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이 마치고 왁자지껄 모두 각자의 수업평이나 감상 등을 얘기하며 점심을 먹기 위해 연회장으로 모였습니다. 식사를 하던 도중, 우당탕탕 소리가 들리더니, 학교의 유일한 스큅이자, 학원 경비인 ' 최 태찬 '이 다급하게 들이닥쳤습니다. 그는 약간 평퍼짐한 정장을 입으시는 분입니다. 꽤 친절할까요?
' 하악 하악... '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고, 모두의 시선이 쏠렸습니다. 그렇죠, 오찬 도중에 갑자기 들이닥쳤으니까요. 사방이 조용해집니다. 모두 그를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 교, 교장 선생님...! '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는 말을 이어갑니다.
' 지하 감옥에서 녀석이 탈출했습니다 ! '
지하감옥, 학원에 그런 게 있었다는 건 그 누구도 몰랐답니다. 그것보다... 녀석? 그게 누구일까요? 보고를 들은 교장 선생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곧이어, 그는 학생들에게 서둘러 기숙사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말하셨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여쭤볼까요? 아니면 지하감옥 쪽으로 가볼까요? 여기에 계속 있을까요, 같은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돌아갈까요?
소년은 잠시,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오찬중에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최 태찬이라는 경비가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모습과 그의 말에 소년은 힐끗 교장선생님을 바라봤다.
"녀석?"
그보다 지하감옥? 소년은 학원내에 지하감옥이 있다는 걸 어떤 누님들에게도, 하다못해 부모님에게도 듣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의 분위기를 잠시 살펴봤다. 조용해진 분위기에서 자신의 기숙사 학생들은 수근거리기 싲가했고 다른 기숙사측에서도 소란스러움이 몰렸다. 소년은 돌아가는게 낫지 않아? 라고 소근거리는 친구들을 피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인지 모르게 소년은 오늘 그 정체 모를 '적을 비추는 거울'을 들고 왔다.
교장 선생님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게 좋다고 말씀하셨지만.
"죄송합니다. 어머니. "
소년은 한번만, 이번 한번만 교칙을 어기겠다며 눈을 잠시 감고 어머니에게 사과를 건넨 뒤 친구들에게 끌려가지 않도록 지하감옥으로 향하기로 했다.
작은 입으로 음식을 열심히 씹으며 먹다가 들이다친 경비 태찬을 발견하고 씹는 걸 멈추었다. 무슨 일이기에 저렇게 급하게 오신거지. 눈치를 보며 그를 바라보다 탈출이라는 말에 놀란듯 크게 눈을 떴다. 잘은 모르겠지만 지하감옥에서 탈출이라면 큰일인 거 같았다. 입에 있던 음식을 급하게 삼키고 교장 선생님의 말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급하게 기숙사로 향했다.
"걱정스러워..."
겁을 먹은건 아니었지만 지하감옥으로 갈 생각은 없었다. 혼자라면 호기심에 갔을지도 모르지만 어깨에 있는 뱅을 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위험한 건 조심해야한다. 품안에 페루산 암흑가루가 잘 있는지 확인했다. 한숨을 한 번 쉬고 기숙사 방문을 열기전 괜히 연회장쪽을 한 번 보더니 방으로 들어갔다.
다급하게 들어온 경비를 봤을 때 교수님이 놓쳤다던 닷발이라도 봤나 싶었다. 그렇지만 이어지는 말에 채헌은 물을 마시다 사레에 걸렸다. 머글 사회였다면 교육청에 고발이라도 할텐데, 마법부에 고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학교에 지하 감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자보를 붙일 텐데, 이제는 감옥에 있던 게 탈출까지 했단다. 채헌은 어이가 털렸다. 아즈카반 파업 했니? 그래서 학교에 감옥을 만들었어?
수업 후.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다는 듯, 세상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물만 조금씩 마시던 제인의 눈이 반짝, 빛난 것은 '지하 감옥'이라는 말을 들은 직후였다. 저기요, 그게 무슨 말일까. 지하 감옥, 탈출? 경비 아저씨를 빤히 바라보던 제인이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스윽 끌어올렸다.
" ....흐응. "
녀석.. 이라. 그나저나, 나 이제 이 학교에 다닌지도 거진 6년이 다 되어가는데 지하 감옥이라는 게 있는 줄도 몰랐는걸? 보아하니 다른 애들도 몰랐던 것 같고. 뭐야, 그럼 여지껏 존재 자체를 꽤나 꽁꽁 숨겨왔었단 말인데 이렇게 대놓고 애들 앞에서 팡 터뜨려도 되는 거야?
"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만. "
그래도 좀 웃기는데요.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는가 싶더니, 이내 인파에 섞여 나가기를 결심한 듯 몸을 일으키는 제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