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멈뭄멈뭄멈뭄미체로만 말하게 되는 술 2.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술(?) 3. 멍뭉이로 변할 수 있는 폴리쥬스 4. 유포리아 묘약(마시면 행복감에 취하게 됩니다. 독특한 진줏빛.) 5. 윤기나는 마법 머리약(feat.엘라스~틴) 6. 펠릭스 펠리시스(행운의 물약. 황금색) 7. 한 가지의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약 8. 그저 평범한 음료수
비화 교수님이 애쉬와인더의 알을 주고 갔을 때, 채헌은 잠시 살해 예고인지 고민했다. 제가 혹시 교수님 수업 시간에 잔 적이 있나요? 아무리 그래도 살해 예고는 좀. 빠르게 식혀서 잘 보관해두고 있기는 하지만 영 찜찜한 일이었다. 사실 주고 갔다기 보다는 분실물에 가까운 것 같았지만 그 정도는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채헌의 양심은 슬퍼하며 홀로 관에 들어가 문짝을 닫은지 오래였다. 두번째는 지팡이 관리 세트였다. 보낸 사람이 적혀있지 않아 몹시 수상해 보였다. 설명서까지 동봉되어 있는 걸 보면 사기는 아닌 것 같았다. 채헌은 일단 사용하지 않고 책상 한 구석에 곱게 두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보현이 세뱃돈을 줬다. 유령이 어떻게 돈을 모으지요. 이거 사실 뒤가 몹시 구린 돈 아닌지? 그렇다고 백호 조각상 입 안에 있던 돈을 두고 온 것은 아니었다. 채헌은 ‘돈은 세 번 돌리면 깨끗해진다’ 라는 말을 맹신하는 부류였다.
주정뱅이의 말을 완전히 신뢰하지도, 그렇다고 불신하지도 못한 채헌이 나나를 바라봤다. 나나야, 땅 좀 팔래? 나나는 무시하고 채헌의 어깨 위로 올라왔다. 그래, 내가 파야지. 우리 나나 정말 성격 나쁘고 성가시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차마 맨 손으로 흙을 팔 수는 없었던 채헌이 지팡이를 들었다.
"추태를 보았다고 생각하진 않으니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더럽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무지개라 좀 눈이 아플 뿐이지 냄새도 나지 않고, 생각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토해내고 있는 게 무지개라 그나마 다행이네요."
승하의 진지한 표정은 방금 그 말이 진심인걸 알려주었다. 무지개가 아니었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다. 연회장을 다시 보니 지금 이곳만큼 혼란스러운 장소가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상한 발음으로 외치고, 어떤 사람들은 반짝이는 무지개를 토하고, 그리고 개판이다. 승하 역시 강아지로 변하는 물약을 마셔보았기 때문에 저 강아지들이 패밀리아가 아닌 마법사들이란 걸 바로 알아차렸다. 그 밖에도 행복에 젖어 꽃을 뿜어내고 있는 사람도 있고 찰랑찰랑 긴 머리를 자랑하거나 쓰러져 히히 웃으며 꿈꾸는 사람, 용돈을 받고 있는 사람과 정말 드물게 멀쩡한 사람도 있었다. 이게 무슨 난장판이야. 한숨을 쉬며 물이 담긴 잔을 마셨다. 정확히는 마시려고 했다. 물이 담긴 잔은 이미 다른 사람이 가져가고 승하가 마신 잔에는 약이 들어가있었나보다. 잔에 담긴 약체를 마시자마자 머리카락이 땅에 닿을 정도로 길어졌고 더 풍성해졌다. 덕분에 머리끈은 투둑하고 끊겼고,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머글 세계에서 유명한 소설의 주인공이 된 거 같네요. 제가 금발은 아니지만."
거추장스러운 머리카락을 끌어모았다. 이걸 어떡하면 좋을지 고민에 빠졌다. 마법약의 영향이니 자른다고 해도 금방 자라날 거 같았다. 결국 약효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머리가 무겁다. 키보다 머리카락이 더 길다니 살짝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승하는 그냥 어색하게 웃기로 했다.
"색은... 무지개인데 상큼한 맛이 나니 이상합니다. 그리고 여성분앞에서 아무리 무지개라고 한들.."
우웨에엑. 소년은 고개를 돌려 승하를 바라보며 이야를 하고 있던 중에 다시 고개를 무릎 사이에 박고 다시 ㅇ무지개를 토해냈다. 그을린 피부여서 티는 안나지만 분명히 얼굴이 허옇게 질렸을 거다. 토한다는 행동이 매우 추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년은 숨을 몰아쉬면서 겨우 말을 마친다.
그러니까 두번째인가. 두번째 무지개를 토하고, 대여섯번쯤 개로 변하고. 소년은 자신이 어떤 모습과 어떤 짓을 당했는지 꼽다가 포기했다. 너무 많아서 기억도 잘안난다. 자신뿐 아니라 연회장은 가히 난장판에 혼돈의 폭풍이 몰아치는 느낌이다. 손등으로 입가를 훔치던 소년은 승하의 찰랑거리는 머리를 바라보다가 주머니를 뒤졌다.
받은 끈이 있을텐데.
"이거라도 쓰시겠습니까?"
소년은 숨을 몰아쉬며 주머니에서 머리끈을 꺼내 승하에게 내밀었다. 머리카락이 긴 여성은 이럴때는 불편하구나. 물론 자신이 건넨 머리끈도 그렇게 튼튼해보이지는 않아서 소년이 말을 덧붙혔다.
"...으윽.." 사실상, 세연의 오감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너무 많았습니다. 그래서 항상 두통에 시달리고 있지요. 그나마 그녀가 오팔아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조금은 나아졌지만, 그녀가 오팔아이를 드러낸다면 정보의 홍수로 인해 심각한 두통에 시달릴 것이 분명했답니다. 지금도 심하면 멀미가 날 정도인데.
그녀가 인식하는 세상은 아주 끔찍했으니까요. 가장 가까운 걸 들라하면, 마약을 먹고 보는 환상같은 세상이라고나 할까요? 당신은 안녕하세요. 라는 지극히 평범한 인사에서 금속성의 찌릿거리는 사과맛 혹은 피아노를 내리치는 듯한 소음을 느껴본 적이 있나요? 그런 의미에서 이 음료수적인 카오스는 너무나도 세연의 두통에 안 좋았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보았다면 차라리 덜했을 텐데. 하지만 그녀는 감각의 공유로, 보통 사람들이 보는 세상을 보았으니까요. 그것이 문제였으려나요? 아니요. 아니예요.
무지개토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색 하나하나가 떠드는 소리가 아니 맛이 아니..그 겹쳐짐들이.. 사람을 아니 자신을 갉아먹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아니예요.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녀는 잠을 청하려고 했어요.
꿈에서도 그 감각들이 나타났지만, 한 번 암흑이 있었지요. 그 암흑을 반기는 그녀는 충동에 시달려야만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