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베는 괜히 제 앞발을 빤히 바라보았다. 일단 희고 앙증맞고 젤리가 콕 박혀있는걸 보니 작은 개는 맞는데, 이정도로 작은 개가 있던가.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으려다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더니 히노키의 어깨 위엔 거미가 있었다. 거미. 벌레는 무섭지만 거미는 절지동물이니 무섭지 않다..고 생각은 하지만 저렇게 무지막지한 녀석이 얼굴에 달라붙으면 거미 공포증도 같이 생길 것 같단말이지. 아스타를 빤히 바라보던 가베는 이내 시선을 돌려 히노키를 바라보았다. 오, 거울을 보여주려는건가? 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내자 고맙다는 듯 꼬리를 한번 흔들어보인 가베는..
"....."
잠시 자신을 바라보고 앞발을 들어 그 특유의 육구를 다시금 바라보더니, 거울과 앞발을 계속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현실과 타협(...)하려는 듯 잠시 멍하니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다 천천히 앞발을 들어올려 거울을 앞발로 덮으려 했다.
자아도취에 빠져 있던 사이카는 곧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이 조금은 날아감을 느낄 수 있었다. 헉, 이러면 안 되는 데. 뇌야, 자제 좀. 생각 나는대로 입을 열었다간 어떤 짓을 하게 될지 모른다는 것쯤은 좀 전의 경험으로 여실히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그 생각을 실천하기에 세상은 지나치게 혼란했다. 다시금 헛소리를 하지 않겠노라 다짐한 사이카가 현호를 쳐다본 순간, 바람처럼 달려온 멈뭄러가 그에게 습격을 가한 것이다. 그것도 정체모를 효과를 지닌 "그" 음료로. 뭐지, 청룡인가? 그렇게 보기엔 쏜살같이 달려간 누군가의 옷에 붉은 빛이 섞여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사이카는 당혹감에 잠시 두 눈을 깜빡거리며 멍하니 서 있다가, 뒤늦게 상대의 상태를 살폈다. 혹여 무지개토를 하지나 않을까 불안한 표정으로.
"세상.... 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연회야....."
토지신이나 멈뭄신이나, 왜 신이라는 작자들이 혼세를 즐기려 이 짓을 벌였다는 생각이 드는 거지? 막연한 의심이었으나, 마냥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머리를 단단하게 고정해준 현호에게 고맙다며 사이카가 손짓했다.
"너...도,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때요?"
자연스럽게 시작되려던 반말의 꼬리를 억지로 돌렸다. 꽤나 괴상한 모양으로 둘둘 말린 머리카락을 가리키며, 사이카가 제안했다.
소년은 지금 이 학원을 온 자신을 후회하고 있었다. 왜 자신은 주작은데 제 주변에 있는 주작 기숙사의 친구들은 어째서 셋째 현주 누님처럼 청룡과 같은 기행들을 펼쳐대는지에 대해 고민까지하고 있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표정은 침착하기 짝이 없는 포커페이스였지만. 눈 앞에 있는 사이카의 격렬한 당혹감이 느껴지는 눈의 깜빡거림을 보면서 잠시 멈뭄미체로 다른 이들에게 가서 피해를 끼치려고 하는 친구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묘한 울컥거림이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느낌에 소년은 잠시 제 명치를 조심스럽게 눌렀다.
이 기분은 뭘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손수건은 키노씨에게 드린 것 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하나 더 가지고 올걸 그랬습니다. 라는 말을 조용히, 침착한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소년은 이제는 어깨를 넘어서 허리까지 길게 늘어지는 머리를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다. 어딘지 사이카의 반말이, 억지로 존대로 바뀐것 같았지만 소년은 모르는 척 예의바르게 넘겼다. 결국 소년의 커다란 손이, 제 머리카락을 앞으로 넘겨서 천천히 끝에서부터 어색하게 땋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전혀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소년은 열여섯 평생 머리를 길러본적이 없어서 어떻게 땋아야되는지도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버벅거리는 손가락이 끝이 아주 약간 떨렸다.
제가 거울을 꺼내 보여주자 그는 꼬리를 한 번 흔들어보였다. 고맙다는 뜻 인걸까. 본인이 그런 모습이라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될지... 귀여우면서도 안쓰러웠다. 그는 곧 거울로 시선을 돌렸고 그는...
“하하...”
그만 보여 달라는 듯 앞발을 내밀어 거울을 덮으려고 들었다. 아마도 현실 부정을 하려는 듯 보였다. 일단 거울을 주머니에 넣은 후 그를 안정적으로 안아들었다. 아마도 저가 떠난다면 저기 있는 여학생들이 그를 또 만지려고 들 지도 모를테니깐.
“아우프가베, 일단 이 개판에서 빠져나갈까요?”
학생들은 물론 다른 교수님들마저 이 음료를 마시고 다들 미쳐가는(몇몇은 멀쩡한 듯 보이기도 했지만) 이 장소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편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한적한 곳으로 가볼까. 그나저나 품 안의 그의 체온이 따끈따끈했다. 이대로 돌아오지 않으면 안될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한적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1. 멈뭄멈뭄멈뭄미체로만 말하게 되는 술 2.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술(?) 3. 멍뭉이로 변할 수 있는 폴리쥬스 4. 유포리아 묘약(마시면 행복감에 취하게 됩니다. 독특한 진줏빛.) 5. 윤기나는 마법 머리약(feat.엘라스~틴) 6. 펠릭스 펠리시스(행운의 물약. 황금색) 7. 한 가지의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약 8. 그저 평범한 음료수
"에, 300갈레온이라. 그렇담 유괴에 협조할테니까 그 대가로 반 정도만 떼어주면 안돼?"
