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말을 끝으로 그녀는 마냥 딴청과 장난으로 일관하던 이전과 다른 매우 의욕적으로 신속하게 포크를 들고는 마치 케이크에 대고 말을 걸듯이 말하며 그대로 포크로 케이크를 짓눌러 자르고는 덥썩 들어올려 입안에 던저넣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바로 다른 과자로 손이 움직인다. 여전히 차를 마시며 그녀를 흘깃 바라보면 지금의 그녀는 아마도 지금에서야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듯 하다.
"저희는 친구사이 이니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닐까요... 비비안 양ㅡ."
그녀의 물음에 나는 그렇게 들려준다. 친구가 아니라면 이렇게 대접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음식들은 그냥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전부 그만큼 합당한 값을 치르고 얻어내야 하는 것들이다. 내가 가진 재화는 넘처난다고 하더라도 무의미한 재정낭비는 사양하고 싶다. 차를 전부 마신 나는 다시 빈 찻잔을 대기 하고 있던 친구들 향하여 든다. 그러자 바로 찻주전자를 들어 내 잔를 홍차로 채워준다. 찻주전가 탁자에 놓이고 나는 다시 찻잔에 담긴 홍차 마셔간다. 내가 차를 음미하는 동안 여전히 그녀는 후식 탐방에 여념이 없는 것 처럼 보인다.
"칭찬, 고마워요."
그녀로 부터의 말은 무엇에 대한 평가인지 또한, 마음으로 부터 나오는 진심인가 하니면 달콤함에 빠져 그 순간이 기분에 따른 것인지 알 수는 없다.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짧게 답하며 그저 두 번째 차를 비어나간다. 단순히 그녀가 나를 칭찬하고 있다는 그 뿐인 의미면 이 상황에서 충분하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는 표정은 뭔가 별로 달갑지 않아보인다. 아무래도 내가 후식들에 먼저 손을 뻗지 않는 것에 의아한 듯하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나는 찻잔을 살포시 내려놓고는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에 그렇게 답한다. 달콤한 것들은 싫어 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그것만 좋하는 것도 또한 아니다. '좋아하니까'라는 이류로 무작정 그것만을 하게되면 체감 호용에 따라 얻는 보상감이 줄어든다. 예를들어 힘들게 땀을린 상태에서 마시는 물의 청량감이 주는 감각은 뛰어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연이서 다시 물을 마신다면 똑같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받는 감각은 줄어들 것이다. 그것을 계속 반복하면 도리어 보상감 하락하는 상황이 올수 있다. 이를 테면 '질린다' 혹은 '물린다' 라고 표현 하게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좋아는 것이니 만큼 확실하게 만끽하기 위해선 적당한 절제를 통한 방식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사고방식이란 사람의 수 만큼 존재한다. 그녀라면 이 이론이 통용되지 않을지도 모르지 않을까.
"그럼... 슬슬 후식을 들어보도록할까요...."
나의 행동이 불만 인듯이 그렇게 그녀가 다시 내게 직접적으로 말하자 그녀와는 반대로 나는 그제서야 후식들에 손대기 시작한다. 식기를 들고 천천히 쇼트 케이크의 앞쪽을 짓누른다. 작게 조각낸 그 조각 사이를 식기로 조심스럽게 찔르고 난뒤 들어올린다. 그런 동시에 빈 한쪽으로 그 조각의 아래에 대고는 그대로 입으로 옴긴다.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면 이제서야 그녀 또한 차를 마시고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자들을 먹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그 태도를 몇번 바라보고는 다시 식기를 케이크에 향해려 했으나 갑자기 모자를 벗고는 요란한 손동작과 함께 그 안에서 꽃을 꺼내는 그녀의 행동을 보고는 그만두었고 식기를 내려놓았다.
"야생화...인가요.... 고마워요.. 나중에 한번 도감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겠네요..."
나는 그녀가 건넨 그 꽃을 손에서 손으로 받아들면서 한번 그 꽃을 바라보고는 얼굴에 가까이 대어 향기를 맡아 본다. 딱히... 좋은 향기가 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다지 꽃의 외형이나 향기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선물'이라는 의미가 보다 중요한 것이다.
자루에 시체를 담는 그가 탓하듯이. 어찌보면 호소하듯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숲 지킴이는 인간을 배제하거나 돌려보낸다. 아무 힘 없는 아이가 숲으로 흘러 들어온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레이첼은 그 전부를 상처 입혀서라도 마을로 귀환시키지만, 그녀를 만나지 못한 운 나쁜 아이는 이렇게, 그의 말과 같이 혼백이 평생을 이 땅에서 떠돌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환상종이, 감히 무어라 말을 해주어야 할까. 사과? 질책? 아니면 공감? 레이첼은 이미 그 끝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이미 자신의 안에 내린지 오래였다. '마소는 뭐지?' 그 말에 눈을 한번 지그시 감았다 뜬 것도 그런 이유이다.
"새삼스럽군. 네 땅에서 그러하듯, 보레아스에서 사람이 죽는것도, 먹히는것도 이상할 일이 아니다. 그것이 설령 아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레이첼의 대검이 빠르게 움직인다. 아무도 없는 울창한 숲에 인간과 환상종 둘이 있다. 인간은 마소로 가득한 존재라 한다. 멈출 기미 조차 없이 호선을 그리는 도신. 베인다. 그런 생각이 들기 직전이었다.
"이곳은 금연이다."
바람이 덮쳐왔다. 갓붙힌 담뱃불 따위는 가볍게 꺼버릴 정도로 세찬 바람이. 레오닉의 눈 앞에 자로 잰듯 우뚝 멈춰 선 칼 끝은 미동조차도 하지 않았고, 이내 레이첼은 그것을 거둬들이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