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책을 많이 읽으시는 편인가요? 어느 연구기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인을 기준으로 한 연간 독서율은 59.9%라고 합니다. 일반적인 종이책만 판단하여 나온 통계이니 최근에 생긴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도 포함한다면 조금은 늘어날 수 있겠지만 그래도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죠. 청소년은 90%를 넘기고 있는데도 어른이 이렇게 적은 독서율이라니 정말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럼 더 나아갈 필요도 없겠네요. 서두가 길면 정보전달에 방해만 되요. 네, 여러분은 납치당하셨습니다. 저희가 누구냐고 물어보셔도 저희가 무어라 대답해 드릴 이유가 없으니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이곳은 여러분이 그렇게나 싫어하던 학습을 위한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거든요. 완전히 여러분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입니다. 이것 만큼은 제 손가락을 전부 걸고서 보장하도록 하죠. 하지만 저희도 그냥 천사는 아닙니다. 여기에서 문명을 일구고 살아가라? 따분한 전개이지 않습니까? 아쉽게도 현대사회에서는 그런 느긋하고 부드러운 이야기는 방송프로그램으로나 나오면 가끔 한두번 보는 정도란 말입니다! 슬퍼요. 정말로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여러분께 해주었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지금, 교실의 창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산림이 보이십니까? 축하드립니다! 여러분은 이세계로 오신 겁니다! 선택받은 소수가 되어 이곳에서 살아남아 봅시다! 식량에 대한 건 걱정마시길. 전교생이 먹어도 한달정도는 버틸 수 있는 분량을 준비해두었습니다. 전기와 수도도 연결해 놓았지만... 이건 체험기간인걸로 하죠. 끊길 수 있지만 여러분이 성과를 내 주신다면 문제는 없겠죠?
라이트노벨이라고 하던가요? 이세계에가서 무쌍을 벌인다, 유목생활을 하지만 굽는다도 모르는 타종족에게 요리를 가르친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야생마는 본적이 없는 고등학생이 유목민에게 활과 마술을 가르치고 의문의 힘을 얻어 수많은 여인들을 거느리고 즐거워한다... 네, 저는 좋습니다. 아니, 제대로 말해야겠네요. 저희는 좋습니다.
그럼 질문을 해드리겠습니다. 자신에겐 아무것도 없는데 말도 통하지 않지만 압도적으로 강한 상대와 함께 생존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그 상대방이 일부러 당신을 살려둘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없죠. 당연히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을 전파해? 말이 통한다 해도 그런 걸 멋대로 피로했을때 중세시대라면 마녀나 악마의 하수인으로 몰려 목이 날아가지나 않으면 다행이죠. 시대에 맞는게 있다 이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자극이 필요하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그런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그렇기에 여러분은 선택받았습니다.
별다른 재능도 무엇도 없는 평범한 학교의 학생들이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미쳐버리는걸까? 아니면 의외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서 모두 살아남을까?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더군요.
이곳에서 100일, 겨우 100일입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아 보십시요. 그렇게 되면 마지막날, 여러분이 이곳에서 얻은 모든 것을 드리고 여러분의 세계로 돌려보내드리겠습니다.