시덥잖은 농담따먹기다. 그녀 아버지가 듣는다면 곧장 뒷목잡고 기침 콜록거릴 말을 아무렇지 않게 싱글거린다. 레이나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내려다보는 츠카사와 수 초 간 눈을 마주쳤다. 왜, 뭐라도 묻었어? 피식 웃기에 마주 미소지으며 묻는다. 어렸을 적의 레이나라면 지금보다도 한 소끔 더 왈가닥이었을까. 엄격한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기라도 하는 날에는, 세 오빠들이 멀리서부터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금세 뛰어와 그게 아니라며 저 대신 변명해주었다. 열살이나 위의 큰오빠가 잔소리라도 하려고 하면 이번에는 어머니와 다른 오빠들이 나서서 말려주었다. 주홍색 머리칼의 어린 소녀에게는 세상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럼에도 못돼먹거나 버릇없는 아이로 자라지 않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레이나는 제 주변 모든 사람들을 사랑했다. 다정하고, 사근사근하면서도, 저에게 주어지는 애정을 바탕으로 대범하게 굴었다.
"응,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
마음에 든다니 기쁘네. 얌전히 기다리겠다는 그녀의 말대로, 레이나는 백호 기숙사 앞에 서서 별 소란도 피우지 않은 채 그림같이 츠카사를 기다렸다. 사실 츠카사는 금세 찻잔이며 다과들을 들고 나왔으니 오래 기다릴 것도 없었다.
"좋아! 거기라면 내가 잘 알지. 맡겨두라구?"
세상에, 많이도 가져왔어. 츠카사의 손에 주렁주렁 들린 것들을 보며 레이나는 얼른 손을 내밀었다.
무지개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혼돈 그자체네요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보다 댕댕가베 귀엽네요 진짜 관전하는 맛 핵꿀잼이에요>__bbbbbbbb!!!@@@
1. 멈뭄멈뭄멈뭄미체로만 말하게 되는 술 2. 무지개를 토하게 되는 술(?) 3. 멍뭉이로 변할 수 있는 폴리쥬스 4. 유포리아 묘약(마시면 행복감에 취하게 됩니다. 독특한 진줏빛.) 5. 윤기나는 마법 머리약(feat.엘라스~틴) 6. 펠릭스 펠리시스(행운의 물약. 황금색) 7. 한 가지의 행복한 꿈을 꾸게 해주는 약 8. 그저 평범한 음료수
그의 표정은 침착했다. 침착하고 또 무표정해서, 오히려 더 무서울 정도로. 과연, 현호의 모습은 굉장히 형용하기 어려운 심정에 처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머리카락을 자라게 하는 음료의 효과는 경악스럽기 짝이 없었다. 머리가 길어지게 하는 것만 빼면 그래도 다른 건 정말 좋은데. 왜 굳이 자라나라를 심어 넣어서는. 그가 머리카락을 정리하려는 모습을 본 사이카의 얼굴에 약간의 기대감이 담겼다. 별 뜻이 있는 건 아니고, 그저 현호가 머리에 손을 댈 줄 아는지가 궁금해서였기 때문이다. 마법 사회는 그런 경향이 다소 덜하지만 비마법 사회에서는 머리를 길게 기른 남성이 극히 적었다. 그러다 보니 머리를 묶거나 땋을 줄 아는 남자를 보면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현호는 머리 손질에 그닥 능숙해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어색하게 떨리는 손길이 그 증거였다.
"도와드릴까?"
생각해보니, 이 정도로 긴 머리는 땋아서 해결하면 되는 거였구나! 발밑에서 펄럭거리는 모발을 어찌 해결해야 할지 몰라 굴렀던 좀 전의 기억을 떠올리니 자신의 어리석음이 더더욱 실감 났다. 하지만 그걸 알았다 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제 키보다 긴 머리를 땋는 건 더더욱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기 때문에. 어쨌거나 허리 정도면 적당히 수습할 수 있는 정도다. 사이카는 간만에, 논리적인 사고에 성공했다.
아니야. 이거 나 아니야. 일단 나는 이렇게 복슬복슬하고 귀엽지 않다고. 인외가 취한다고 했던가? 아무래도 그건 장난이었나보군. 난 그 음료를 마시고 취한게 분명해. 가베는 합리화를 시도하며 자신의 앞발을 휘적여 거울을 계속 덮으려 했다. 히노키가 거울을 주머니에 넣자 안심하나 싶더니, 자신을 안아들자 그제서야 현실이 거세게 뺨을 치고 지나갔는지 가베의 흐려진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왔다.
"깽!"
물론 처음엔 놀랐는지 버둥대다 결국 얌전히 그의 품에 들려 눈을 깜빡였다. 시야 한번 높구만. 이내 품속이 익숙해지자 털뭉치는 히노키의 품속에서 바르작거렸고, 여학생들을 흘끔 바라보곤 소름이 돋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뭐든 할테니까 제발 쟤네들 근처론 가지 말자고.
...그리고 개판이라니. 지금 내가 개인데 그런 말을 하면 상처받는데.
문득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 품이 이렇게 편했나. 아니면 움직이지 않아도 이동이 가능한게 편한건가. 나중에 세이를 타고 다녀야하나.-그가 그 생각을 할 무렵, 세이는 편지를 전해주다 입에서 편지를 놓칠 뻔 했다.- 가베는 눈을 깜빡이며 어깨위의 아스타와 눈을 마주쳐보다 히노키를 올려다보았다. 한적한 곳으로 가는건지 소음이 점점 잦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