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태를 보았다고 생각하진 않으니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더럽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무지개라 좀 눈이 아플 뿐이지 냄새도 나지 않고, 생각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토해내고 있는 게 무지개라 그나마 다행이네요."
승하의 진지한 표정은 방금 그 말이 진심인걸 알려주었다. 무지개가 아니었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연회장을 다시 보니 지금 이곳만큼 혼란스러운 장소가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상한 발음으로 외치고, 어떤 사람들은 반짝이는 무지개를 토하고, 그리고 개판이다. 승하 역시 강아지로 변하는 물약을 마셔보았기 때문에 저 강아지들이 패밀리아가 아닌 마법사들이란 걸 바로 알아차렸다. 그 밖에도 행복에 젖어 꽃을 뿜어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찰랑찰랑 긴 머리를 자랑하거나 쓰러져 히히 웃으며 꿈꾸는 사람, 용돈을 받고 있는 사람과 정말 드물게 멀쩡한 사람도 있었다. 이게 무슨 난장판이야. 한숨을 쉬며 물이 담긴 잔을 마셨다. 정확히는 마시려고 했다. 물이 담긴 잔은 이미 다른 사람이 가져가고 승하가 마신 잔에는 약이 들어가있었나보다. 잔에 담긴 약체를 마시자마자 머리카락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길어졌고 더 풍성해졌다. 덕분에 머리끈은 투둑하고 끊겼고,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머글 세계에서 유명한 소설의 주인공이 된 거 같네요. 제가 금발은 아니지만."
거추장스러운 머리카락을 끌어모았다. 이걸 어떡하면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마법약의 영향이니 자른다고 해도 금방 자라날 거 같았다. 결국 약효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머리가 무겁다. 키보다 머리카락이 더 길다니 살짝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승하는 그냥 어색하게 웃기로 했다.
"색은... 무지개인데 상큼한 맛이 나니 이상합니다. 그리고 여성분앞에서 아무리 무지개라고 한들.."
우웨에엑. 소년은 고개를 돌려 승하를 바라보며 이야를 하고 있던 중에 다시 고개를 무릎 사이에 박고 다시 ㅇ무지개를 토해냈다. 그을린 피부여서 티는 안나지만 분명히 얼굴이 허옇게 질렸을 거다. 토한다는 행동이 매우 추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년은 숨을 몰아쉬면서 겨우 말을 마친다.
그러니까 두번째인가. 두번째 무지개를 토하고, 대여섯번쯤 개로 변하고. 소년은 자신이 어떤 모습과 어떤 짓을 당했는지 꼽다가 포기했다. 너무 많아서 기억도 잘안난다. 자신뿐 아니라 연회장은 가히 난장판에 혼돈의 폭풍이 몰아치는 느낌이다.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던 소년은 승하의 찰랑거리는 머리를 바라보다가 주머니를 뒤졌다.
받은 끈이 있을텐데.
"이거라도 쓰시겠습니까?"
소년은 숨을 몰아쉬며 주머니에서 머리끈을 꺼내 승하에게 내밀었다. 머리카락이 긴 여성은 이럴때는 불편하구나. 물론 자신이 건넨 머리끈도 그렇게 튼튼해보이지는 않아서 소년이 말을 덧붙혔다.
"...으윽.." 사실상, 세연의 오감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두통에 시달리고 있지요. 그나마 그녀가 오팔아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녀가 오팔아이를 드러낸다면 정보의 홍수로 인해 심각한 두통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답니다. 지금도 심하면 멀미가 날 정도인데.
그녀가 인식하는 세상은 아주 끔찍했으니까요. 가장 가까운 걸 들라하면, 마약을 먹고 보는 환상같은 세상이라고나 할까요? 당신은 안녕하세요. 라는 지극히 평범한 인사에서 금속성의 찌릿거리는 사과맛 혹은 피아노를 내리치는 듯한 소음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그런 의미에서 이 음료수적인 카오스는 너무나도 세연의 두통에 안 좋았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보았다면 차라리 덜했을 텐데. 하지만 그녀는 감각의 공유로, 보통 사람들이 보는 세상을 보았으니까요. 그것이 문제였으려나요? 아니요. 아니예요.
무지개토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색 하나하나가 떠드는 소리가 아니 맛이 아니..그 겹쳐짐들이.. 사람을 아니 자신을 갉아먹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아니예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녀는 잠을 청하려고 했어요.
꿈에서도 그 감각들이 나타났지만, 한 번 암흑이 있었지요. 그 암흑을 반기는 그녀는 충동에 시달려야만 할 거예요.
"이성이라고 다를 게 있나요. 그냥 같은 사람인데, 편하게 하세요. 힘드시면 무리해서 말 안 하셔도 괜찮습니다."
추태라고 전혀 생각 안 했는데, 도움을 주려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던 거지만 오히려 그것으로 인하여 불편하게 한 기분이 들어 불편해졌다. 항상 이렇지. 사람을 대하는 일은 언제나 조금 힘들다. 어렵고,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자리를 피해주는 편은 현호에게 나으려나 하고 고민하며 눈치를 보다가 내밀어진 머리끈에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는 머리끈은 항상 있었다. 그러나 묶지 않는건 이 길이의 머리카락은 묶어도 거추장스러울테고, 무거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절한 것이 미안해 눈을 천천히 뻐끔거리다 조금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또 잘못 마셨다. 히끅, 볼이 붉게 물들어선 행복하다는 마냥 히죽히죽 웃던 가베는 자신을 밀어내는 친구를 슬프단 눈망울로 쳐다보았다. 세이가 미워? 라고 묻자 이젠 아예 가베를 내던져버렸지만. 매몰찬 거절에 시무룩해진 가베는 다시금 음료를 목 뒤로 넘겼다. 진주빛 음료, 너만이 나를 위로하는구나. 작은 세이가 날아와 편지를 전했고, 편지를 읽은 가베의 표정이 밝아졌다.
"잘 지내는구나, 우리 예쁜 니베스.. 오빠가 없어도 잘 크고오. 흑흑.."
눈물을 훔치는 시늉을 하며 세이를 머리 위에 올린 가베는 잠시 시끄러운 곳을 벗어날까... 생각을 하다 누군가를 발견하고 그를 조용히 쫓아가더니, 뒤에서 확 끌어안았다.
후... 지애 설정을 리부트 시키고 돌아왔습니다! 실은 시트를 낼 때 내보고 싶은 캐릭터가 3명정도 됐거든요. 아무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세 명 설정을 마구 섞었더니, 캐릭터성도 난잡해지고 오너인 제가 얘가 어떤 앤지, 어떤 상황에서 뭔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게 됐었죠. 과감하게 두 명 분의 설정을 가지치기하고, 빼 놨었던 한 명 분의 설정을 다시 더하고... 비밀설정까지 다 정리해 놓고 나니 왠지 뿌듯합니다! 그걸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