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공간이란 점에서 굉장히 좋았어요." 좁은 공간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늑한 공간은 다르니까요. 그렇지요. 라고 생각하는 타미엘은 눈을 내리깔며 묘한 표정을 지었지요.
은과 파란 보석으로 만들어진 로켓. 자신이 착용할 조금 작은 것까지 두 개. 사실 뜨개질을 하다가 망쳐버린 이후에 주문을 넣은 것이니까요.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답니다. 그 동안에도 뜨개질을 계속 도전했지만. 이제 겨우 팔토시 만드는 게 다라서 긴 목도리는 무리였어요.
자신은 장신구를 착용해 본 적은 없었어요. 하지만 괜찮지 않을까요..? 로켓을 건네고 나서, 타미엘은 희미하게 웃었어요. 착용해도 되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라고 부드럽게 말했어요. -고리.. 걸어 드릴까요? 란 질문은 덤으로요. 자신도 착용할 것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헤세드가 작은 상자를 꺼내자 약간 호기심이 들었단 표정이 되었다가. 상당한 놀람을 지닌 표정으로 변했지요.
"...반지인..가요?" 부정적인 놀람은 아니었어요. 정말 예쁘다고 말했답니다. 정말로 아름다웠는걸요. 장갑을 벗는 것은 아주 조금 망설였지만, 벗고는 반지. 낄 수 있으려나요? 라고 물어봅니다.
"그럼요." 사진을 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는 없겠지만, 없겠지만, 그것은 하나의 통로로서 기능할 수도 있을지도요? 라고 생각하면서 긍정합니다. 헤세드의 목에 걸어주기 위해서 로켓을 들고 헤세드의 목덜미에 로켓을 걸려고 합니다. 약간은 서투른 손길이긴 하지만 고리가 걸리고, 한번 목에 손을 둘러 폭 끌어안으려 한 뒤 볼에 살짝 입맞추려 한 다음에 떨어졌답니다.
"기꺼이.." 손에 끼워지는 반지의 감촉은 낯설었습니다. 이걸 끼려면, 장갑을 반장갑이나 이 손가락만 드러내게 해야 하려나요. 란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도 헤세드에게 끼워줄 수 있으려나요?
//흐느적거리지만 뭐 어때요. 다들 안녕하세요! 운동이라도 열심히 하면 피곤해서 잘 수 있지 않을까..
"저도 기쁜걸요. 받아줘서 고마워요.." 반짝이는 보석은 정말로 예뻤는걸. 준다는 것에 저 자신이 기쁨을 일부분 느꼈지 않은가. 그것은 미약한 자기애를 느끼게 하였지. 그건 긍정적인 면이었다.
"나중에 같이 찍어요." 저도 넣고 다닐 테니까요. 라고 속삭였답니다. 그렇죠..? 아 정말이지.. 괜찮으려나요? 당신. 잊은 게 하나 있지 않나요? 없다고요?
"다 작고 가느니까요.." 손도 가는 거겠지요? 라고 반지를 바라보았어요. 별로 좋아하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요.편식이나 그런 걸 원망할 수도 없는 것이었고요. 자신도 끼워달라는 말에 살풋 미소지으며 반지를 들어서 손에 끼워주려고 합니다. 헤세드의 손을 잡고 온기를 느끼며, 끼운 반지. 천천히 천천히 올라가던 관람차는 어느새 꼭대기즈음에 다다른 것 같았답니다. 그리고. 그걸 기다렸다는 듯 불꽃놀이가 하늘을 수놓을 것만 같았답니다.
"나중에 같이 찍고... 넣어요." 약간 길게 늘어져 가슴께에 얹어진 로켓을 살짝 내려다보며 말했답니다. 지금은 텅 비어있지만. 채워질 것을 조금은 기대하며.
"그..부모님은 둘 다 키 컸으니까 유전적으론 무..문제 없을 거예요.." 문제는 없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도 없긴 없었고요. 귀엽고 예쁘단 말에 그..그래도 싫진..않아요.. 라고 쭈뼛쭈뼛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그리고 불꽃놀이에 본인도 놀란 듯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높고.. 예쁘고.. 헤세드랑 같이 있어서 기쁘고.." "...정말.. 멋져요.." 그 말 외에는 나오지 않았답니다. 너무 멋지고 화려했기에.. 감정과 기억이 전부 저 장면을 담으려고 애쓰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살짝살짝 움직이는 관람차는 차츰 천천히 내려오며 불꽃놀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려나요? 약간 아쉽기는 했지만. 약간의 그 감정은 원동이 되니까요..
