."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네. 나쁘지 않은 기분이다.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리며 주문을 외웠다. 디핀도.
.dice 1 2. = 1
// 아연ㄴ아...... 미안해요 아연아..... 지쳤다고 말한 게 자극이 되어버렷슴다..... 진짜 미안허 아연쟝...(우-럭
소년은 아직도 13살의 생일날을 기억한다. 평소에는 발도 들여놓기 어려웠던 본당,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른들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던 자신. 그 날로 아연은 이름이 바뀌었다. 당시의 아연에게 후계란 단순히 헐거운 감투에 불과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그것은 어깨위에 자리잡은 커다란 짐과 같았다. 너는 우리를 이을 아이란다. 바르게 자라거라. 근엄했던 목소리가 언뜻 떠오르는 것 같았다.
도망치지 그랬어. 책망하듯 울린 목소리에 아연은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러게, 지쳤으면 도망칠 것을. 아연은 왜 자신이 이 자리에 서 있는지 생각 할 필요가 있었다. '그들'이 나쁘다는 것을 아연은 누구보다 똑똑히 알았다. 나의 길은 옳으며 그들의 길은 외도다. 어렸을 때 부터 명명백백히 알고있던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달아나고 싶을 이유는 없는데도 그는 이만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그 이유를 알아. 아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글쎄요... 그냥, 당신이라면 믿어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어쩌면요. 상대는 날카로웠지만 단순한 적의만은 아님을 아연은 어렴풋 깨닿고 있었다. 이 싸움은 소모적이다. 모두의 정신을 깎아 부수고 무의미한 갈등만을 계속 할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우리에게만은 아닌 모양이었다.
디핀도. 순간 찌릿한 통증이 스쳤다. 아. 소년은 무심코 아픈 소리를 내었다. 분명 마지막에 고맙다는 말을 들은 것도 같다. 대체 무엇이 고마운가요? 아연은 배어나온 피를 손으로 누르며 순간 난장판이 된 정신을 다잡았다. 정말로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아연은 지팡이를 꾹 쥐었다. 혹시 몰라 가지고 나온 것이 천운이었다. 이미 잠은 다 달아났고 오늘 밤은 잠들지 못함이 분명했다. 악몽을 꾸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익스펠리아무스"
.dice 1 2. = 1
//헐 죄송함다 저 딴짓하다 늦게 봐버림;;; 아연이 왜 계속 사이카쟝 신경 긁냐구 나쁜놈아;;;;
그 분의 의지를 따르고 제게 없는 의지는 곧 당신의 의지입니다. 선배님의 의지는 곧 제 의지가 될 것입니다. 당신이 조용하게, 그러나 몹시도 단호하게 속삭인 그 두 마디에 제인은 짐짓 놀란 눈을 뜨고는 당신을 그저 가만히 응시했다. 아니, 사실은 손 끝에 닿은 입술 탓에 놀란 것은 아닌지. 뭐, 하여간에 어찌되든 좋다. 목적은 달성했으니. ....그래, 포섭 성공이다. 마음 속으로는 어둑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겉으로는 마냥 자연스럽게 능청스런 태도만을 지어낸다.
" 그래, 이런 것도.. 썩 나쁘지는 않네. "
그나저나 내 의지가 당신의 의지가 된다니. 조금은 예상 외의 일이라 살짝 당황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예상 외라고 하기에는 조금 뭐했지만. 뭐, 그래도 아무렴 괜찮게 풀렸군. 곧 제인은 다시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돌아와 손목에 니트를 묶는 당신을 주시하다가 넌지시 말을 던진다.
" '우리'가 된 걸 환영해. 그거 다 나으면 너도 이거 새기자. "
그러면서 제 옷소매를 둘둘 걷어올려 표식을 보이는 몸짓이 꽤나 자신만만하다.
" 그것도 그거지만, 네 지팡이는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서 찾아다니거나 해야될 성 싶은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