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의 갈채를 받고 있는 사람이 보여요. 눈부신 빛 속에서 계속해서 공물이 쌓이고... 귀가 멍멍할 정도로 환호 소리가 들려요. 영화에서도 이런건 못봤는데. 이건 아마 저와 계약한 분의 기억이겠지요. 누구보다도 높은 자리에 서 있고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정의를 체현한 대영웅의. 기억을 마음대로 들여다본 것을 알면 화를 낼텐데...
개와 산책하고 있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개가 사람같기도 하지만 그저 인간보다 한참 작은 강아지라고 이선은 생각합니다. 잡고 있는 목줄이 조금 불안정하게 느껴지지만 상관없습니다. 개가 웃으며 이선을 바라보자 이선은 무표정하게 간식을 던져줍니다. 이상한 꿈. 다행히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요.
정신을 차였을때는 이미 5살때의 어린 모습이였다. 오빠는 6살이였으며... 꿈속에서도 이제 부모님의 얼굴은 흐릿해서 죄다 기억나질 않았다. 그것이 안타까워 그 두사람에게 다가가니, 어느세 꿈은 바뀌어 두 사람이 쓰러져있는 가운데 사방에 새빨간 피가 튀어 있습니다. 놀라서 주변을 살펴보는데 겁을 먹은듯한 어린시절의 오빠가 뒷걸음을 치다가 부모님을 보고는 달려와 두분을 흔들면서 깨우려 합니다. 이상하게도 오빠를 포함한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아 슬픕니다. 오빠가 우는것도, 오빠도 피투성이가 되어버린것도 아주 잘 보입니다. 오빠에게 다가가려고 몸을 움직이는 순간, 머리가 아프면서 코피가 뚝뚝 흐르고 속이 메스꺼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부모님이 일어났습니다. 온 몸에 이상한 물건들이 꽃혀 죽어있던 저희 부모님이 말이에요. ...이 꿈은, 나에게 아무것도 잊지 말라고 경고하는 걸까요?
꿈 속에서의 그의 모습은 10살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린 그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스케치북을 들고 그림을 그리러 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갑자기 맑은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비가 주륵주륵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깜짝 놀란 그는 비를 피하기 위해서 집을 향해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요? 아무리 달리고 달리고 달려도, 그는 집에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너무나도 오래 달려서 숨이 차, 그게 발걸음을 멈춘 바로 그때, 갑자기 멀쩡했던 스케치북에 불이 붙었습니다. 뜨거운 불꽃은 스케치북을 태우기 시작했습니다. 분명히 비가 오는데도, 그 불은 전혀 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더 활활 타올랐습니다. 깜짝 놀란 그가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그의 그림이 그려져있던 스케치북은 재로 변해버렸습니다. 그 모습에 그는 두 눈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비는 더욱 더 강하게 내리치기 시작했고, 비를 맞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그를 챙겨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제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몸이 작은 입을 우물거립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아이의 몸에 들어와 있습니다. 소운은 자신이 여기에 있을 처지가 아님을 알기에 황망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마주봅니다. 황금빛 눈이 소운을 다정히 웃으며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엇이든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름을 말해버리고, 소운은 꼭 여름날처럼 더위에 타 땀에 젖어있습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어있고, 그녀의 앞에 앉아있습니다.그 눈을 마주보자 아픔에 정신을 못차리던 몸이 말끔해집니다. 그녀가 내민 손을 소운은 슬픈 것을 행복한 듯이 웃으며 마주잡 아니아니아니아니 안돼 안 될 일이야
"......아....."
벽에 머리를 부딪히며 깨어납니다. 소운은 이마를 쓱쓱 문지르더니 잔뜩 신경질이 오른 머리를 헝클었다가 감싸쥡니다. 이제와서 무슨...한숨을 내쉬며 다시 드러눕습니다. 잠이 올리가 없겠지요.
어둠,새카만 어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방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아무것도 들리지 않아 아무것도 움직여지지 않아... 이 때 들리는 낡은 라디오소리. 손이 닿지 않는 옷장 위의 라디오. 노이즈가 가득 끼고 음질도 시원찮지만 유일하게 느낄 수 있는 감각인만큼 귀에 모든 신경을 집중된다. 낡은...장에서...는...올랐...그대는...하고 .......던 그대는.......... 점점 심해지는 노이즈소리. 노이즈는 라디오에서 퍼져나와 방 안을 돌아다니는 짐승과 같이 온 방에 퍼져간다. 점점 커지는 노이즈소리 어느새 커다란 괴물로 변해 어느새 어려진 자신의 머리를 깨문다. 삼켜진 머리는 노이즈 속으로 빨려들어가 검고 하얗고 회색인 공간에 굴러다녀. 노이즈에 익숙해진 귀에선 더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것같아. 노이즈에 익숙해진 눈도 더이상 보이지 않는것같아 점점 감각이 하나하나 먹혀버리듯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몸을 잃은 머리는 아무것도 움직일 수가 없다. 생각마저 점점 노이즈로 물들어가고 마침내 모든것이 노이즈로 녹아내려버렸을 때....
잠이 깹니다. 온 몸은 땀투성이고 침대 위는 엉망입니다. 그것도 신경쓸 수 없을정도로 공포에 질려 부들부들 떠는 화란은 그대로 아침이 되어 누군가가 발견하기 전까지 몸을 눈을 시퍼렇게 뜬 채로 알수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웅크리고 벌벌 떨고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