말을 일단락한 나는 태연자약했고, 프레이는 새하얗게 질려 아무 말도 못 하고, 리키는 싸늘하게 나를 쳐다본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빙판 위에 서 있는 것처럼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우리 셋 사이를 감돌고 있었다. 내가 던진 말들로 빙판은 반 이상 금이 가 있었다. 이제 리키가 남은 사실을 말한다면 이 판은 무너질 것이다. 그런 긴장감 속에서 리키는 말을 아꼈다. 그 속셈을 알 수가 없어, 나는 그저 잠자코 기다리기만 했다. 프레이는 여전히 입을 다문 채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한 5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리키의 저음이 그의 입술로부터 흘러나왔다.
"울프, 너의 얘기는 한 곳도 정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깔끔했어. 틀린 곳도 없고 의문점 역시 훌륭해. 나를 향한 그 의심도 물론." "그 말은...인정하겠다는 거야? 내가 한 말들을?" "그래. 누가 정보를 흘린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다고 했지? 그 느낌 역시 맞았다고 해주지. 네가 파고들었던 그 남자, 지금 내 오른팔인 그가 내 지시를 받아 흘린 정보였어. 어쩌다보니 넌 그 미끼를 문 월척이 되고 말았군." "큭, 젠장!"
완전히 놀아났단 기분이 들어 나는 울컥 소리쳤다. 모두가 둘러앉은 테이블을 한번 내리치자 잔잔한 분위기를 깨는 소음이 울려퍼졌고, 그 소리 때문인지 프레이가 고개를 들었다. 항상 맑고 푸르던 두 눈이 온갖 것들이 뒤섞인 뒤숭숭한 빛을 띄고 있었다. 그 눈빛만큼이나 떨리는 목소리가 리키를 향했다.
"왜, 왜 그랬던 거야? 리키, 처음부터 그럴 속셈으로 나를 끌어들였어? 그 옛날 처음부터!?" "처음부터는 아니었어. 이제부터 설명할 테니까, 진정하고 들어." "지금 진정하란게 말이 되냐?!"
외침과 동시에 요동치는 창 같은 것이 리키에게 쏘아졌다. 명백하게 질량을 갖고 있는 그것은 내 능력과 다른 것이었다. 프레이의 N2 알케미스트...언젠가 내 배에 박혔던 그것과 같은 것. 창은 아슬아슬하게 리키를 스쳐갔다. 스쳐간 뒤 창은 허공에서 흔적도 없이 흩어졌지만, 리키의 목에는 길게 베인 상처가 남았다. 얕지만 길게. 베인 살갗 사이로 붉은 피가 흘러내려 그의 셔츠를 적신다. 리키는 그런 상황에도 아랑곳 않고 하려던 설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그런 식으로 너희를 이용할 생각은 없었어. 우습게 들리겠지만 너희를 농락할 작정으로 그런게 아니야. 나는 너희를 만나고 단 한 순간도 너희를 도구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
내가 8살 무렵, 아직 이름 없던 프레이와 나는 당초 계획을 18세로 잡고 있었어. 그렇게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예상 외의 기회가 그렇게 생겨버려서, 고민 끝에 나는 프레이가 원하는 쪽으로 하기로 했어. 그래서 그 날 사건이 터졌지. 그런 조작을 하기로 한 건 프레이가 너무 어린 나이였기 때문이었어. 그리고 등록되지 않은 능력자가 그런 공개 장소에서 능력을 썼다간 단박에 들킬 테니까 다른 방법을 쓰자고 생각했어. 나는 당시 나를 뒷바라지 해주던 그와 상의해 적절한 인선을 구하고, 방법을 모색했지. 울프. 네가 알아낸 건 조정간을 움직인 그 남자 뿐이겠지만 사실 그 무대를 만든 스태프의 절반이 내가 고용한 사람들이었어. 특히 조명 쪽으로 말야.
계획이 완성되고 난 후에 난 프레이에게 알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도 들었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찍 복수를 이뤄버린 프레이가 날 떠날 것 같아서. 당시의 나는 뒷바라지 해주던 그 외에는 사방이 적이라, 그나마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프레이 뿐이었어. 어린 나는 다시 혼자가 되는 것이 싫었어. 그래서 계획을 알려주지 않고 거짓 죄책감이라는 짐을 그에게 지워 떠나지 못 하게 만들었지."
