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은 고양이 같은 하품이나 하면서 하굣길을 걷고 있었다. 하복으로 차려입고 가방을 맨 학생들은 덥다를 외치면서 걸어가지만, 유안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랐다. 능력으로 더위를 차단한 상태. 에어컨 바람 마냥은 아니지만 시원했다. 덕분에 아무런 감흥도 없는 표정을 보이며 계속 하굣길을 걸을 수 있었다.
"...후, 후배 씨! 그러니까 그...안유안!"
누군가가 주저하다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멈추어섰다. 가만히 있다가 몸을 반쯤 돌려 뒤돌아보았다. 커다란 둥근테 안경이 눈에 띄는 여선배. 이름이 민은서였던가. 뒤돌아보자마자 그녀는 헐레벌떡 뛰어서 가까이 왔다. 무감정한 눈빛을 던지자 멋쩍게 볼을 긁적이고 괜히 안경을 올린다.
"그래서 용건은?"
무뚝뚝하게 본론부터 들어가려고 했다. 은서는 모은 두 손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으러니까, 그 3년 전의 사건에 대해서..." "아, 거부합니다."
무례하게 말을 툭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시선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 스스로 3년 전 사건과 관련 있다는 걸 밝힌 건 자신이면서. 은서는 당혹감 섞인 민망함을 느끼는 듯한 표정을 보이다가 다시 용기를 내어 말을 이었다.
"그 사건에 대해서 같이, 그, 조사해보면...어떨까...싶어서." "의도가 무엇이죠."
여전히 무뚝뚝하다. 게다가 시선도 전혀 다른 곳이고. 은서는 잠시 주춤했다가ㅡ무언가가 마음에 걸린 걸까ㅡ 발걸음을 금방 따라잡았다.
"...그 사건, 좋지 않았던 일이었으니까...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당한게...억울하지 않아? 그러니까, 알 수 있는 건 알아야할 것 같아서. 그래서 같이 조사해보자고 한 거야." "흐음, 미담이군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별 감흥없이 답했다. 마치 미담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처럼. 잠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 이내 화면을 껐다. 시간을 확인한 것이다. 바지 주머니 속에 스마트폰을 찔러넣고 단호한 어조로 제안에 답했다.
"아무튼 결론을 말하자면, 싫습니다. 협조해서 볼 수 있는 이득을 모르겠군요."
그렇게 말하니 은서의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찼다. 무언가가 무너저내린 듯 갑자기 필사적으로 유안의 소매를 붙잡는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부탁할게...! 같이 조사해주면 안 돼...? 나, 그 사건 때문에 힘들고...진짜로 힘들었어...그런데 이대로 있으면 나, 진짜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밝게 지내지만 매일매일이 우울해...사건에 대해 모든 걸 깔끔하게 알면 좋을 것 같았는데...그런데 곁에 누군가가 있어줬으면...혼자서는 도저히 못하겠어서...그래서..."
점점 목소리에 울음이 섞이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다. 결국에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푹 숙인 얼굴 밑으로 물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은서가 호소하고 있는 상대는...그런 그녀를 무감정한 무표정으로 차갑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쓸데없는 감정호소군요. 그리고 애초에 동문서답입니다. 저는 분명히 방금의 말로 당신에게 제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다른 대답이 돌아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겠군요."
차가운 말을 선명한 목소리로 읊조리니 더욱 차갑게 느껴진다. 은서는 더욱 서럽게 울었다. 그대로 냅두고 가버리나 했더니 갑자기 무릎을 쭈그려서 눈높이를 맞추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태세전환에 소녀도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일주일에 1000원만 보장 받을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요."
아까의 차가운 분위기도 수그러들었다. 은서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으, 응! 응!"
유안은 은서에게서 1000원을 한 장 받는 것을 시작으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돕기 시작했다. 조사해서 새로 나오는 내용은 모두 노트에 깔끔하게 같이 기록하였다. 일주일이 지나가고, 은서는 두번째 1000원을 넘길 타이밍을 고민하다가 드디어 건넸다. 그런데 유안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던지는 말이 이거다.
"음? 웬 1000원이죠. 전 누님에게 이런 걸 부탁한 적 없는데."
시치미를 뗀다. 결국 처음의 1000원으로 조사 협조에 대한 대가는 끝이 나버렸다.
//뭔가 진실게임 중이라는 타이밍이 이상하지만...천천히 쓰던 독백...!! 타이밍 죄송함다아아앗
일단 매우 감사히 여기고 있습니다! 태어날때부터 익스퍼였지만 딱히 신경 안쓰다가 사고 후에(암울...) 경찰이 되기로 했습니다. 아마 익스퍼가 아니였다면 일단 경찰대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4년간 대학 다녀서 아마 지금쯤 경찰로 발령나지 않았을까요..! 익스퍼니까 슈퍼 빠르게 범죄자를 잡을 수 있어서 매우매우 기뻐하고 있습니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