목에서 흐르는 피를 어찌할 기미도 보이지 않은 채 리키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무심하게 그를 지켜보았으나 프레이만이 온갖 희비가 교차하는 복잡한 얼굴로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정신 사납다고 한번 걷어차자 조용해졌지만. 후... 답지 않게 깊은 한숨을 내쉰 리키의 얘기가 이어진다.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온 후에, 늦긴 했지만 나는 내가 누리지 못 했던 것들을 프레이와 함께 하나하나 해나갔어. 학교도 사교회도. 당시의 프레이는 너무나 공허하고 또 가벼웠으니까. 무엇이든 그를 잡아주길 바랐지만 어떤 것도 그의 흥미를 끌지 못 했어. 그러던 와중에 울프, 너의 얘기를 들은 거야. 8살 무렵의 너를 기억하나? 그 때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고 그로 인해 카운셀링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그 어린 너에게서 그와 같은 공허함을 보았어. 같은 남자의 소생이라 그런가 그런 부분까지 닮았을까 싶더군. 나는 너희가 서로에게 잘 맞는 조각이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해서 만나게 했어. 아직도 잊히지가 않아. 너희가 처음 만났던 날." "......" "......"
그리운 듯한 리키의 말에 나와 프레이도 역시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 처음 만났던 그 날, 나와 프레이는 서로가 정말 반짝여보였다. 저 사람이야말로 내가 찾던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리키는 옆에서 그런 우리가 지금도 선명하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항상 능글맞거나 속이 시커먼 표정만 짓던 얼굴에 떠오른 그 미소는 너무나 의외였고, 또 처음 보는 것이라. 놀라 눈을 깜빡이는 사이 부드러운 저음이 조금더 말을 자아냈다.
"너희를 만나게 한 이상 나는 너희가 불행해지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선택할 권리를 주긴 했으나 내가 만든 일의 결과였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중의 결과를 위해 중간을 희생하기로 했고, 너희 둘 사이에서 상황을 조정하는 역으로 있어왔어. 실제로 뭔가를 많이 한 건 프레이 쪽이었지. 똑똑한 동생과 달리 그 오라비라는 놈은 참 유약해서 말야. 하여간 손이 많이 가더군. 프레이에게는 먼저 너희의 관계를 알려줬어. 그 때가 아마 18...아니 19살일 때였나. 그가 네게서 손을 떼고 싶어한다면 그 이상 시간이 흐르기 전에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러나 프레이는 훗날 고통스럽더라도 너와의 인연을 이어가길 원했고 나는 그 선택을 존중했지.
울프, 네게 손을 쓰지 않은 건 네가 야무진 아이기도 했지만 그런 네가 이쪽을 눈치 채고 빠져들진 않을까 염려해서 그런 거였어. 너는 양지에서 태어난 아이였으니까, 양지에만 있기를 바랐어. 잘못된 건 우리였으니까. 아니, 내 이기심으로 시작된 일이었으니까. 거기에 프레이를 휘말리게 하고, 너까지 상처입히게 된 건 정말 면목 없지만..."
그 쯤 되니 우리는 더이상 말이 없었다. 이 이상 무슨 얘기를 해야 하고, 서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가. 이제는 너 나 할 것 없이 착잡한 표정으로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모두가 입을 다문 그 정적 속에서 리키는 조용히 일어나 상처를 수습하러 갔다.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고, 식탁엔 두 사람만이 자리를 지키고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약한 편이니까.. 무리려나요.." 그것으로 인해 약하게 되어버렸으니까. 그릇이 튼튼한 것과는 별개로 몸이 강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약간 크진 않으려나요? 보통 남성에게 더 많이 칭햐지는 말이었지만..
"기쁜 마음 같은 거.. 타버리고 바람에 날려서 텅 비었다고 생각했는데.." "기쁘네요." 정말로 기뻐요. 라고 중얼거리면서 애매한 표정을 지었답니다. 아무것도 없었다 하더라도 결국 눈에 들 것을 몰랐다 하더라도 그 빼앗김은 운명과도 같았더라. 내려오는 관람차는 약간의 현실의 무게를 일깨워주는 듯 무겁게 내려낮았고 내릴 때 잡은 손이 따뜻해서 현실이었다.
"...새삼.. 다시 좋아하게 되어버리게 되었네요." 나빴어. 라고 생각하고는 꿈 같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말에 저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너무 큰 걸 받아버린 것 같아요. 라고 나긋나긋하게 말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